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는 수많은 유적이 있지만, 판테온(Pantheon)은 조금 특별했다. 콜로세움처럼 웅장한 경기장도 아니고, 바티칸처럼 거대한 성당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느껴지는 감동은 단연 압도적이었다.
고대 로마에서 르네상스를 거쳐 현대까지, 수천 년 동안 변함없이 이 자리를 지켜온 완벽한 돔. 나는 그곳에서 영원을 마주했다.
처음 판테온 앞에 섰을 때, 나는 그 단순한 아름다움에 놀랐다. 거대한 코린트 양식의 기둥들이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 있었고, 그 뒤로 둥글게 이어지는 웅장한 돔이 모습을 드러냈다.
비교적 소박한 외관. 하지만 이 단순함이야말로 판테온이 가진 가장 강력한 힘이었다.
2000년 전,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가 재건한 이 신전은, 그 어떤 건축물보다 오래 살아남아 지금도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로마 유적이다.
'영원한 신들을 위한 신전'이라는 뜻을 지닌 이곳. 나는 조심스럽게 그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통과하는 순간, 완벽한 원형의 공간. 그리고 그 한가운데, 하늘을 향해 뚫린 거대한 원형 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게 정말 인간이 만든 건축물일까?"
돔의 꼭대기에는 오큘러스(Oculus)라고 불리는 거대한 개방형 창이 있었다. 오큘러스는 창이 아니라, 하늘과 직접 연결된 창문처럼 보였다. 판테온 내부에는 인공조명이 없다. 오직 저 하늘에서 쏟아지는 자연광만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아침과 저녁, 계절과 날씨에 따라 이 공간을 비추는 빛이 달라진다고 했다.
그 순간, 둥근 돔을 타고 빛이 흘러내리면서 벽과 바닥, 그리고 사람들의 얼굴까지도 부드럽게 감싸주었다.
나는 한동안 그 빛을 바라보았다.
마치 신이 이곳을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 이곳에서는 누구도 시간이 흐르는 걸 느낄 수 없다. 과거와 현재, 인간과 신, 모든 것이 한 공간에 공존하는 듯했다.
돔을 지탱하는 거대한 벽, 균형 잡힌 대리석 기둥, 천 년이 넘도록 단 한 번도 무너지지 않은 이 구조. 현대의 기술로도 완벽하게 재현하기 어려운 건축물.
그리고 이곳에는 한 사람이 영원히 잠들어 있다.
라파엘로(Raphael). 르네상스의 천재 화가. 미켈란젤로와 더불어 로마를 빛낸 천재 예술가.
판테온 한쪽 벽에 자리한 그의 무덤 앞에서, 나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그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예술은 지금도 이 도시를 빛나게 하고 있었다.
이곳에 묻히는 것이 그의 마지막 소원이었을까? 아니면, 로마가 그에게 마지막 안식처를 내어 준 걸까? 나는 조용히 그의 무덤을 바라보며, 그가 살아있을 때의 로마를 상상해 보았다.
밖으로 나와 다시 한번 거대한 기둥을 올려다보았다. 2000년 동안 무너지지 않은 건축물. 하늘과 연결된 신비로운 빛. 그리고 그 안에 잠든 천재 예술가들. 이곳은 인간이 만든 ‘영원’이라는 개념을 가장 완벽하게 담아낸 공간이었다.
비록 나는 잠시 이곳을 지나가는 여행자에 불과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판테온의 일부가 된 것 같았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로마에 온다면, 나는 또다시 이 문을 밀고 들어가, 돔 아래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시간을 잊을 것이다.
판테온이 그러하듯, 내 기억 속에서도 이곳은 영원히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