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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안천인 Jul 08. 2021

일본의 희망, 신일본 문명의 가능성

코로나는 물질문명의 글로벌화, 도시화에 대한 경종

국민들이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받기까지 한국은 3일, 미국은 2주일이 걸린 반면, 일본은 두 달 이상이 걸렸다. 일본이 유독 시간이 많이 걸린 것은 지자체의 디지털 행정망이 통일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신청도 쉽지 않았지만, 온라인으로 신청한 것도 자치체 직원들이 주민 기본대장을 뒤져 인해전술로 확인을 해야 하니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 주민번호, 미국은 사회보장 번호(Social Security number, SSN)를 사용하는데 비해, 일본은 “마이 넘버”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보급률이 10%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행정 디지털화를 적극 진행할 수도 없다. 이세 마사오미(伊勢雅臣) 박사는 저서 ”일본 희망의 형태~신일본 문명의 가능성[この国の希望のかたち~新日本文明の可能性~]에서 코로나 사태로 드러난 일본의 취약성이 드러났다며,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근대 물질문명, 글로벌화, 도시화의 한계

서양에서 시작된 근대 물질문명은 각 나라의 생활수준을 대폭 향상해 풍요로운 사회를 만드는데 공헌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급속히 세계로 퍼진 것은 글로벌화, 국제화 등 국제사회에 의존하고 있는 근대 물질문명의 특징을 원인으로 한다. 춘절을 맞아 해외여행을 떠난 중국 관광객은 7백만 명으로 추정되는데, 이들이 전 세계로 코로나를 확산시키는데 큰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본다. 코로나가 인구가 집중된 도시에서 유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글로벌화, 도시화의 위험성을 잘 부각시켜 물질문명의 방향 전환을 할 시기가 아닌지, 경종을 울리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 회장 클라우스 슈바프도 “전 세계가 참여하여, 오일에서 기술 산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산업을 바꾸는 자본주의 ‘그레이트 리셋’(Great Reset)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높은 수도권 인구, 낮은 식량 자급률

저자는 “근대 이후의 일본은 서양 물질문명을 뒤쫓은 결과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극단적인 세계화와 도시화가 진전되어 결과적으로 국가사회로서의 자립성, 자연과 사회의 순환성, 인구의 분산성, 삶의 적응성을 잃어버렸다.”라고 주장한다.

세계 주요 도시의 전체 인구 대비 비율은 일본이 28.8%로, 파리 18.2%, 런던 13.4%, 뉴욕 7.4%, 베를린 4.3% 보다 월등히 높다. (주. 사실 이 문제는 한국이 더 심각하다.) 수도권의 인구 집중률도  세계 최악이지만, 식량 자급률도 24%로 프랑스의 190%, 미국 120%, 영국의 87% 등 다른 선진국 중에서도 극단적으로 낮다. 그래서, 일본은 분쟁이나 전염병 등 글로벌 수준의 위기가 일어났을 때 살아남기 어려운 위기에 처할 리스크가 매우 크다. 이미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30년 후 일본 거리에서는 폭동이 일어날 수도 있으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총이 필요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한 바 있다.


1차 산업 소멸 우려

일본은 지방의 쇠퇴, 1 산업의 위기, 그리고 인구감소 등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저자는 특히, 농업, 수산업, 임업  1 산업이 담당자 부족과 산업정책 문제로 향후 20 내에 소멸될지도 모르는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그러나, 저자는 인구 감소, 저출산 등의 문제로 일본은 쇠퇴 일로를 걷고 있다는 논리에 대해 적정 인구 관점에서 보면 두려울 것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1868 3,300 명이던 인구가  150 사이에 9천만 명이 늘어났기 때문에 인구의 감소가 경제 축소, 빈곤화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문제는 결혼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공동체와 조화하는 와(和)

이 책의 근본 사상은 “와(和)“다. 저자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선조들의 지혜를 활용하자, 다른 나라의 경험과 지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보다 더 좋은 방법을 찾자, 언덕 위의 구름을 쫓아 꿈을 갖자”라고 해결 방법을 제안한다(川を上れ、海を渡れ、そして坂の上の雲を見よ). 일본의 강점으로는 자연, 공동체와 잘 조화하는 “와(和) 유전자”, 풍요로운 바다, 산, 온화한 기후의 “국토”, “장수사회”, 합리적인 “기술과의 相生(상생)”, “일본 고유의 정신과 중국 전래, 서양 도래의 학문과 지식(和魂漢才, 和魂洋才)” 등을 들고 있다.


구체적인 대안은?

구체적인 신문명의 대안으로는 인구의 지방분산, 농림수산업의 재생, 지속 가능한 개발목표 SDGs의 실천 등을 들고 있다. 과연 대도시에 사는 것이 행복한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도쿄와 후쿠이현(福井県)의 생활지표도 비교한다. 도쿄와 후쿠이현은 자가 주택 비율 46% vs 77%, 자가주택 면적 91m2 vs 173m2, 편도 통근 시간 50분 vs 25분 등 지방이 훨씬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天仁도 거래처가 후쿠이에 있어서 여러 번 출장을 다녀왔지만 언제나 풍요로운 그들의 삶을 부러워하곤 한다. 세계적 수준의 정밀화학품을 생산하는 공장 기술자들의 대부분이 농사도 지으며 자연에 동화되어 살고 있기 때문이다.

IT, 메타버스의 발전 속도를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지방에서도 유명 대학의 원격 교육, 의료 혜택을 볼 수 있으며, VR로 스포츠 관전, 레저 활도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특히, 저자는 대규모 농업에서 소규모, 가족농업으로 전환하여 적정한 장소에서 생산함으로써 자립성, 분산성, 적응성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한다.


이렇듯 일차 산업이 재생되면서 지방의 인구가 증가하면 노동력의 지방 분산으로 2차, 3차 산업도 지방으로 이전하여 국토의 균형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저자는 1만 5천 년 전인 조몬(縄文) 시대를 ‘자연과의 조화, 공동체와의 조화를 바탕으로 하는 지속 가능한 문명’이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래서, 지속가능성의 5원칙인 자립성, 분산성, 적응성, 순환성, 완충성을 살리는 지속가능 개발목표 SDGs를 적극 시행, 세계 문제에 동참하고, 공헌하자고 제안한다.


선진국에 걸맞은 국민의식 수준 필요

어제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212명에 달해, '4차 대유행’으로 번지는 위기 국면이라고 한다. 물론 일부 이겠지만, 24시간 영업을 허용하는 지방의 유흥주점까지 음주 원정을 가면서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유엔 무역 개발회의(UNCTAD)가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했다. 선진국이란 고도의 산업 및 경제 발전을 이룬 국가, 아울러 정치·경제·문화 등이 발달하여, 국민의 발달 수준이나 삶의 질이 높은 나라를 뜻한다. 선진국의 위상에 걸맞게 정부가 노력을 다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국민들의 의식 수준도 함께 높아져야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다.


지속가능성의 5원칙은 자립성, 분산성, 적응성, 순환성, 완충성.
나라별 수도권의 인구 집중룰. 일본이 28.8%로, 파리 18.2%, 런던 13.4%, 뉴욕 7.4%, 베를린 4.3%%
1868년 3,300만 명이던 일본의 인구는 약 150년 사이에 9천만 명이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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