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스트로 살아가기

by 슬로우

미니멀리스트


미니멀리스트(minimalist)는 최소한의 것만으로 살아가려는 사람’을 뜻한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미니멀리즘(minimalism)은 불필요한 것을 줄이고, 꼭 필요한 핵심만 남기는 철학이나 생활방식을 말하며, 미니멀리스트는 그 철학을 실천하는 사람으로, 물건·소유·시간·인간관계 등에서 단순함과 여백을 추구하며 살아가고자 노력한다.




나는 미니멀리스트이다. 사실 내가 처음부터 미니멀리스트였던 것은 아니다. 내가 미니멀리스트가 된 계기는 몇 년 전 나에게 일어난 두 가지 사건(?) 때문이다.


첫째, 자녀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학교 근처로 이사를 가야 했는데, 공교롭게도 전세대란으로 인하여 기존부터 쭉 살던 30 평대 아파트 매물이 하나도 없고 20 평대 아파트 매물이 딱 하나 있어서 어쩔 수 없이 20 평대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32평에서 25평으로 이사를 가다 보니 수납공간이 부족하여 많은 짐들을 버리거나 정리해야 했다.


둘째, 우연히 TV에서 한 프로그램을 본 후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결심했다.


정확한 문장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내용은 대략 이러했다.


‘아버지를 떠나보낸 남은 가족을 인터뷰 한 내용인데, 생전에 고인이 남긴 유품을 버리자니 고인과의 추억 때문에 도저히 버리지 못하겠고, 갖고 있자니 낡고 쓸데없고 공간만 차지하는 짐이라 스트레스가 커서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죽기 전에 본인의 물건을 정리하는 것이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 부담을 안주는 좋은 것이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난 둔탁한 무언가로 머리를 얻어맞은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 마지막 말이 너무 마음에 와닿았고, 내가 죽어서까지 가족에게 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결심했다.




사실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결심하기 전까지 나는 미니멀 리스트와는 정반대의 사람이었다. 어려서부터 수집이 취미였고 여행을 좋아했기에 나의 공간은 여행과 관련된 각종 기념품들과 자료들로 가득했다.


또한, 직장을 다니면서 하던 업무도 패션 관련이었기에 시장 조사나 해외출장 중 사들인 옷이나 액세서리가 옷장과 수납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좁아진 수납공간 때문에 언제 입거나 사용할지 모를 옷가지들과 액세서리들은 과감히 처분했고 여행과 관련해서 모았던 스노우볼, 열쇠고리, 각종 리플렛, 여행책자 등 공간만 차지하고 나중에 내가 죽었을 때 가족들이 처리하기 힘들다고 판단되는 것들은 모두 버렸다.


그리고, 직장을 그만두면서 연락처 목록에 남아있던 거래처들이나 앞으로 연락할 일이 없는 전 직장 동료들, 지난 2년 동안 한 번도 연락하지 않은 지인들의 연락처를 과감히 지웠다.


그 외에도 컴퓨터 폴더 안에 있던, 지금은 필요 없는 업무 관련 자료들, 오래된 사진들, 사용하지 않는 프로그램들을 지웠다.


불필요한 물건들이 생각날 때마다 재활용하고 버리고 정리하기를 약 1년 정도하고 나니 어느 정도 미니멀한 상태가 되었다.


신기하게도 정말 많은 물건을 버렸지만 생활하는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고 오히려 간편하고 깔끔한 느낌이어서 좋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서 쇼핑도 거의 하지 않고 만약에 사고 싶은 물건이 있어도 나에게 정말 필요한 물건인지 세 번 네 번 생각해 보면 결국 사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다.


쇼핑을 자주 하지 않으니 돈이 절약되고 공간이 부족하지 않고 소박하게나마 지구의 환경을 살리는 데 일조한다는 느낌도 들고 일석삼조이다.


인간 관계도 직장을 그만두면서 자연스럽게 정리가 많이 되어서 불필요한 모임이 확 줄고 불필요한 지출도 많이 줄고 불필요한 감정소모도 많이 줄었다.


특히 나는 내향형 인간에 가깝기 때문에 집에서 나만의 시간을 갖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다.


지금 나에게 친구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적어졌지만 그 정도의 친구들이라면 내 인생을 풍요롭게 살아가는데 충분하다.


내가 목표하고 있는 미니멀리스트의 마지막 단계는 디지털 디톡스이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부터 자유롭게 살고 싶은 것이 나의 목표이다.


그래서 평상시 외출할 때는 애플워치만 차고 다니고 스마트폰은 갖고 다니지 않는다. 처음에는 스마트폰이 없어서 많이 불편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갖고 다니는 것이 거추장스럽고 불편하다.


스마트폰 없이 외출을 하면 바깥 풍경도 보고 음악도 듣고 생각에 잠기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스마트폰 없이 오로지 애플워치와 이어폰만 있으면 외출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버스도 타고 편의점에서 음료수도 마시고 좋아하는 음악이나 라디오를 들으면서 산책도 하고 친구를 만나서 식사를 하고 차를 마셔도 스마트폰은 필요가 없다.


난 오늘도 진정한 미니멀리스트로 살기 위해서 어떤 부분을 더 줄여야 할지 고민하지만 지금은 딱히 줄일 부분이 생각나지 않는다.


불필요한 물건을 줄이는 것에서 시작한 미니멀리스트로 살아가기는 이제 불필요한 관계를 줄이고, 불필요한 마음을 줄이고, 진정으로 필요한 것에 집중하는 단계로 가고 있다.


나는 이런 실천을 하는 지금의 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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