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모든 사람이 다 일등이 될 수는 없다.
그래서 이등, 삼등, 혹은 그 이하가 존재한다.
그러나 인간으로 살아가며 삼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 말은 단순한 경쟁의 구호가 아니다.
삶의 품격과 가치를 잃지 말라는 깊은 울림이 담긴 말이다.
‘등(等)’은 순위나 등급을 뜻한다. 이는 비교와 경쟁의 결과로 매겨진 외적인 위치다.
반면 ‘류(類)’는 부류나 유형을 의미한다. 이는 질적 가치, 내면의 수준을 나타낸다.
‘등’은 눈에 보이는 성취를 의미하지만, ‘류’는 마음속에 담긴 인격과 품격을 의미한다.
그래서 ‘등’은 외형적 성공이고, ‘류’는 존재의 품질이다.
‘등’에서 성적이 매겨진다면, ‘류’에서는 인간의 가치가 평가된다.
모든 사람이 다 일등이 될 수는 없지만, 모든 사람이 일류가 될 수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많은 사람들이 일류의 삶을 살지 못한다.
‘삼류는 되지 말라’는 말은 꼭 ‘일류가 돼라’는 강요가 아니다.
일류가 되지 않아도 괜찮지만, 삼류로 떨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일류와 삼류의 차이는 ‘질’의 문제다
‘삼류’는 단순히 순위가 낮은 것이 아니라 질이 낮고 가치가 없는 상태를 말한다.
생산품이라면 품질의 문제이고, 인간이라면 인격과 성품의 문제이며, 국가라면 국격의 문제이다.
삶에는 언제나 등수가 존재한다.
어떤 일에서 잘하는 사람이 있고, 못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등은 일등대로의 가치가 있고, 꼴찌는 꼴찌대로의 가치가 있다.
꼴찌라고 해서 무가치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질의 가치’다.
삶의 질이 형편없고, 인간으로서의 품격이 떨어진다면 그것이 바로 삼류다.
이건희 회장이 보여준 ‘일류의 철학’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이끈 이건희 회장은 ‘일류’라는 단어를 누구보다 깊이 실천한 인물이다.
그는 취임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회의에서 그는 ‘신(新) 경영’을 선언했다.
그 선언은 단순한 혁신 구호가 아니었다.
그는 현장 비디오에서 세탁기 뚜껑을 칼로 깎아 조립하는 모습을 본 뒤,
임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
그 말은 단 한마디로 한국 산업의 사고방식을 뒤흔들었다.
그 후 삼성은 ‘품질 제일주의’를 실천하며 변화를 시작했다.
1995년 경북 구미사업장에서는 2,000명의 직원이 보는 앞에서 불량 무선전화기 15만 대, 150억 원어치를 불태우는 ‘애니콜 화형식’을 단행했다.
“품질은 생명이다”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몸소 보여준 것이다.
그 결과, 삼성의 ‘애니콜’은 모토로라를 제치고 세계 1위 브랜드로 올라섰다.
이건희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바둑 1급 10명을 모아도 바둑 1단 한 명을 이길 수 없다.”
“21세기는 한 명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다.”
그의 신념은 분명했다.
“S급 인재 10명을 확보하면 회사 하나보다 낫다.
그런 인재는 사장이 직접 발로 뛰어다녀도 찾을까 말 까다.”
이 회장은 실제로 인재를 S급(Super), A급(Ace), H급(High Potential)으로 구분했고,
같은 직급이라도 연봉이 4배까지 차이 났다.
일류 인재 없이는 일류 기업이 있을 수 없다는 신념이었다.
그의 철학은 곧 ‘질의 경쟁’, ‘가치의 경쟁’이었다.
꼴찌의 가치, 그리고 일류의 태도
그는 꼴찌의 존재도 부정하지 않았다.
“꼴찌가 있기 때문에 일등이 있다.
달릴 사람은 달리고, 걸을 사람은 걸어라. 쉬어야 하는 사람은 쉬어라. 대신 다른 사람의 뒷다리는 잡지 마라.”
이 말에는 인간과 조직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
세상에는 달리는 사람, 걷는 사람, 쉬는 사람이 모두 필요하다.
그러나 남의 발목을 잡는 삼류의 태도만큼은 경계해야 한다.
그것이 조직을 병들게 하고, 사회를 뒤로 끌어당긴다.
그는 음해와 험담, 책임 회피, 나태함이야말로 삼류의 특징이라 했다.
삼류는 자기주장이 강하고, 이기적이며, 남을 이해하지 못하고 양보할 줄 모른다.
품격과 절제가 사라진 인간, 본능적 욕망에 휘둘리는 인간이 바로 삼류다.
일류의 기준은 ‘인간의 품격’
일류와 삼류의 차이는 크지 않다.
그러나 그것을 가르는 기준은 윤리와 도덕, 그리고 인간의 품격이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기본 규범을 지키고, 국민으로서 헌법질서를 존중하며,
인간으로서의 양심을 잃지 않는다면 그것이 곧 일류의 삶이다.
아무리 부유하고 권력 있는 사람이라도, 자신만 아는 이기적 삶을 살았다면 그는 결국 삼류 인생이다.
반대로 겸손과 배려, 품격과 도덕을 지닌 사람이라면 그는 비록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도 일류의 인생을 산 것이다.
가치 있는 삶이 진정한 성공이다
나는 현직에 있을 때 후배 직원들에게 자주 말했다.
“성공한 사람이 되려 하지 말고, 가치 있는 사람이 돼라.”
열심히 일해라, 책을 읽어라, 자기 계발을 하라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가치 있는 삶을 살려면 자연히 그렇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치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남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발견하고 실천해야 한다.
삶의 가치는 크기나 화려함에 있지 않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 내가 맡은 일 속에서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그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일류의 삶이다.
불굴의 정신, 사브르(Sabre)
‘사브르(Sabre)’라는 말이 있다.
‘불굴의 용기’를 뜻하는 아랍어로, ‘신이 사랑하는 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바로 그 사브르의 정신으로 삼성을 세계 일류 반도체 기업으로 키워냈다.
그가 남긴 유산은 단순히 돈이나 명예가 아니다.
그것은 불굴의 정신, 가치의 신념이다.
그의 삶은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다.
“너는 지금 어떤 류(類)의 인생을 살고 있는가?”
살아가면서 모두가 일등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모두가 일류가 될 수는 있다.
‘일등’은 순위의 문제지만, ‘일류’는 삶의 자세와 품격의 문제다.
돈이 많고 지위가 높다고 해서 일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일류는 자신의 자리에서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
남을 돕고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남기는 사람이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 모두, 남과 비교하지 말고 내 삶에서 보람과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일류의 인생을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