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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슬로우 Jun 06. 2020

[부록] 검사내전과 김웅

북홀릭

매일 스타트업과 브런치. 91 day


작년 재밌게 보았고 잊을 수 없었던 드라마 중 하나가 '검사내전'이다. 믿고 보는 이선균의 연기와 함께 주조연이랄 게 따로 없이 진영지청 검사들 캐릭터가 하나하나 모두 살아있어 더욱 신선한 연출이었다. 검사란, 영화 '더킹'에 나오는 권력형 검사만 있는 게 아니라 각종 민사에 준하는 자잘한 형사사건을 다루고 평범한 회사원이나 다름없는 듯한 생활형 검사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해 준 사람 냄새나는 드라마였다.

 

출처: jtbc 



recipe 138. 김웅 '검사내전'

드라마의 원작, 검사내전 생각보다 이 책 너무 재밌다. 드라마를 통해 김웅 검사가 맡은 사건들과 스토리는 이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푹 빠져 읽을 만큼 김웅 작가의 글은 정말 맛깔난다. 힙합 가사처럼 글에 리듬감이 살아 있고 허세와 부심없는 힙합퍼 없듯이 그의 글도 사회와 법 내부에 대한 비판으로 가득한데도 당청 꼴찌, 또라이 검사로서의 부심이 한껏 느껴진다. 군데군데 인용하는 비유가 아주 찰떡같으며 다소 또라이같은 그의 행동과 사고방식이 완전 사이다이다. 스스로를 이런 식으로 포장하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이다. 적당히 정의로운 척도 하고 적당히 닳고 닳은 것이 재밌는 캐릭터임에는 틀림없다.


김웅 이제는 국회의원이 된 전 검사는 검사내전 쓸 당시만 해도 국회의원이 될 계획이 전혀 없었는지 다른 검사들이 앞서 낸 책들을 거론하며 "우연의 일치인지 그런 책들의 저자들은 얼마 후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하더라. 그래서인지 나는 검사가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해 부담감과 반발심을 반반씩 가지고 있다"라고 써놓았다.


 


2018년 1월에 초판이 발행되었으니까 불과 2년 만에 그는 검사에서 작가로, 작가에서 국회의원으로 직업을 세 번이나 갈아타게 되었다. 그 짧은 2년 사이 우리나라에는 조국 대 윤석열의 대결구도로 한참 검찰개혁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고, 코로나로 전 세계가 마비되었으며, 그 와중에도 유일하게 총선을 치른 나라로 우리나라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면서 어느 때보다 민주당의 압승으로 정치구도가 뚜렷하게 굳어졌다.


검찰 조직에 대한 자기반성과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견제구를 날린 김웅 검사는 이제 패배한 보수당 국회의원으로서 다시 자기반성과 정치권의 내부고발을 해나가며 싸워야 할 위치에 서게 됐다. 그가 앞으로 국회내전은 어떻게 치를지, 생활형 국회의원의 모습은 어떨지 또 훗날 책 한 권으로 정당 내부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으로 퉁칠 생각 말고, 표값을 하고 책임도 지는 정치인이 되었으면 하는 불가능할지도 모를 바램을 가져본다.


김웅 검사는 검경수사권 조정에 반대하다 좌천을 겪으며 사표를 던지자마자 정치에 입문, 출마하자마자 국회의원 뱃지를 달았다. 검찰개혁의 허점을 찌르며 현정권의 맞수로 보수의 주목을 받으며 등장했는데 그가 이 책을 쓴 이유가 마지막에 나온다.


우리나라는 검찰의 힘이 지나치게 강해서 검찰공화국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대통령 공화국이나 형사처벌 공화국이라고 불러야 한다라며.. 결국 인사권으로 검찰을 쥐고 흔드는 것은 권력자니까 늘 검찰 개혁은 권력을 쥔 자의 욕망을 대변하기 때문. 따라서 형사처벌 조항을 줄이고 민사 분쟁을 형사 사건으로 변질시키는 고소 고발 제도를 개선한다면 검찰권과 수사기관의 전횡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라고 생활형 검사 김웅은 해결책을 제시하며, 마지막까지 경고하듯이 형사처벌 조항을 줄이지 않고 검찰권과 수사기관에 대한 비난과 인물 갈아치우기만 한다면 결국 이름만 달리한 수많은 수사기관들의 전횡으로 국민들의 자유만 침해받을 것이라고 결론짓는다. 이 책엔 알게 모르게 그가 합리적 보수 노선으로써 정치에 나선 이유가 담겨있으며, 책을 쓰면서부터 빅픽처를 그린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그의 학부 때 전공도 정치학과였다. 


사기공화국이자 고소공화국인 우리나라의 민낯을 드러내 주어 이 책은 나 같은 법알못 소시민에게 알 권리를 충분히 충족시켜준다. 법의 불온전함과 법이 정의가 아니란 것을, 법은 모르는 게 손해며 웬만하면 법의 소용돌이는 피해 가는 게 상책이지 싶다.




목표일: 91/365 days

리서치: 138/524 recip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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