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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안천인 Jul 01. 2021

죽은 자식 불알 만지는 일본 언론

올림픽 여자대표 확정자 뉴스를 전달하는 일본 언론 유감

「시부노 히나코(渋野日向子) 올림픽 대표 진입 실패」, 「시부노 40위로 올림픽 대표 놓치다」,「시부노 올림픽 대표 놓치다, “TV로 응원하겠습니다”」,「시부노, 올림픽 대표 실패, LPGA 단독 5위 이상에 진입 못해」, 「시부노 올림픽 출전권 놓치다, 대표는 하타오카(畑岡奈紗)와 이나미(稲見萌寧)」.


지난 주말 미국에서 열렸던 미국 여자골프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끝난  일본 신문의 기사 제목들이다. 지난주까지의 LPGA 세계 랭킹 순위로 일본 대표 선수가 정해졌다는 소식인데, 출전이 확정된 선수가 누구인가 보다는 탈락한 시부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토시가 하나만 달라져도 뉘앙스가 달라지는데,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이 무엇인지 의심스럽다. 시부노가 ‘19년에 브리티시 위민에서 우승할 만큼 실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에는 지금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출전해야 한다. 그리고, 출전하는 선수가 최선을 다할  있도록 격려하고,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하는 것도 아니고, 스타 띄우기 치고는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올림픽 출전은 누구에게나 영광

역사상 처음으로 LPGA 그랜드 슬램과 2016 리우 올림픽에서 동시에 우승한 박인비는 최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올림픽에서 우승하는 것보다 한국의 대표 선수가 되는 것이 더 어렵다. 올림픽에 출전한다는 것은 매우 영광스러운 일인 동시에 무한한 책임감이 공존하는 일이다. 올림픽은 골프라는 운동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준 내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대회에서는 이런 경험을 결코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지난 올림픽이 그만큼 힘들었고, 부담스러웠고, 영광스러웠기에 '박인비'라는 선수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무대가 되었던 것 같다."


스타 만들기에 급급한 일본 언론

일본 언론들은 최근 그리 컨디션이 좋지 않은데도 시도 때도 없이 시부노를 들먹인다. 1977년 히구치 히사코(樋口久子)가 전미 여자 프로골프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두 번째로 세계 메이저 대회 우승한 것이니 시부노가 일본인들에게 대단한 선수임에 틀림은 없다. 그래도 정도가 심하다. 작년 여자 프로골프 최종일 중계 때에는 방송 시작 후 약 30분 동안 우승조의 플레이는 보여주지 않고 48위에 머문 시부노의 플레이를 하이라이트로 보여주어 시청자들을 우롱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격조사 차이로 전혀 달라지는 일본어 뉘앙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듯이, 어순이 우리나라 말과 같은 일본어도 토씨 하나 차이로 전혀 다른 뉘앙스를 나타내기도 한다. 예를 들면, が(가), で(데), と(토), に(니) 등이 격조사로 쓰일 때 같은 뜻이지만 전혀 다른 뉘앙스로 전달되기도 한다.  


적극적, 정중함과 일체감의 뉘앙스 차이

회의나 미팅 때 무엇을 마시겠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①「コ-ヒ-いいです」 ②「コ-ヒ-いいです」. 격조사 가(が)는 ‘동작·작용을 행하는 주체나 성질·상태를 갖는 주체를 나타내는 말’로 우리말의 ‘이, 가’에 해당한다. 데(で)는 ‘동작·작용에 따르는 정황(情況)[물건]을 나타내는 데 쓰는 격조사로 우리말의 ‘로’의 의미다. 둘 다 커피로 하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①번 문장은 ‘커피가 좋습니다. 커피로 주세요’라는 적극적이고, 정중한 인상을 준다. 반면, ②번 문장은  ‘커피도 좋습니다. 아무것이나 괜찮습니다’라는 뉘앙스도 있고, ‘ (다른 사람처럼) 나도 커피로 주세요’라는 동조(同調)의 뉘앙스가 있어, 한 팀이라는 일체감을 주기도 한다.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무엇인지

①「あなた会いたい」와 ②「あなた会いたい」. 둘 다 ‘당신과 만나고 싶다’는 뜻이다. 그런데 ①번 문장은 ‘만나기 위해 나와 당신이 함께 이동한다’는 뉘앙스다. 격조사 ‘토(と)’는 ‘어떤 사항에 대하여 공존하는 것을 가리키는 데 쓴다. 나와 당신의 만나고 싶은 기분이 같은 정도일 때 사용하면 된다.


반면 ②번 문장은 당신을 만나기 위해 ‘나 혼자 당신에게 이동한다’는 이미지다. ‘다른 누구도 아닌 당신을 만나고 싶다’는 한정적인 의미로 사용한다. ‘니(に)’는 ‘동작·작용이 행해져 나타나는 또는 미치는 (시간적·공간적·심리적인) 위치나 그곳을 차지하는 사물을 정적’으로 심리적으로 어느 한 점을 가리키는 강한 기분이 전달된다. 나와 당신의 만나고 싶은 기분을 비교해 볼 때, 내가 더 만나고 싶은 기분이 강함을 어필하고 싶을 때 사용하면 좋다.


문법 상으로는 모두 정답이지만,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어떤 것을 강하게 전달하고 싶은 가를 생각해서 격조사를 선택해야 한다.


언론은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상식이 통해야 하는 민주 사회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 말도 토씨 하나의 차이로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의미도 달라진다. 언론은 스타 만들기에 연연하지 말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공정하게 소식을 전해야 한다. ‘스마일 신데렐라시부노를 계속 스타로 만들고도 싶겠지만, 출전하는 선수들의 사기나, 출전 선수의 팬들을 배려해야 한다. 골프, 오늘만 하는 것이 아니다. 잘할 때도 있고, 생각처럼 성적이 나오지 않을 때도 있다. 어제 신문 기사의 제목도 최소한 이렇게  보내야 하지 않았을까?

올림픽 대표 하타오카(畑岡奈紗), 이나미(稲見萌寧) 확정, - 시부노 이번 대회 40 위로 대표 진입 실패」


주) 1. 도쿄 올림픽에는 남녀 2명씩 출전권이 주어진다. 그러나, 각 나라별로 세계랭킹 15위 이내의 선수는 4명까지 출전 자격이 있다. 따라서 한국 선수들은 세계 랭킹 2위의 고진영, 3위 박인비, 4위 김세영, 6위 김효주 등 4명이 출전할 수 있다. 반면 일본은 15위 이내에 11위의 하타오카 나사밖에 없어 27위의 이나미 모네와 2명만 참가할 수 있다. 참고로, 시부노 히나코는 31위.


2. 이나미(稲見萌寧) 선수는 오늘 인터뷰에서 “일생에 한 번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올림픽 대표로 참가하게 되어 너무 기쁘다.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199년생. 현재 JLPGA 20-21 시즌 최다승(6승), 상금랭킹 2위(139백만 엔, 한화 약 115억 원), 연간 TOP10 1위(15회), 평균 스트로크 1위(70.2827).


3. 커버 이미지는 2016년 '히구치 히사코 미츠비시전기 레이디스'에서 우승한 신지애 선수와 아마추어 1위의 이나미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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