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살아가면서 다가올 은퇴 후의 삶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나도 한 때는 아름다운 노년을 꿈꾼 적이 있었다.
추운 계절에는 제주도에서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봄이 되면 제주를 오가며 바다와 자연을 벗 삼아 남은 생을 자족하면서 살겠다는 꿈을 가졌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루지 못한 꿈이 되고 말았다.
나에게 선망의 꿈을 불어넣은 사람은 우리 부부와 같이 셋집이 같이 모임을 하며 알고 지내는 선배의 친구 부부였다.
나의 선배 친구는 중소건설업체 대표, 아내는 중학교 교사였다.
이들 부부는 40대 중반부터 10년 계획으로 멋진 노후 준비를 하고 실천을 차곡차곡하고 있었다.
이들은 아내의 은퇴 시기에 맞춰서 제주에서 한라산의 자연 풍광과 함께 지내며
1년에 서너 번 정도 같이 해외여행을 다니자고 이야기를 했었다.
해외여행이 힘에 부칠 나이가 되면 제주에서 1년을 살고, 남해, 여수, 거제, 속초, 안면도 등으로 주거를 옮겨 다니며 살아보는 은퇴 후 멋진 노매드 인생을 살아보자고 했다.
곁에서 치켜본 그들의 은퇴 후 삶의 계획은 치밀하고 촘촘하게 10년 이상을 준비했다.
남편의 사업과 아내의 교사일을 열심히 하면서 목표가 있는 삶을 사니 누구 앞에서도 밝고 당당하였다.
선배의 친구 내외는 시간이 될 때마다 지방으로 다니며 은퇴 후 지낼 지역의 문화와 생활을 위한 정보를 알아보며 5일장을 돌았고, 은퇴 후 지방살이에 필요한 준비를 하는 것을 낙으로 삼으며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를 했다.
그렇게 준비한며 많은 날이 지나갔다.
건강하게 사업을 하던 선배의 친구분이 아내의 정년을 1년 앞두고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는, 일 년을 못 채우고 세상을 뜨고 말았다.
세상이라는 들판에 덜렁 혼자 남게 된 아내가 안쓰럽고, 무거운 현실에 힘들어한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혼자 남은 아내의 삶이 안타까웠다.
아쉬움과 원망, 슬픔이 몸을 탈진시키면서 우울증을 불렀고, 사람을 피하는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
외출을 하지 않은 채 전화도 본인이 필요로 하는 것만 선별해 받다가 그마저 전원을 꺼놓을 때가 많았었다.
깔끔한 성품 탓에 반질반질 윤이 나던 집안 살림에 먼지가 쌓이고, 정신이 없을 정도로 집안이 헝클어졌는데도 치우거나 정리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들 내외가 엄마의 집을 정리해 주려고 방문했다가 손을 댈 수가 없었다.
집안에 널린 은퇴 후 제주 생활에 필요한 용품, 준비물들과 대형여행용 가방엔 텍이 그대로 달린 옷가지들로 가득했다.
정리를 하려고 했던 아들 부부도 적당한 선에서 손을 들고 말았다.
하나같이 두 사람의 꿈이 스며 있던 것들이고, 소망했던 것들이다.
나는 그 허망함을 보고 은퇴 후 따뜻한 제주에서 욺겨 다니며 살아보기의 꿈을 접기로 했다.
미래를 담보하려다 오늘을 망칠 것 같은 두려움과 허망한 생각이 들어서였다.
2년쯤 지나 우리는 그녀의 집을 찾았보았다.
우리 셋 집 부부는 어울려 국내외 여행을 여러 번 다닐 만큼 허물없이 지낸 사이였다.
그래서인지 가겠다고 할 때 어떻게 생각을 할까 염려도 했는데 아내는 방문을 거절하지 않았다.
가서 만나보니 생각보다 표정이 밝았고, 생활도 좋아 보였다.
그녀는 두 집 아내에게 가슴속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오지 않은 미래를 바라보다가 오늘을 실패한 사람이 나예요" 라며, “오늘 맑았던 하늘이 내일은 비”라는 사실을 모르고 살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형편이 더 나아지고 시간이 자유로울 때 하겠다고 미룬 일이 있다면, 지금 시작하라고 얘기를 했다.
지난달에는 대학에서 몇 해 전 정년퇴직을 한 친구와 저녁식사를 같이 했다.
35년 동안 건축공학을 강의한 친구는 정년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낸 마지막 과제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강의를 마치면서 칠판에 이렇게 쓰고 각자의 생각을 적어 내라고 했다.
“말기암으로 6개월 시한부 삶을 선고받았을 때,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학생들은 “여행을 가겠다” “소문난 맛집을 순례하겠다” “등 돌린 친구들과 화해를 하겠다" “세계여행을 떠나고 싶다” "내가 사랑했던 여자를 만나보고 싶다"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을 것 같다”라는 등 갑작스러운 과제 질문에 학생들은 비교적 자신의 생각을 담담하게 적어냈다고 한다.
학생들 저마다 가슴에 담았거나 그려온 생각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중에 한 학생만이 가만히 창밖만 쳐다보고 있었다고 한다.
친구가 그 학생에게 다가가 주의를 주었다고 했다.
“무엇이라도 써서 내도록 해라 ~
아무것도 안 쓰면 0점 처리된다네~”
학생은 그 후에도 쓰지를 않다가 과제 제출 5분 전이란 소리를 듣고서야 무언가를 적어냈다고 한다.
학생이 제출한 글의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나는 내일에 희망을 걸지 않는다. 오늘을 사는 일 만으로도 나는 벅차다.
지금 이 순간만 생각하며 사는 하루살이처럼 살고 있다.
그러므로 나는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살 수 밖에는...
그것이 남은 삶을 향한 내 가 할일이다.”
그 학생만이 친구의 마지막 강의를 이해하고 있었다.
60여 명의 학생 중 그 만이 유일하게 과목 성적 ‘A+’을 받았었다.
바로 지금 시작하라! 'Do it now!'
삶의 황금 시간은 바로 지금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오직 오늘뿐이다.
흘러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내일은 보장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내일'은 일 년 중 가장 바쁜 날이다."
사람들은 늘 내일을 기약하지만, 결국 그 내일은 오지 않을 수도 있다.
행복은 먼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살아야, 내일도 의미 있는 것이 된다.
Do it now! 지금 시작하라!
어제는 이미 역사이고,
내일은 미스터리이며,
오늘은 선물이다.
오늘을 충분히 살지 않으면, 내일도 행복할 수 없다.
사소한 기쁨을 모아 오늘의 행복을 쌓아야 한다.
바로 지금,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