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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슬로우 Jul 09. 2020

[아무튼 프랑스] 파리 13구에 들어선 스타시옹 F

아무튼 프랑스

매일 스타트업과 브런치. 102 day


오래전 99년도에 밀레니엄을 백몇일 앞두고 파리 13구에서 여름 방학 동안 한 몇 개월 살아본 적이 있다. Foyer Tolbiac이라고 아직도 그 기숙사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때 에펠탑에는 D-183 avant l’an 2000 불이 매일 하루하루 카운트되고 있었고, 그때만 해도 아직 유로화가 진행되기 전이어서 물가도 그렇게 높지가 않았다. 콜라가 한국보다도 싸네? 하고 생각할 정도였으까. 까마득한 옛날인 것 같은데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나고 20년이 넘어 다시 간다고 해도 프랑스는 여전하리라는 믿음이 있다. 센강도 그대로, 에펠탑도 그대로, 카페 거리도 그대로, 노틀담만이 무너졌겠지만... 유럽은 고전 양식이 그대로 보존되니까. 하지만 한 가지 엄청나게 새롭고 기대되는 곳이 있다.


당시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던 퐁피두 센터와 프랑스의 스타트업 지원센터로 유명한 파리의 'station F'. 불어로 발음하면 '스타시옹 F'이다.




recipe 161. 스타시옹 F

사는 동네가 공덕동이다 보니 아침에 운동을 갈 때 항상 지나치는 건물이 있다. 국내 최대 규모로 지어진다는 스타트업 지원센터 '프론트원(FRONT1)'. 지난달까지만 해도 공사장 막이 쳐있었는데 이제 외부 공사가 다 끝났는지 얼마 전부터 정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유리문으로 건물 안을 들여다보니 아직 내부 공사가 진행 중이고 안내 직원들이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을 보아 곧 오픈을 하긴 할 태세. 아직 예전의 신용보증기금 간판을 그대로 달고 있어 간판까지 달고 불까지 켜면 오픈을 조만간 하게 될 것 같다.


'프론트원'은 세계에서 제일 크다는 스타트업 지원센터인 프랑스 파리의 '스타시옹 F'(연면적 3만4000㎡)보다도 연면적이 크다는 것을 계속 내세웠었는데 3만 6259㎡로 살짝 더 크다. 광화문 광장의 2배 크기라고.. 그러나.. 프론트원이 층고가 높아서 그렇지 사실 스타시옹 F보다 크다는 인식이 들지는 않을 듯. 층고가 낮은 스타시옹 F는 오래된 철도역 부지를 개조해 만들어서 총 부지면적이 훨씬 더 크다고 봐야 한다. 내가 살았던 파리에서 조금은 꾸졌던 동네 13구에 이런 힙한 건물이 들어서 있다니.. 이 곳에 대한 로망 때문에 다시 파리가 엄청 엄청 가고 싶어 진다.      


출처: https://youtu.be/U5lOVeulrb0

출처: https://blog.naver.com/pon04021/221663492815


파리의 '스타시옹 F(Station F)'는 프랑스의 통신 재벌이라고 불리는 이동통신사 '프리(FREE)' 대표 자비에 니엘이 2억 5천만 유로(3천240억원 상당)의 사비를 털어 만든 민간 창업지원센터이다. 원래는 1929년에 지어져 90년 가까이 된 낡은 철도 기지였던 곳을 약 3년간의 공사를 거쳐 전면을 유리창으로 두른 세련된 미술관 같은 외양으로 고쳐 2017년 세계 최대의 스타트업 육성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2017년 당시 여기사 문을 열었을 때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었다. 창업 후발 주자였던 프랑스를 '스타트업 국가'로 만들어 영국 런던과 미국 실리콘밸리로부터 '세계 창업 허브 메카'라는 간판을 뺏어오겠다는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의 야심과 전략이 스타시옹 F에 함축돼 있었기 때문.


이렇게 민간이 주도하는 창업 열기를 뒷받침하는 것은 프랑스 정부다. '친기업'을 외치는 마크롱 정부는 2017년부터 혁신 기업 창업자와 그 기업 직원, 가족들이 최대 4년간 프랑스에 머물 수 있는 비자를 발급하고 있다. 혁신 기업이라면 국적을 불문하고 모두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또 공기업 지분을 매각해 100억 유로(약 13조 원) 규모의 벤처·스타트업 육성 기금도 조성하기로 했다. 스타시옹 F에 공공 서비스 통합 사무실이 입주할 수 있었던 것도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프랑스 정부가 부처 간 장벽을 넘는 협력 체계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출처: https://youtu.be/2FNackLVo2A


현재 스타시옹 F에는 세계 78개국에서 온 스타트업 1000여 개와 직원 3600명이 머문다. 기업당 매달 195유로(약 26만원)만 내면 인터넷이 가능한 사무공간과 회의실 등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집도 지어서 400유로(약 50만원) 안팎에 저렴하게 빌려준다. 이곳에서 차로 10분쯤 떨어진 지역에서 아파트 3동을 짓고 있다. 창업자 600명이 방 하나씩을 배정받고 입주할 예정이다. 임대료는 모두 파리 시내의 50% 수준이다. 해외에서 스타트업을 만나러 오는 투자자 등을 위해 근처에 호텔 5개도 짓고 있다.


미국의 페이스북과 MS, 프랑스의 로레알과 LVMH, BNP파리바, 한국의 네이버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스타시옹 F에 입주해 스타트업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멘토 역할을 한다. 페이스북은 데이터 분석, MS는 AI(인공지능), LVMH는 럭셔리 산업, BNP파리바는 핀테크, 네이버는 소비자 대상 인터넷 전략 등 31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창업자들은 이 중 자기 사업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골라 듣는다.


‘올드 경제’로 대표되는 유럽 국가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일찌감치 스타트업 육성 분야에 정책 초점을 맞추고 있다. 프랑스는 2013년 첫선을 보인 스타트업 육성정책 ‘라 프렌치 테크’를 업그레이드하며 스타트업 생태계의 글로벌화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도 최근에 창업지원공간이 너무 많고, 정책지원이 너무 늘어서 이미 포화상태가 아닌가 싶은데, 앞으로 우리나라도 국가 경쟁력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미래의 먹거리를 찾기 위해서는 창업 시장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것이 어쩌면 당면한 현실인 것 같다. 점점 일하는 게 보다 자유스러워지고 즐거워지는 이러한 창업육성 분위기. 뭐 사실 나는 너무 좋다.. ^^          


출처: https://stationf.co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11/2019061100026.html?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biz

https://www.sedaily.com/NewsView/1Z3WPFJ0L9

https://blog.naver.com/ingtour7/221969914305




recipe 162. 에꼴 42

어제 올린 핀란드편에 이어서 쓰자면, 핀란드에 알바대학교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에꼴 42'가 있다.


교육계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세계적인 IT 인재 전문 교육기관 ‘에꼴 42’는 3無(교수, 교재, 학비)인 교육기관으로 유명하다. 졸업장도 학위도 없다. 학비가 무료라니.. 역시 프랑스의 클래스.. 그래서 나도 한 때 불어 전공을 했으니 프랑스에서 무슨 분야가 됐건 유학 생활하면서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알로까시옹을 받아 한번 살아볼까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에꼴 42(ecole 42)'도 역시 '스타시옹 F'와 함께 자비에 니엘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여 IT 인재 육성 시스템을 혁신하기 위해 설립한 SW교육기관이다. 사유 재산 4800만 유로(약 612억)를 투자해 2013년에 설립했다.


IT 기본교육을 이수한 18~30세 청년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어 전 세계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드는 곳으로 졸업생이 100% 취업하는 것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기업들은 이 학교 출신 학생들을 데려가려고 줄을 선다고 한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수영장' La piscine이라고 불리는 학생 선발 과정은 그 자체가 에꼴42 교육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최종 선발되기 위해 두 개의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1차는 ‘논리와 추론 능력 테스트’, 2차는 매일 주어지는 프로젝트를 '코딩'을 통해 풀어야 한다.  


출처: https://youtu.be/uKtlsyWOjL4


에꼴42는 언제든 공부할 수 있게 24시간 개방한다. 컴퓨터가 가득한 방에서 학생들은 먹고 자며 문제를 풀고, 그렇기 때문에 수영장처럼 수건이 널려져 있다. 핀란드의 '스타트업 사우나'처럼 땀을 흥건히 흘리며 열정을 다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해결해야 할 프로젝트의 난이도는 높아지며 동료들끼리의 협업과 상호평가를 통해 솔루션을 찾아가야 하고  수영장 과정을 성공적으로 통과한 약 1,000명의 학생이 본 과정을 이수하게 된다.


에꼴42의 선진 교육의 핵심이 무엇인지 그 비밀을 밝혀내겠다고 인터뷰에 나선 어느 한 기자는 "수익구조, 이윤창출, 목적과 의도를 집요하게 물어본 필자와 그들은 다른 차원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뭘 어떻게 하고 있나'라는 궁금증에 '아무것도, 단지 스스로, 그리고 함께 하게 도와줄 뿐'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확실하고도 가장 어려운 걸 그들이 하고 있더라는 그런 정답 같으면서도 허탈한 답을 들고 돌아온 기분이다."라고 했다.


필자가 느낀 에꼴42의 힘
• 기계의 시대에 맞서 고수해야 할 지극히 인간적인 가치에 집중한다.
• 장벽을 낮추고 편견을 배제해 최대한 사람을 모으고, 스스로 재능을 발휘할 장을 만들어 준다.
• 특별한 학습은 없다. 특별한 사람으로 스스로 성장하는 시스템을 제공할 뿐.
• 한 명의 천재보다 협업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가치를 지향한다.
• 삶에서 닥치게 되는 불운과 좌절까지도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 이 모든 철학들은 근시안적인 계산과 이윤추구 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출처:  http://naver.me/FYJt2Gym

https://youtu.be/oJf-pDbqrXE


우리나라에도 강남 개포동 디지털혁신파크에 에꼴42의 서울캠퍼스가 개설되었다고 한다. 프랑스 에꼴42와 마찬가지로 학위가 없는 과정으로 3무를 내세운다. 몇 년 전부터 코딩 바람이 불었던 것도 이런 유럽의 교육 시스템을 따라가기 위해서 였던 것 같다. 기존 대학이 모두 폐지되고, 이런 실용적이고 창의적인 교육기관들이 좀 더 많이 늘었으면 좋겠다 ^^



출처: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26/2018122600829.html

https://blog.naver.com/babeltop_net/221105555265




목표일: 102/365 days

리서치: 162/524 recip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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