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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슬로우 May 12. 2020

[아무튼 사기극] 엘리자베스 홈즈라는 대참사

아무튼 사기극

매일 스타트업과 브런치. 66 day


스타트업의 성공 신화는 어떻게 탄생하는 것일까? 테라노스 대표 엘리자베스 홈즈의 사기극을 보면서 스타트업의 실상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한때 여자 스티브잡스라며 실리콘밸리 스타 메이킹으로 유명세를 탔던 그녀가 희대의 사기꾼으로 전락하는 모습에서, 한 때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황우석 사건이 떠오르기도 하고 그녀로 인해 산업계 전체가 한바탕 멘붕을 겪었다. 생명을 담보로 사업을 하는 바이오 분야는 국민 정서상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데, 최근까지 국내에서도 인보사, 메디톡스, 신라젠까지 끊임없는 사건이 발생 중인데 이런 사태들은 국민들의 공분을 사지 않을 수 없다.  


대참사들 앞에서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나.. 를 생각해보게 된다. 개인적 윤리와 페이크 경영,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 관행과 거짓 보도로 탄생한 가짜 신화, 스타트업이나 산업 생태계의 시스템 모두가 비판받을만하다. 이 사건 이후로 '사짜감별법'으로 자가진단해보자거나 주변의 경영인들을 감별해보자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많았다.   


출처: https://youtu.be/9-6MthvT8X8         



recipe 96. 테라노스, 엘리자베스 홈즈

손가락 끝의 피 한 방울로 수 백가지 질병을 진단하겠다는 기술 발표로 실리콘밸리의 유니콘으로 떠오른 바이오 스타트업 테라노스의 대표 엘리자베스 홈즈. 홈즈는 불과 19세의 나이로 테라노스를 창업했다. 홈즈와 테라노스는 손가락 끝에서 채취한 피 몇 방울만 있으면 260여 개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메디컬 키트 '에디슨'을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정맥혈관에 주삿바늘을 찔러 넣어 대량의 피를 채취해야 몇 가지 질병 유무만 확인할 수 있었던 기존의 의학 상식을 뒤집는 획기적인 발명이었다. 비싼 의료비에 시달리던 미국도 환영할만한 일이었지만 가난한 제3세계 국가들의 국민도 저렴한 가격에 우수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청사진으로 모두가 홈즈와 테라노스에 열광했다.


그로 인해 엘리자베스 홈즈는 제2의 스티브 잡스로 떠오르며 미국 거대 약국 체인 월그린과 미 군대와도 계약을 체결했고, 헨리 키신저 전 장관,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채닝 로버트슨 스탠퍼드대 화학공학 교수 등이 그녀의 멘토로 활약했다. 수많은 투자자, 기업가, 정치인들의 열광적 호응을 얻으며 600만 달러의 투자로 시작된 테라노스의 기업 가치는 90억 달러(약 10조 이상)로 급증했고 50% 정도의 테라노스 지분을 보유한 홈즈의 재산도 45억 달러에 도달했다. 때문에 홈즈는 불과 30살이라는 나이로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여성 억만장자가 되었다.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의 뒤를 잇는 실리콘밸리의 새로운 거물이 되었다.


하지만 영광이 길지는 않았다. 퓰리처상을 2번 수상한 전설적인 탐사 전문기자 존 캐리루가 테라노스를 낱낱이 뒤를 캐 파헤치면서 6개월간 테라노스 전 직원 등을 취재해 테라노스의 모든 게 허상이라는 탐사 기사를 공개했다. 260여 개의 질병 중 실제로 테라노스가 진단한 질병은 16종에 불과했고 게다가 테라노스가 FDA에서 인정받은 검사는 헤르페스 단 하나뿐이었다. 나머지 200여 개의 질병은 지멘스 등이 제작한 기존의 대규모 의학 장비로 확인한 것이었다. 심지어 홈즈와 테라노스는 채취한 샘플을 원본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당연한 의학상식을 지키지 않고 멋대로 샘플을 조작하기까지 했다. 홈즈는 “나중에 우리가 그런 기술을 개발하면 된다”라며 태연하게 실험 결과를 조작했다고 한다. 에디슨이라는 메디컬 키트는 한마디로 거대한 사기극이었던 것..


조금만 생각하면 이상한 게 한두 개가 아니었는데 어떻게 모두가 속아 넘어갔을까? 생물학은 IT와 다르게 저렴하게 무한대로 실험할 수 없다. IT 서비스와 달리 생물학에서 실패는 인간을 죽음에 이를 수 있는 분야기에 기술에 대한 과대포장은 그저 사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마케팅 수단으로나 쓸 거짓 홍보와 그에 호응해준 언론이 있었다는 것, 게다가 홈즈의 화려하게 포장한 자기 PR은 생명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철저한 기만이었다. 무엇보다 기술적으로 의문이 많았다. 손끝의 혈액에는 죽은 세포 등 순수하지 않은 부분이 많아 고작 피 몇 방울이다 보니 오염되기도 쉽다. 하지만 정확한 검사가 가능하냐는 질문이 있었지만 홈즈를 집중 조명하는 IT 매체, 경제 매체도 입을 다물었다. 일부러 그랬다기보다 잘 몰라서였다는...   



실리콘밸리 창업가의 스테레오 타입인 스탠포드 대학 중퇴에 화려한 언변, 뛰어난 외모, 제3국을 구하겠다는 웅대한 비전을 가진 여성 과학자 출신의 CEO라는 이미지는 언론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인도주의적인 바이오 스타트업이라는 포장과 스티브잡스처럼 검은 터틀넥만 입고 연구에만 매진하는 이미지로 홈즈는 자신을 가꾸었다. 성공한 미국 여성인으로 포장하기 위해 금발로 염색까지 하고 홈즈는 자신의 인지도를 쌓기 위해 언론에 무수히 과장하여 노출되기를 꺼리지 않았다. 특히 미국의 경제지 포춘은 홈즈와 테라노스의 신화를 가장 앞장서서 포장해주었던 언론이었다. 2014년 6월 홈즈와 테라노스를 잡지의 커버스토리로 내세워 대대적으로 홍보해주었고, 이어 테라노스의 기업가치를 90억 달러, 홈즈의 재산을 45억 달러 수준으로 평가해줬다. 홈즈를 올해 기업인이자,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여성 억만장자라고 포장해주기도 했다. 결국 포천은 이러한 기사를 낸 것에 대한 사과 기사를 게재했고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 홈즈와 테라노스의 문제를 지적한 후 테라노스의 가치를 '0달러'로 변경했다.


또한 엘리자베스 홈즈와 라메시 서니 발와니 테라노스 COO는 연인 사이로, 발와니는 홈즈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중년의 인도 IT 회사 중역으로, 이미 IT 버블 시절에 성공한 경험이 있었다. 이사회에게도 둘의 사이를 비밀에 부쳤으며 내부 직원이 반발이 있을 경우 회사에서 바로 내쫓는 등 갑질과 은폐 전략을 썼다는 것도 문제였다. 테라노스에 고용된 한 과학자는 갑질과 좌천, 실직을 거치며 자살까지 택하기도 했다는.. 홈즈와 테라노스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비즈니스 세계에 수많은 성공 신화 못지않게 수많은 사기극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출처: https://it.donga.com/27494/ 

https://ppss.kr/archives/191650

http://naver.me/xUJrK3mr

https://blog.naver.com/foreverlllll/221590311762




recipe 97. 배드블러드

엘리자베스 홈즈와 테라노스의 사기극을 폭로한 기자 존 캐리루가 쓴 책 '배드블러드'는 그 전말을 마치 스릴러처럼 박진감 넘치게 글로 엮었다. 그녀를 제니퍼 로랜스가 연기하며 최근 영화화한다는 소식도 있다.  



recipe 98. 천재들의 대참사

저널리스트  라이언스의  '천재들의 대참사' 저자가 52세의 나이로 스타트업의 일원이 되면서 적나라하게 겪은 스타트업의 문화와 버블에 대한 경험을 책으로 썼다. IT 전문기자이자 스티브잡스나 빌게이츠도 즐겨보던 인기 블로그 '스티브잡스의 비밀 일기' 운영자로 유명한 저자는 뚜렷한 기술이 없고 매출이 하락세임에도 기업 가치를 뻥튀기해 큰돈을 벌어들이고, 직원들에게 겉보기만 호화로운 특전을 부여하느라  돈을 날리는 스타트업의 그림자를 다양한 일화를 섞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스타트업 문화에 대한 유아적 환상을 가지고 있다면 새롭게 판을 읽는 경험을 하게  책으로 참고할 만하다.



목표일: 66/365 days

리서치: 98/524 recip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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