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은 예년보다 단풍이 늦게 물들었다. 윤달이 들어서인지 보름쯤 늦어진 듯하다. 가을이 낙엽과 함께 짧게 스쳐 지나가면 어느새 겨울이 시작되고, 한 해의 끝인 12월이 다가온다.
그저께는 포항 내연산 보경사 계곡에서 친구들과 부부 모임을 가졌고, 어제는 집안 친척들과 오랜만에 반가운 자리를 함께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친척들이라 서로의 안부를 묻고, 지난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물든 단풍처럼, 세월의 색이 묻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참 따뜻한 시간이었다.
젊은 시절엔 각자의 일상에 쫓겨 단풍철이 되어도 얼굴 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제는 인생의 가을을 맞아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 이런 만남이 가능해졌다. 결실의 계절 가을은, 우리 인생의 결실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살아온 환경과 해온 일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그 결과가 곧 우리의 현재 모습이다.
나는 여섯 남매 중 둘째로 태어나, 넉넉지 않은 집안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지방 시청의 공무원이셨고, 어머니는 섬유공장에서 일하며 여섯 남매를 키우셨다. 그런 환경 속에서 나는 늘 “언젠가는 부자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살았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스스로 자수성가했다고 말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고, 친구나 친척들이 만나면 종종 내게 묻곤 한다. “어떻게 그렇게 되었느냐”라고.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말한다.
“운이 좋았고, 준비를 했고, 그리고 너무 서두르지 않았어.”
이 세 가지가 내 인생의 뿌리이자 지금의 나를 만든 바탕이었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운으로 돌아온다.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운이 좋아서 성공했다.” 하지만 나는 안다.
운이란 우연히 찾아오는 행운이 아니라, 문을 두드리는 자에게만 들어오는 축복이라는 것을.
회사 시절, 모두가 꺼리던 해외 프로젝트를 내가 자청했던 적이 있다. 낯선 환경, 거친 현지의 여건과 흙먼지 속에서의 생활은 고되고 험했다. 하지만 그때의 결단이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그 시절 나는 스스로에게 자주 물었다. “왜 하필 나인가?”
그런데 돌이켜보니, 바로 그 ‘하필 나’였던 순간이 운이 내게 들어온 순간이었다.
운은 하늘이 주는 복이 아니다. 늘 준비하는 사람에게 하늘이 미소 짓는 것이다.
기회를 볼 줄 아는 눈, 두려움을 넘어서는 결단. 그것이 내가 만난 ‘운’이었다.
느리지만 결코 멈추지 않는 힘.
젊었을 땐 무엇이든 빠른 사람이 부러웠다. 그러나 인생을 오래 살아보니,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 이긴다는 걸 알게 되었다.
‘천천히 간다’는 말은 게으르다는 뜻이 아니다. 흔들리지 않고, 조급해하지 않으며, 묵묵히 나아가는 태도다.
회사에서 수행한 현장에서 많은 위기와 변수를 겪으며 나는 점점 더 안전하게, 천천히 가는 법을 배웠다.
주변의 시련에 흔들리지 않고, 결과가 늦어도 오늘 해야 할 일을 꾸준히 해내는 것. 그것이 천천함의 미덕이었다.
세상은 점점 빨라지지만, 진짜 성장하는 사람은 속도를 줄일 줄 아는 사람이다.
급하지 않게, 그러나 멈추지 않고 꾸준히. 그 길 위에서 사람은 단단해지고, 신뢰를 얻는다.
뿌리가 깊은 사람은 흔들리지 않는다.
나무는 겉으로는 가지와 잎을 자랑하지만, 그 생명력은 보이지 않는 뿌리에서 나온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화려한 성취를 이루어도 뿌리가 약하면 한 번의 폭풍에도 쓰러진다.
내가 이룬 성공의 근본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었다.
새벽 현장, 불확실한 투자 결정 앞에서도 “그래, 한 번 더 해보자.”는 마음이 나를 지탱했다.
성공의 비결은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하루를 성실하게 반복하는 힘이었다.
지금도 나는 매일 아침 어제보다 한 줄 더 쓰고, 한 걸음 더 걷는다.
근성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며 다져지는 인생의 근육이다.
'좋은 운'과 '꾸준함' '끈기'는 내 인생의 세 단어.
이제 나는 아들들과 젊은 이들에게 이렇게 말해준다.
“운이 없다고 낙심하지 말아라. 천천히 자신의 계획을 가지고 버티다 보면, 좋은 운은 반드시 찾아온다.”
근성이 없다면 결심이 오래가지 못하고, 운만 믿으면 근본이 흔들린다.
운은 하늘이 주는 기회,
천천함은 자신이 지키는 태도,
근성은 삶을 완성하는 뿌리.
이 세 가지가 있어야 인생은 무너지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내 인생의 모든 전환점은 이 세 가지의 균형 위에 서 있었다.
기회를 알아보는 눈, 흔들림 없는 인내, 포기하지 않는 근성.
그 세 가지가 만나면, 가난도 밑거름이 되고 실패도 자산이 된다.
계획된 인생, 그리고 강남 건물주의 삶.
나는 이 세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지금껏 살아왔다.
직장 생활 속에서도 늘 배우고 계획을 가지고 미래를 준비했고, 은퇴 이후를 대비해 부동산 공부와 현장 경험을 함께 쌓아왔다.
20여 년 동안 종잣돈을 모으고, 부동산의 흐름을 읽으며 계획하고 실행에 옮겼다.
급하지 않게, 그러나 멈추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갔다.
그 결과, 지금 나는 강남건물주로서 시간과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삶을 살고 있다.
이 삶은 결코 단번에 이루어진 결과가 아니다. 운이 내게 미소 지었을 때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천천히 준비해 온 인내와 끝까지 버틴 근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생각을 한다.
“운은 하늘이 주지만, 노력과 근성은 내가 만든다.”
그렇게 오늘도 하루를 설계하며, 내 인생을 완성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