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는 수많은 미술관이 있지만, 현대미술을 온전히 경험하고 싶다면 단연 현대미술관(MoMA, The Museum of Modern Art)이 최고다.
이곳에는 내가 사랑하는 거장들의 작품이 한데 모여 있다.
피카소, 반 고흐, 모네, 달리, 몬드리안, 잭슨 폴락, 앤디 워홀까지.
하지만 뉴욕 현대미술관을 방문하려면 인내가 필요하다.
나는 현대미술관에 입장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을 바라보며, 이곳이 뉴욕에서 가장 사랑받는 미술관이라는 걸 실감했다.
여행자, 예술학도, 뉴요커까지 모두 단 한 가지 목적으로 이곳에서 입장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줄이 천천히 움직이는 동안,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머릿속에 작품들을 떠올렸다.
'아비뇽의 처녀들, 별이 빛나는 밤, 브로드웨이 부기우기...'
입장하자마자, 나는 가장 먼저 파블로 피카소의 대표작 '아비뇽의 처녀들(Les Demoiselles d’Avignon)'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작품 앞에 서자마자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눈앞에 펼쳐진 이 거대한 캔버스는 미술사에서 하나의 전환점을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세밀하고 아름답게 그려진 기존의 인물화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었다.
어색한 듯 강렬한 색감, 날카로운 얼굴선, 보는 이를 압도하는 구도.
나는 모던 아트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작품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이 순간 직접 느낄 수 있었고, 이 그림 앞에서 한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피카소가 활동하던 시대에 이 작품이 얼마나 혁명적인 충격이었을지 상상해 보았다.
피카소는 이 그림을 통해 모든 형식과 규칙을 깨부쉈다. 그의 대담함과 새로운 시도 앞에서, 나는 다시 한번 예술의 위대함을 실감했다.
피카소를 지나 다음으로 향한 곳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대표작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이 있는 전시실이었다.
이 작품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 있었고, 나는 또다시 긴 줄을 서야 했다. 하지만 기다리는 시간조차 설렘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마침내, '별이 빛나는 밤'을 눈앞에서 마주하는 순간. 책 속에서 보던 이미지와는 차원이 다른 벅차오름이 가슴에서 요동쳤다.
격렬한 붓 터치, 휘몰아치는 하늘, 깊고 짙은 푸른 색감.
고흐가 바라본 그 밤하늘이, 그의 감정이, 이 작품 속에서 그대로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그의 붓질 하나하나가 얼마나 거칠고도 강렬한지, 가까이서 보면 더욱 선명했다.
그가 이 작품을 그리면서 어떤 감정을 품고 있었을지 상상하니, 마음이 뭉클해졌다.
'그는 어떤 심정으로 이 밤하늘을 바라보았을까?'
뉴욕 한복판에서, 나는 생 폴 정신병원에서 이 그림을 그렸던 한 예술가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뉴욕 현대미술관은 단순히 한두 개의 유명 작품을 보기 위한 곳이 아니었다.
이곳은 곳곳에서 다양한 시대, 다양한 예술가들의 실험적인 작품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특히, 몬드리안 (Piet Mondrian)의 '브로드웨이 부기우기(Broadway Boogie Woogie)' 앞에서 나는 뉴욕을 느꼈다.
빨강, 노랑, 파랑의 사각형들이 규칙적이면서도 자유롭게 배치된 몬드리안의 이 작품은, 뉴욕의 리듬과 속도를 그대로 캔버스 위에 옮겨 놓은 것 같았다.
이 그림을 마주하는 순간만큼은 맨해튼을 걷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역동적이었다.
또한, 앤디 워홀(Andy Warhol)의 '캠벨 수프 캔(Campbell’s Soup Cans)'을 보며, 예술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다시금 고민하게 되었다.
일상적인 물건을 예술로 승화시킨 그의 시선, 그리고 팝아트라는 장르의 탄생.
그의 작품은 여전히 시대를 앞서가는 것 같았다.
이 외에도, 잭슨 폴락, 살바도르 달리, 프리다 칼로, 마티스...
한 공간에서 이렇게 많은 거장들의 작품을 만난다는 것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
한참을 걷고, 한참을 감상하고, 한참을 기다렸지만, 그 모든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뉴욕 현대미술관은 단순한 미술관이 아니었다. 이곳은 현대 예술이 탄생하고, 실험되고, 혁신이 이루어진 공간이었다.
그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이 남긴 흔적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나는 단순한 감상자가 아닌, 그들의 세계에 들어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미술관을 나와 뉴욕의 거리로 나서면서도, 내 머릿속에는 여전히 피카소의 강렬한 색감과, 반 고흐의 휘몰아치는 붓질이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