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 중 겪은 최악의 상사

by 슬로우

어제 집 근처 쇼핑몰에 방문할 일이 있어서 지하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후 매장을 찾아가고 있었는데, 우연히 보게 된 유명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의 광고판에서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굳이 보고 싶지 않은 얼굴이었는데, 이렇게 영상으로 마주하게 되니 예전의 좋지 않은 기억이 떠올랐다. 십수 년도 지난 일인데 이렇게 바로 그 기억부터 나는 걸 보니 그 당시 내가 적잖이 충격을 먹었다는 것을 지금도 내 마음이 기억하는 듯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내가 상사의 위치에 있던 적도 많았고, 다양한 회사에서 다양한 상사들을 모시기도 했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이 좋은 상사가 되는 것은 무척 어렵다는 사실이었다.


시중에는 좋은 상사 또는 리더에 대한 책이 무수히 많고, 리더십 관련 프로그램이나 강의도 수없이 많다. 또한, 좋은 리더에 대한 견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이는 나쁜 상사 또는 리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20년 넘게 직장 생활을 했던 나도 아직 누가 좋은 상사이고 리더인지 정의 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어제 우연히 영상으로 마주친 그 상사는 나에게만큼은 나쁜 상사이자 리더였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 상사는 해외에서 대학을 나오고,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로 20대 시절부터 누구나 아는 좋은 기업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유능한 상사였다.


지금도 50대 중반의 나이에 유명 기업의 대표를 역임하고 있으니 내가 그를 나쁜 상사라고 얘기해 봐야 다른 사람들은 나를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미리 말하지만, 그는 유능하지만 나에게 한정지어서 안 좋은 상사였다.


나는 그와 한 외국계 기업에서 대표이사와 부서장으로 만났다. 그는 대표이사였고, 나는 한 부서의 부서장이었다.


내가 이끌던 부서는 회사 내에서 주력 부서가 아니었기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부서였지만 나는 열심히 일해서 부서를 키우고 싶었다.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다 보니, 인원 충원의 필요성을 느꼈고, 나는 대표이사에게 부서를 키우기 위해서 인원이 필요한데 한 명만 충원해 줄 수 없는지 요청하면서 새로운 인원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해서 피력했다.


내 이야기를 다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가 건넨 한 마디에 나는 내 귀를 의심했고, 그 이후로 모든 의욕을 잃고 몇 달 후 다른 회사로 이직을 했다.


그가 건넨 말은 정확히 이러했다.


"그 부서에 사람을 뽑아주면, 그 사람은 경력이 망가지는 건데, 그건 그 사람에게 할 짓이 아니지요. 사람 충원은 안됩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아무리 주력 부서가 아니라도 엄연히 회사에서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고, 작게나마 역할을 열심히 감당하는 부서의 부서장 앞에서 이게 할 소리인가?


아무튼 그 당시에는 너무 열이 받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의 그런 단호하고 솔직한 모습이 오히려 리더의 중요한 역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그리고 그도 그 당시에는 각자 상황이 달랐고, 생각이 달랐고, 각자 맡은 자리에서 각자의 일을 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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