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마두로 정권 군사 개입 가능성을 우려했던 논문

에트랑제 통신 No.2

by 완서담필

2026년 1월 3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전격적인 참수 작전을 감행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체포하고 이들을 미국 뉴욕으로 압송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를 마약 밀매를 주도한 ‘불법 독재자’로 규정하며 작전의 정당성을 주장했고, 베네수엘라가 ‘정상화’될 때까지 미국이 직접 국가 운영을 맡아 그 비용을 석유 수익으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2025년 8월 이후 이어진 군사적 압박과 해상 봉쇄는 그렇게 전면적인 무력 침공으로 전환되었다. 베네수엘라는 사실상 시계제로의 혼란 속으로 들어갔다.


실은 이 사태를 비교적 이른 시점에 짚어낸 논문이 있다. 2018년 말, 미국 외교협회에서 발행하는 국제관계·외교 전문지 Foreign Affairs 11·12월호에 실린 Venezuela’s Suicide: Lessons From a Failed State다. 제목이 암시하듯, 이 논문은 베네수엘라가 외부의 침략이나 전쟁이 아니라, 내부의 선택과 제도의 붕괴를 통해 실패국가의 전형에 가까워졌다는 점에 주목한다. 국제정치 분석과 베네수엘라 현실을 각각의 자리에서 오랫동안 추적해 온 저자들은, 한 국가가 스스로를 되돌릴 수 있는 정치적·제도적 장치를 어떻게 하나씩 상실해 가는지를 차분히 따라간다. 그리고 그 추적은, 당시에는 다소 과도하게 들렸을지도 모를 경고로 끝난다.


일단 논문은 두 개의 라틴아메리카 국가를 대비하는 서술로 시작한다. 첫 번째 국가는 이 지역에서 가장 오래되고 견고한 민주주의 국가 가운데 하나로, 비교적 강력한 사회안전망을 갖추고 무상의료와 고등교육 확대를 점진적으로 실현해 왔다. 이 나라의 언론은 자유롭고 정치 체제는 개방되어 있으며, 경쟁적인 선거를 통해 정권이 평화적으로 교체된다. 군부 독재의 물결을 비켜 간 이 나라는 미국과의 오랜 정치적 동맹과 깊은 무역·투자 관계를 바탕으로, 다국적 기업들의 지역 거점으로 기능해 왔다. 부패와 불평등, 제도적 결함이 존재했지만, 인프라와 생활 수준을 포함한 대부분의 지표에서 주변 국가들을 앞서 있었다.


두 번째 국가는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이자, 가장 최근에 등장한 독재 국가다. 학교는 사실상 기능을 멈췄고, 의료 체계는 오랜 방치와 부패 속에서 붕괴되었으며, 한때 퇴치되었던 말라리아와 홍역 같은 질병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충분한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폭력 범죄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최근 수년 사이 수백만 명이 국경을 넘어 탈출하면서 이 나라는 지역 최대 규모의 난민 배출국이 되었고, 치러지는 선거 역시 국제사회로부터 거의 인정받지 못한다. 경제는 사실상 파탄 상태에 놓였으며, 마약 거래와 각종 범죄 네트워크는 국가 권력의 핵심과 깊게 결합되어 있다.


논문이 던지는 충격은, 이 두 풍경이 서로 다른 나라의 대비가 아니라 동일한 국가, 베네수엘라의 서로 다른 시기라는 점에 있다. 1970년대 초반 베네수엘라는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가운데 하나였고, 1인당 국내총생산은 스페인과 그리스, 이스라엘을 웃돌았으며 영국과도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석유 수출에 의존하는 자원국가였지만, 그 수익은 비교적 안정적인 제도 속에서 관리되며 공공투자와 사회정책으로 재분배되었다. 국가 재정과 통화정책은 국제적 신뢰를 유지했고, 석유 산업을 둘러싼 외국 자본과 다국적 기업의 존재 역시 일정한 규칙과 감독 아래에서 작동하고 있었다. 완전하지는 않았지만, 중산층으로의 사회적 이동 경로가 실질적으로 열려 있었고, 국가는 자원 수익을 통치의 도구가 아니라 사회를 유지하는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었다.


반면 오늘의 베네수엘라는 여전히 석유에 의존하지만, 그 경제는 더 이상 생산과 분배의 논리에 의해 작동하지 않는다. 정치적 개입과 기술 인력의 이탈로 석유 산업은 급속히 쇠퇴했고, 국가가 통제하는 환율 체계는 공식 환율과 암시장 환율 사이에 극단적인 격차를 만들어 냈다. 이 구조 속에서 생산과 투자는 사실상 중단되었고, 정치 권력과의 연줄을 활용한 환차익과 밀수가 가장 수익성 높은 경제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통화는 신뢰를 잃어 교환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고, 물가는 몇 주 단위로 배로 뛰며 일상적인 경제 계산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논문이 강조하듯, 문제는 석유 의존 그 자체가 아니라, 석유 수입이 사회를 유지하는 재원이 아니라 권력자와 그 주변부가 지대를 추출하고 통치를 유지하는 연료로 전환되었다는 데 있다.


논문이 설명하는 베네수엘라의 몰락은 단절이나 급변의 결과가 아니라, 시간이 흐르며 누적된 선택들이 서로를 강화한 연쇄적 과정이다. 그 출발점으로 제시되는 것은 석유 가격 하락과 이에 따른 장기적 경제 침체였다. 자원 수출에 의존해 성장해 온 경제는 외부 충격에 취약했고, 재정 여력이 줄어들자 그동안 누적되어 있던 불평등과 부패 문제가 전면으로 드러났다. 생활 수준의 정체와 사회적 이동의 막힘 속에서 기존 정치 엘리트에 대한 불신과 분노는 빠르게 확산되었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등장한 인물이 우고 차베스였다. 1990년대 말 선거를 통해 집권한 그는 군 출신의 반체제 정치인으로, 기존 정당 체제를 부패한 기득권으로 규정하며 대중의 지지를 끌어모았다. 차베스는 석유 부국의 부가 소수에게 집중되어 왔다는 불만을 전면에 내세웠고, 이를 바로잡겠다는 약속으로 권력의 중심에 섰다. 논문은 그의 등장을 돌발적 사건이 아니라, 기존 제도가 더 이상 사회적 불만을 흡수하지 못하게 된 상황이 만들어 낸 정치적 선택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집권 이후 전개된 것은 기존 질서의 개혁이라기보다, 권력의 재편과 집중이었다. 차베스 정권은 권력을 급속히 중앙으로 모으고, 국가의 핵심 자원을 정치적 충성에 따라 재분배했다. 환율 통제와 수입 허가, 국유기업의 인사권과 금융 접근권은 정권 주변부에 집중되었고, 국가는 점차 약탈을 수행하는 장치처럼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 단계에서 국가는 더 이상 공공의 이익을 조정하는 제도가 아니라, 내부자들에게 이익을 이전하는 통로로 변질되었다.


이와 함께 항의와 비판은 체제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되었고, 언론·사법·의회에 대한 압박이 강화되었다. 정책 실패를 교정할 민주적 견제 장치는 하나씩 제거되었으며, 선거는 유지되었지만 실질적인 경쟁과 책임은 점차 사라졌다. 논문이 강조하듯, 이 시점에서 베네수엘라의 문제는 개별 정책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잘못된 선택을 되돌릴 수 없게 만드는 정치 구조의 형성이었다.


문제 해결의 방식 또한 이념적으로 왜곡되었다. 차베스 정권은 경제적 성과가 미흡했던 쿠바를 혁명의 종주국이자 정치적 모델로 받아들이며, 현실적 대안 대신 이념적 연대를 강화했다. 그 결과 베네수엘라는 석유를 제공하며 쿠바의 생존을 지탱하는 동시에, 정보·안보·통치의 핵심 영역에서 쿠바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구조로 이동했다. 논문은 이를 정책 실패를 수정하기보다, 신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체제가 움직인 사례로 제시한다.


차베스 사망 이후 권력을 승계한 니콜라스 마두로는 이러한 흐름을 단절시키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를 새로운 지도자로 제시하기보다는, 우고 차베스를 혁명의 상징으로 숭배하며 자신의 정당성을 충실한 계승에서 찾았다. 정책 실패가 누적되는 상황에서도 노선 수정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체제는 더욱 경직된 채 유지되었다. 정권에 대한 비판과 사회적 항의는 공권력을 동원해 억압되었으며, 국가는 점차 범죄적 방식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논문이 ‘베네수엘라의 자살’이라는 표현으로 묘사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외부의 침략이나 전쟁이 아니라, 잘못된 선택이 반복되고 그것을 수정할 수 없는 구조가 고착되면서 국가는 스스로를 파괴하는 길로 들어섰다. 베네수엘라의 몰락은 단번에 일어난 붕괴가 아니라, 하나의 순환이 끊어지지 않은 채 지속되며 결국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이른 과정이었다.


마지막으로 이 논문은 미국, 특히 제1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기에 공개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적 개입 가능성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 저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트럼프가 베네수엘라를 외교 정책의 대상으로만 인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베네수엘라는 트럼프 정치에서 ‘사회주의 실패’를 상징하는 사례이자, 마약과 범죄, 난민 유출이 결합된 ‘무질서의 국가’로 재현되었고, 이는 미국 내 좌파 세력과 이민 문제를 동시에 겨냥하는 수사적 자원이 되었다. 여기에 쿠바 정권을 석유로 지탱하는 국가라는 점이 더해지면서, 베네수엘라는 반공 정치 서사 속에서 특히 유용한 적대 대상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맥락 속에서 제1기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를 언급하며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거나 “군사적 옵션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논문이 강조하는 것은 이러한 발언이 곧바로 구체적인 작전 계획을 의미했다기보다, 군사 개입이라는 언어가 외교적 금기를 벗어나 공공 담론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였다. 외교적 협상과 경제 제재가 이미 실질적인 효과를 상실한 상황에서, 군사적 선택지까지 논의의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은 베네수엘라 사태가 정상적인 정책 수단으로 다루기 어려운 국면에 이르렀음을 보여 준다.


논문이 제시하는 냉혹한 진단은, 베네수엘라의 붕괴가 외부의 압박이나 개입으로 되돌릴 수 있는 단계를 이미 지나왔으며, 미국 역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명확한 정책 수단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조건에서 군사 개입은 대안으로 제시되지 않는다. 오히려 저자들은 군사 개입이라는 발상이 공개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를, 베네수엘라 사태가 정상적인 외교와 정책의 언어로는 더 이상 다뤄질 수 없는 국면에 이르렀음을 보여 주는 위험한 징후로 해석한다. 다시 말해 군사 개입은 선택지라기보다, 이미 실패한 정책들이 남긴 공백 위에 떠오른 가장 불길한 신호에 가깝다.


그럼에도 논문은 마지막까지 하나의 가능성을 완전히 지우지는 않는다. 그것은 외부의 군사적 개입이나 국제적 구원이 아니라, 미약하지만 끈질기게 이어지는 베네수엘라 내부 시민 사회의 저항이다. 저자들은 이러한 저항이 단기간에 체제를 전환시키거나, 붕괴된 국가를 곧바로 복원할 수 있으리라고 낙관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실패국가의 조건 속에서도 완전히 소멸되지 않은 시민적 규범과 사회적 연대가 남아 있는지를 묻는다. 민주적 삶을 다시 세울 수 있는 가능성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해법이 아니라, 국가의 잔해 속에서도 살아남은 내부의 사회적 에너지에서만 비롯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논문이 끝까지 붙잡는 희망은 바로 그 희미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 시민적 기반의 존재 가능성이다.


그러나 이 경고는 논문이 발표된 지 약 7년 뒤, 기이한 방식으로 뒤집힌다. 시민 사회의 내부적 저항이 아니라 외부의 군사력이, 민주주의의 회복이 아니라 ‘정상화’라는 이름의 관리가 베네수엘라의 미래를 대신 결정하는 국면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한때 가장 위험한 징후로 지목되었던 군사 개입의 언어가, 제2기 트럼프 행정부에 이르러 결국 현실의 사건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은, 이 논문이 던진 경고의 성격을 한층 더 분명하게 드러낸다. 이 점에서 베네수엘라의 몰락은 한 국가의 비극을 넘어, 무시된 경고가 어떤 방식으로 현실로 귀결되는지를 보여 주는 역사적 아이러니로 남는다.


이 논문을 읽고 남는 가장 무거운 교훈은, 국가는 무능해질 수는 있어도 범죄화되는 순간 전혀 다른 존재로 변한다는 점이다. 행정의 실패와 정책 오류는 되돌릴 수 있지만, 국가 그 자체가 범죄적 방식으로 작동하기 시작하면 문제는 더 이상 개혁이나 회복의 영역에 속하지 않는다. 그때부터 핵심 질문은 체제가 얼마나 오래 유지될 수 있는가가 아니라, 그 체제가 유지되는 동안 얼마나 많은 삶이 파괴되는가로 바뀐다.


국제법과 규범을 무시한 채 무력 개입을 감행한 미국의 선택은 분명 비판의 대상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러한 개입이 ‘현실적인 선택지’처럼 논의될 수 있을 만큼 내부의 정치적 견제와 사회적 신뢰를 허물어 버린 베네수엘라의 붕괴 역시 외면할 수 없다. 베네수엘라의 비극은 바로 그 경계선을 넘어선 이후의 이야기이며, 이 논문이 끝내 남긴 가장 불편한 경고도 그 지점에 놓여 있다. 한 국가가 스스로를 되돌릴 수 있는 장치를 어떻게 상실하는지, 그리고 민주정치가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규범과 책임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묻게 되는 이유다.


(완서담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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