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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슬로우 May 31. 2020

[부록]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북홀릭

매일 스타트업과 브런치. 85 day


한국 문학계에서 SF소설이 푸대접을 받고 있다는데, 나는 요즘들어 집는 소설이나 영상 콘텐츠마다 대체로 공상과학류가 많다. 그 부류의 소설들은 사실 미래의 첨단적인 공상과학을 다루고 있지만 사실, 들어가보면 결국 현재의 인간관계에서 일어나고 고민하는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주제들을 다룬다. 과학적 성과 앞에 근본적인 인간의 본성을 되돌아보게 하고 사회 비판할 거리도 던져준다. 하지만 요즘 방영하는 김은숙의 드라마 '더킹'처럼.. 쌈박한 SF이론이 너무 식상하게 그려질 때는 이제 그만 작가나 창작자들이 과학 이론을 끌어들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recipe 127.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이 책이 그려낸 미래는 일론 머스크가 실현시키고자 하는 '스페이스 X' 프로젝트처럼, 우주 공간 내 행성 간 이동이 마치 여행하듯 자유로워진 때이다. 웜홀을 통과하는 워프 항법의 획기적 발견으로 손쉽게 다른 행성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된 미래. 하지만 아무리 과학이 발전한 시점에도 여전히 우주선이 빛의 속도를 따라갈 수는 없는 법. 그렇기 때문에 무한한 우주와는 달리 한계를 가진 인간에게는 어쩔 수 없는 고독이 있다. 과학이 발전되어도 인간을 수백년 우주 미아로 살도록 외롭게 만들어 버린다면 기술 발전이 다 무슨 소용인가.. 


이 소설은 촉망받던 한 여성 과학자가 노인이 된 시점에서, 자신의 삶에서 결코 놓지 못한 '일'과 '가족'을 이야기하고 싶은 듯 하다. 그녀가 젊었을 때, 인류에게 획기적인 딥프리징 기술 발표를 앞둔 하루 전날,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가족이 이미 이주해간 슬렌포니아 행성으로 갈 수 있는 항로가.. 내일이면 닫힌다는 것. 그것도 국가에서 재정 손익 때문에 그 항로 운행을 그만두기로 한 것.. 그런 말도 안되는 양단의 결정의 순간 앞에서 그녀는 자신이 해야할 '일'을 수행하게 되는데.. 그 후 제때 떠나지 못한 안나는 '가족'과 영원히 헤어진 채 홀로 우주정거장에 남게 된다. 자신이 개발한 딥프리징 기술로 수백년을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자신의 가족이 있는 행성으로 떠날 수 있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우주선이 빛의 속도로 가지 않으면 절대 도달할 수 없는 그 곳으로 그녀는 꼭 떠나야만 한다고 간청한다. 가족의 곁으로.. 안전하게 지구로 홀로 귀환하는 것 대신. 


어쩌면 그것 역시 그녀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자신이 연구한 중차대한 업적을 인류에게 발표하는 일, 그리고 이미 죽어버렸을지도 모르는 가족이 있는 곳으로 수 백년이 걸리더라도, 가는 도중에 홀로 죽게 될지 몰라도 그 곳을 향해 가야만 하는 일. 그녀에게는 일과 가족 중 무엇 하나 가치 우위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이 해야만 하는 것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그렇게 자신만의 삶의 이유과 삶의 가치를 가지고 살아가니까.. 



목표일: 85/365 days

리서치: 127/524 recip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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