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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슬로우 Aug 02. 2020

[부록]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죽는 법

북홀릭

매일 스타트업과 브런치. 125 day


며칠 전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이라는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완독했다. 초반 한 아이의 죽음이 말미에는 거대한 인류사에 기록될지도 모를 노벨상 수상 등의 과학적 업적과 그것을 위한 음모에 얽힌 것으로 밝혀지는데..  지구로 떨어진 운석과 그 속에서 나온 우주의 고대 미생물이 북극 그린란드의 어느 빙하 속에 갖히면서 벌어지는 사건으로 이러한 전개를 예상하고 본 게 아니라 굉장히 흥미로웠다.


우리 몸 속에 고대적 미생물이 아직도 산다?라는 다소 믿기 힘든 이야기를 이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말고도 올해 초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죽는 법’이란 책을 통해 접한 적이 있는데,



이 책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죽는 법’은 생각의 패러다임을 뒤흔든 리처드 도킨슨의 '이기적 유전자'를 떠올리게 했다. 진화의 주체가 우리 인간 개체나 종이 아니라 '유전자'이며, 인간은 그저 유전자 보존을 위해 맹목적으로 프로그래밍 된 기계에 불과하다는 주장이었고, 발간된 1976년부터 아직도 이 책은 논쟁적이다.


이 책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죽는 법(롱제비티 패러독스)'도 마찬가지로 다소 논쟁적일 수 있는데, 건강하고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우리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 속의 '박테리아'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우리 몸은 '미생물'의 숙주이며, '박테리아'가 살아가는 집일 뿐, 우리를 인간으로 만든 것은 우리의 '유전자'도 아니고 바로 '박테리아'라고 한다.      


내 몸을 이루는 세포의 90%는 인간 세포가 아니라 우리 몸 밖에 사는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곰팡이, 기생충의 세포로서 일반적으로 '미생물군 유전체(마이크로바이옴, microbiome)'로 불리며, 우리가 얼마나 오래 살지는 이 고대 유기체의 운명에 달려있다고 한다.



recipe 196. 스티븐 건드리 'Longevity Paradox(장수의 역설)'


p.6

마침내 노화를 규정하는 또 다른 역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즉, 우리가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인간과 관련이 없는 고대 유전자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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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작 '플랜트 패러독스(식물의 역설)'에서 식물이 지구상의 유일한 생명채였던 4억 5천 만년 전 과거로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을 떠나보자고 제안했다. 식물들은 곤충들이 나타나 자신들을 먹어치우기 전까지 약 9천만 년 동안 지구를 지배하며 살았다. 식물은 갑자기 힘든 시기를 보낼 수 밖에 없었지만, 곤충은 순순히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식물에는 우리가 아직 정복하지 못한 특별한 능력이 있다. 즉, 식물은 햇빛을 다른 물질로 바꿀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 식물은 크기도 얼마되지 않는 작은 포식자들이 어느 순간부터 때로 나타나 자신들의 성장과 번식을 막는 상황을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자신을 보호하는 복잡한 방어수단을 개발했다. 식물은 포식자를 독살하거나 마비시키고 아프게 하거나 혼란에 빠뜨리는 화학물질과 수단을 만들어 냈다. 바로 '렉틴'(그래서, 렉틴 함유된 음식은 몸에 해롭다는 논리)이다. 나는 '플랜트 패러독스'에서 오늘날 인간이 직면한 건강상의 위기는 대부분 식물이 만든 그러한 화홥물을 알게 모르게 섭취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제 다시 나와 함께 타임머신을 올라타 좀전보다 훨씬 더 멀리, 식물이 존재하기도 전인 약 30억년 전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우리는 이제 박테리아와 단세포 외에 아무것도 없는 광활한 공간에 도착했다. 박테리아와 단세포 생물은 산소없이도 자라고 분열할 수 있다.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 산소는 종종 단세포 생물에 매우 치명적이다. 나중에 더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이 생물들은 우리가 유독가스로 알고 있는 황화수소에서도 살아남는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대기 중에서 특별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산소 수치가 조금씩 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박테리아는 산소가 없는 조건에서 생육하는 성질인 혐기성 환경에서 진화했으므로 산소는 오히려 그들에게 치명적인 존재였다. 갑자기 세상이 위험한 곳으로 변한 것이다.   


원핵생물에 속하는 박테리아는 모든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다음 세대에 DNA를 물려주어야 하는 생물학적 의무가 있으므로 적대적으로 변한 새로운 환경에서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아주 영리한 계획을 세웠다. 이들은 다른 단세포생물 속으로 들어가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급격히 변화시킬 거래를 시작했다.


즉, 박테리아는 음식과 보호막이 되어줄 안정적 집을 제공받는 대가로, 그 집의 주인인 숙주 세포가 기능하고 생존하는 데 연료가 되어 줄 더 많은 에너지를 제공했다. 그 합의로 인해 조류, 균류, 식물 그리고 당신과 나를 포함한 모든 동물의 세포를 구성하는 진화세포인 진핵세포가 생겨났다.


자. 이제 타임머신을 타고 다시 21세기로 돌아오자. 만약 내가 좀 전에 말한 그 박테리아들이 오늘날, 우리의 세포에도 존재한다고 말한다면, 어떻겠는가?


속담처럼 진실은 종종 허구보다 낯설다. 미토콘드리아라는 그 박테리아가 바로 우리가 먹는 음식과 산소를 사용해서 모든 세포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든다. 하지만 수십억 년 전에 모든 박테리아가 단세포 생물들과 같은 거래를 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박테리아들은 어땠을까?


다른 생물의 세포 속으로 들어간 박테리아가 에너지를 만들고 그 세포들이 더 복잡한 생물체로 진화할수록 대기 중 산소 수치는 점점 더 늘어났다. 따라서 나머지 다른 박테리아들은 혐기성 환경과 비슷한 동물의 '대장'으로 자리를 옮겨서 치명적인 산소를 피할 수 있었고, 수십 억년 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다.


박테리아가 지구의 산소를 피해 안전하게 살기 위해 사실상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을 창조했다고 한다면, 너무 이상한 말 같은가? 내친 김에 이상한 말을 좀 더 해보겠다. 우리 배 속에 사는 박테리아는 바깥 상황이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그들과 친척관계인 우리의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어떤가?


따라서 우리가 얼마나 오래 살지는 고대 유기체의 운명에 달려 있다. 역설적이게도 우리를 구성하는 것 중 가장 오래된 것에 우리를 젊게 해 줄 힘이 있는 것이다. 박테리아도 모든 생명체와 마친가지로 살아남아서 자신의 DNA를 후대에 전해야하는 생물학적 의무를 지녔기 때문이다.



p.10

인간은 세포의 90%가 다른 생물의 세포로 이뤄져있을 뿐 아니라 유전자도 거의 다른 생물의 유전자로 이루어져있다. 믿기 힘들겠지만, 우리를 구성하는 모든 유전자의 99%는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원생 동물의 유전자이며 인간의 유전자가 아니다. 인간은 실제로 유전자가 아주 적고, 팝콘에는 32,000개의 유전자가 있지만 당신은 겨우 20,000개의 유전자만 있다. 옥수수가 인간보다 유전자가 더 많다고? 옥수수 다음으로 동물계에서는 물벼륙이 유전자가 31,000개로 동물 중 유전자가 가장 많다.


인간이 지닌 유전자가 그렇게 적다면, 어떻게 인간은 이렇게 복잡한 생물체가 되었을까? 무엇이 인간을 다른 동물과 다르게 만들었을까? 한마디로 답은 '박테리아'이다. 우리를 인간으로 만든 것은 우리의 유전자가 아니라 그 박테리아였다. 충격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 일어났던 일들, 그리고 앞으로 우리에게 일어날 일들 대부분은 우리의 위장과 입, 피부 속에 있는 박테리아의 상태로 결정된다. 그러므로 1%를 돌보는데 집중하지 말고, 우리를 구성하는 99% 유전자에 더 관심을 가져야하지 않을까?



p.12

현대의 유전자 분석 결과가 우리의 운명과 장수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아주 미미하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운명은 아주 많은 부분이 우리 몸 안팍에 사는 수조 개의 유기체에 달려있다. 미생물들은 그들이 사는 보금자리에 많은 공을 들였다. 그래서 그 보금자리가 오랫동안 좋은 상태로 유지되기를 바란다. 그들의 생존은 말 그대로 우리에게 달려있고, 우리의 생존도 그들에게 달렸다.



출처: https://youtu.be/OaY_AAaQv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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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건강에 좋다고 하는 이론들을 대놓고 맹신하며 믿는 편이 아니라서.. 그의 주장이 어떤 배경에서 이루어진 것인지 등을 생각해보게 되는데.. 책의 저자 스티븐 건드리는 저명한 의학박사로 알려져있는데 로마린다 의과대학의 교수로 재직했고 대학의 재단이 어디인지도 알아보니 그 종교의 교리 가운데 채식 습관에 대한 생활강령같은 부분이 있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과학적인 논리와 더불어 다소 저자의 종교적인 관점이 섞여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이기도..  


미생물에게 잘 해야 우리가 젋게 오래살고 행복하게 죽을 수 있다는 것이, 마치 우리를 그분께(신께) 맡기고 의탁하고 의지하고 기도하고 믿으라는 것과 어쩌면 비슷한 논리 전개처럼 보이기도 해서.. 마치 '미생물'을 '신'과 같은 관점으로 놓고 설득하려는 것인가? 싶기도 한데.. 신의 존재와 역할이나 장 내 미생물균은 우리의 눈에 둘다 보이지 않지만 한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신의 영역은 과학적으로 증명이 안된다는 점이고, 우리 몸 속 미생물은 과학적으로 관찰되고 합리적인 접근이 가능하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런 부분은 접어두고.. 이 책은 요즘 대두되고 있는 장-뇌건강의 축에 대한 이야기라서 꽤 실용적이면서도 흥미로웠고 삶에서 적용할 만한 것들이 많다.



목표일: 125/365 days

리서치: 196/524 recip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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