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나와 함께 한 10년 된 아우디 승용차를 위해, 단골 타이어 대리점을 찾았다. 차량 주행거리는 16만 7,000km를 훌쩍 넘겼다. 사람이라면 이미 중년을 지난 셈이다. 5만 km마다 타이어를 갈아 끼운 것이 어느새 세 번째가 되었고, 이번에는 “차를 바꾸려던 계획을 조금 미루더라도 겨울철 안전은 꼭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타이어 대리점에서는 네 짝을 모두 교체하면 100만 원에 해주겠다고 했다.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안전을 위해 교체하기로 했다. 그런데 점검을 해보니 브레이크 패드와 브레이크 드럼, 압축 쇼바축, 연결 패킹까지 전부 교체해야 한다니, 차라리 “진작에 중고차로 처분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며칠 전 새 차를 알아보던 벤츠 매장에서 중고로 처분 시 700만 원을 준다는 제안을 받았는데, 지금 와서 수리비 300만 원까지 보태니 결국 1,000만 원짜리 차가 되어버린 셈이다.
다음 날 수리를 완료했다는 연락을 받고 타이어 센터를 찾았다. 계산서에는 302만 원 정도가 찍혔고, 최종 300만 원으로 결제를 마치고 차를 몰고 나서 보니 승차감이 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졌다. “사람이나 기계나, 시간이 지날수록 닦고 조이고 기름 치는 데 돈이 든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수리 비용을 이야기하자 “팔려던 차에 왜 큰돈을 들이느냐”는 핀잔을 들었다. 게다가 처음 안내받았던 타이어 교체 비용이 100만 원이었는데, 명세서를 보니 114만 원이었다. 대리점에 연락하자 “보다 업그레이드된 타이어를 장착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돌아왔지만, 전문 용어를 빠르게 쏟아내어 이해하기도 쉽지 않았다. 이미 결제까지 끝난 상황에서, 내 잘못도 있지만 기분이 조금 언짢은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새 타이어와 부품 교체로 차량 상태가 좋아진 것은 분명 만족스럽다.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에 스스로를 위로했다. 이번 일로 “전문 카센터나 서비스센터에 수리를 의뢰할 때, 한 곳만 믿지 말고 몇 군데 견적을 비교해야 한다”는 교훈도 얻었다. 나의 사소한 부주의와 꼼꼼하지 못했던 점이 문제였다는 반성도 뒤따랐다. 이미 결제를 마치고 난 후에 잘못된 점을 발견하면, 설사 계산이 정확하더라도 마음이 개운치 않은 법이다.
결국 10년 이상 탄 아우디를 쉽게 교체하지 못하고,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수리하게 되었다. 하지만 운전을 해보니 부드럽게 달리는 차를 느끼다 보면 “이 선택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만사는 결국 마음먹기에 따라 기쁨이 될 수도, 실망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이번 수리를 잘했으니, 새 차로의 교체는 내년 봄으로 미루고 아우디를 더 운행하기로 했다.
사람들은 생에 평균 6.5대의 자동차를 소유한다지만, 어떤 이는 평생 차 없이 지내고 누군가는 그보다 많은 차를 소유하기도 한다. 나 역시 그중 평균치의 한 명으로, 새 차로 갈아타겠다며 마음먹었으나, 막상 오래된 차를 갈아타려니 지나온 10년의 시간과 추억이 아쉬웠다. 이렇게 다시 손을 보고 나니 고맙고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내게는 길고 긴 시간을 함께해 준 소중한 친구 같은 자동차이기 때문이다.
이번 일을 통해, 생애 마지막 차를 고민하던 내게 주어진 가장 큰 깨달음은 결국 “마음먹기에 달린 선택”이라는 점이다. 때로는 합리적인 손익 계산만큼, 그동안 쌓인 정과 함께하는 추억도 중요하다는 걸 체감한다. 아우디가 편안하게 달리는 모습을 좀 더 지켜보며, 이 겨울이 지나 다가올 봄에 차량 교체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려 한다. 무엇보다 안전을 위해 필요한 지출이라면, 그리고 그 결과가 기분 좋은 주행감으로 돌아온다면, 그 또한 삶에 있어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