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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슬로우 Apr 26. 2020

[부록]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

북홀릭

매일 스타트업과 브런치. 50 day


작가로 활동하고 계신 분이 나에게 추천해 준 감각적인 소설이 두 편있다. 리브카 갈첸의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 그리고 페터 회의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인데, 리브카 갈첸의 책은 작년엔가 읽었고 스밀라는 책을 사둔지 몇 년이 됐는데 아직 손을 못대고 있다. 사실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 아껴두는 책이기도 하다.    



recipe 76. 리브카 갈첸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 

우리는 매일같이 기상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체크를 한다. 오늘은 영하 몇도, 비가 오는지, 미세먼지가 많은지. 하지만 수많은 과학적 데이터로 분석을 해낸 기상청의 예보는 항상.. (슬프게도 구라청..) 틀린다. 과학적 ‘진리’는 없다는 듯이. 


우리의 대기질은(나를 둘러싼 모든것은) 불안정하고, 꼭 내가 바라던 확신하고 믿었던 기상현상이 일어나리라 기대하지도 않는다.슬프게도.. (현실은 즉, 미래는 말할 것도 없고 현재, 과거 모두는 게다가 타인과 함께하는 삶은. 항상 내가 나의 관점에서만 바라보기에 내가 미루어짐작한 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무력하게도.. 


사랑의 속성이 바로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이라는 것을 말하려는듯 하다. 재밌게 쉽게 읽히지는 않는 소설이었지만... 읽고 나니 여운이 남는다. 


소설은 심리추리극처럼 전개된다. 어느날 나는 아내 레마가 가짜 레마처럼 느껴진다. 주인공으로 설정된 나, 레오의 입장에서는 그 사실이 너무 자명하다. 그것은, 주체인 내가.. 즉 레오가.. 그렇게 느끼기 때문이다. 읽다보면 마치 모든 주인공들이 다 정신이상자처럼 느껴지며 셜록홈즈처럼 멋지게 실종사건을 해결하려다 실패하고 만다. 소설의 마지막까지 누가 진짜고 무엇이 진실인지 밝혀지지 않는 열린 결말로 끝이 난다. 슈뢰딩거의 고양이같이.. 


마지막 챕터만 읽어도 이 소설은 다 읽었다고 볼 수 있다.. 내가 사랑하는 아내 진짜 레마는 실제 존재했고 그녀를 너무 사랑하는데 이 세계엔 어쩐지 사라져버렸다. 그녀는 어쩌면 평행우주의 어느 다른 공간의 대기질 속에 사라져버렸는지도 모른다. 슬프게도 현실에선 그녀와 도플갱어같은 가짜 레마만이 이질적으로 사랑을 확인시켜주며 무언가 내가 바라고 생각하는대로가 아닌 상태로, 찜찜하지만 리얼인듯 다시 살아가게된다. 우리 삶과 사랑이 그렇지 않은지. 


하지만 주인공 레오가 굳게 믿게 하는 점은 “사랑은 변하지만, 변해도 그 사랑은 변치 않는다.”이다. 하지만 어쩌면 이것도 소설적 환상인지도. 이제는 사랑하지 않은 이질적인 누군가와 한때 사랑했던 그 기억을 간직한 채로 슬프지만 그래도 행복하게 살아가는게 우리 사랑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목표일: 50/365 days

리서치: 76/524 recip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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