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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두려움에 맞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by 김성훈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의사 결정을 해야 할 때, 두려움과 맞닥뜨리곤 한다. 용기가 필요한 순간들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찾아오기도 한다. 흔히 용기라 하면 커다란 결단이나 대담한 행동을 떠올리지만, 진정한 용기는 외적으로 드러나는 행동만이 아니라, 두려움을 마주하고 이를 극복하는 데서 비롯된다.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무대 공포증을 가진 사람이 발표를 앞두고 긴장하거나,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걱정이 앞서는 것처럼, 우리는 일상에서 다양한 형태의 두려움을 경험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두려움이 우리를 멈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마주 하느냐이다. 두려움을 피하려 하면 도전의 기회를 놓치고, 결국 후회만 남을 수 있다. 반면, 용기를 내어 두려움을 직시하면 우리는 성장할 수 있다.


98년도 여름, 울산 화학공단 내 S그룹 계열사 화학공장 증설공사 현장에서 현장소장으로 근무하던 때였다. 공사에 참여한 협력업체가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아 많은 근로자들이 흥분한 상태로 현장소장인 나를 만나러 몰려왔다. 일부는 음주 상태였고, 상황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격앙되어 있었다. 관리팀장은 나에게 사무실로 오지 말고 자리를 피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나는 리더로서 근로자들을 설득하고 진정시켜야 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두려움이 엄습했지만, 만약 내가 이들을 외면하면 상황이 더 악화될 수도 있었다.


나는 용기를 내어 근로자들을 직접 만나러 갔다. 그들의 이야기를 차분히 듣고, 상황을 성실하게 설명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처음에는 격앙되었던 분위기도 점차 누그러졌고, 결국 큰 불상사 없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만약 그날 두려움에 굴복해 피했다면, 현장의 리더로서의 신뢰를 잃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문제를 정면으로 해결함으로써 현장 구성원들의 믿음을 얻을 수 있었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나 자신을 성장시키는 과정임을 깨달았다.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은 우리가 그만큼 중요한 무언가를 마주하고 있다는 의미다. 새로운 도전이나 변화 앞에서 느끼는 두려움은 우리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줄 기회가 될 수 있다. 두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우리는 더 강한 사람이 되고, 자신감을 얻으며, 나아가 리더십을 키울 수 있다.


나폴레옹 힐은 "두려움은 성공으로 가는 길에서 가장 큰 장애물이다."라고 말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역시 "우리가 정말로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두려움 그 자체다."라고 이야기했다. 두려움은 우리를 움츠러들게 만들고, 리더가 아닌 추종자로 만들며, 스스로를 제한하게 만든다. 하지만 두려움을 직면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우리는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다.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인간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부인, 분노, 협상, 우울, 수용'의 다섯 단계를 거친다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히 죽음뿐만 아니라, 변화와 두려움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도 유사하게 적용된다. 우리는 두려움을 느낄 때 이를 부인하거나 피하려 하지만, 결국 이를 수용하고 극복할 때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진정한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마주하고 극복하려는 의지에서 비롯된다. 앞으로의 삶에서도 두려움에 주눅 들지 않고 이를 수용하며, 도전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두려움은 장애물이 아니라,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시험대임을 기억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용기를 가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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