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IP 세계관과 함께 광고&유통 미디어를 구축
어벤저스 어쎔블
전 세계인에게 전율을 선사한 영화 ‘어벤저스: 엔드 게임’ 캡틴아메리카의 한마디. 사실 이 대사는 원작 코믹북에서 캡틴 아메리카가 어벤저스를 북돋을 때마다 나오곤 하는데요. 영화에서는 마지막에 다다라서야 극적인 장치로 연출됐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장치가 국적, 나이, 성별 불문 마블 덕후의 눈시울을 자극했습니다. 10여 년의 대장정 동안 흩어져있던 MCU(Marvel Cinematic Universe) 세계관을 ‘어쎔블’(assemble)로 한데 모았으니까요.
세계관이란 단어가 너무 광범위하게 느껴지나요? 그럼, 내놓는 앨범마다 빌보드를 석권하는 방탄소년단의 성공 사례로 이해해 봅시다. 그들의 재능과 노력 뒤에는 이를 받쳐주는 BU(BTS Universe)가 있습니다. BU 안에서 그들의 앨범은 유기적으로 연결됩니다. 2015년 ‘화양연화’ 3부작 시리즈의 중심인물이 멤버 진이란 사실이 2017년 ‘러브 유어셀프’에서야 밝혀지는 것처럼 말이죠. 이 서사는 매 앨범마다 가지를 뻗듯 나아가며, 그럴수록 팬들의 몰입도는 열광적입니다. 이제 보이나요. 콘텐츠의 힘은 로열 오디언스(Royal Audience)를 응집하는 세계관 구축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세계관 구축이란 게 여간 복잡한 게 아닙니다. 전체를 아우르는 스토리 아래 모든 콘텐츠의 매음새가 촘촘히 맞아 떨어져야 하거든요. 그래서 많은 미디어가 이 시작점으로 ‘부캐’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본래 만화, 게임 등 시공간적 배경이 필요한 장르에 주로 사용됐던 부(副)캐릭터의 의미가 어떻게 확장되고 있는지부터 살펴봅시다.
유재석만의 ‘부캐화’를 내세웠던 예능 <놀면 뭐하니>가 다양한 인물을 영입하며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포털사이트에 혼성그룹 ‘싹쓰리’(SSAK3)를 검색해보세요. 유재석, 이효리, 비 대신 유두래곤, 린다G, 비룡의 이름이 멤버에 올라있습니다. ‘환불원정대’는 어떻고요. 얼마 전까지 한 그룹이었던 두 사람이 제작자(지미유)와 소속 그룹 리더(천옥)으로 만났습니다. 예능 <나혼자산다> 박나래, 한혜진, 화사는 스핀오프 프로그램과 유튜브 채널 <여자들의 은밀한 파티>에서 조지나, 사만다, 마리아로 활약 중입니다. 이들의 인기 덕에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 7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민경(유니)버스’는 들어보셨나요? 예능 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 스핀오프 <오늘부터 운동뚱>에서 매회 다른 운동을 완벽 소화하는 김민경을 위해 팬들이 만든 용어입니다. 대놓고 부캐는 아니지만, 매번 다른 인물을 소화하는 듯한 캐릭터의 매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죠.
이 부캐에는 세 개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 별개의 세계관이 있다는 점. 둘째, 디테일한 콘셉트를 갖고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원 캐릭터와 비교 가능한 뚜렷한 매력이 있다는 겁니다. 그중 <여자들의 은밀한 파티>와 <오늘부터 운동뚱>은 브라운관에서 벗어나 유튜브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해 눈길을 끄는데요. 주 시청층인 MZ세대의 취향을 간파해 빠른 장면 전환이나 빅 타이포그래피 자막 등의 요소를 적재적소에 녹여냈습니다.
국내 기업들도 딱딱한 ‘본캐’ 대신 영(young)타깃을 공략할 만큼 톡톡 튀는 ‘부캐’를 생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데요. 우리은행 유튜브 채널 <웃튜브>의 인기는 기업명을 건 <우리은행> 채널을 능가합니다. 영상 평균 조회 수가 수 만회를 넘고, 약관을 ASMR로 읽어주는 '3초 딥슬립 ASMR', 각 직업군의 월급을 알려주는 ‘쇼미더페이’, 소개팅의 형식을 빌린 ‘초면에 실례지만’ 등의 시리즈는 탄탄한 고정 시청자 층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KT <광화문2번출구>는 유튜브뿐 아니라 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다양한 채널을 함께 운영 중인데요. ‘광화문 크루’라는 독자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나름의 팬층을 확보했습니다.
이 채널들은 기업의 기존 이미지와는 상반된 방향성을 지향,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고 마니아층을 형성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기존 이용자들이 신뢰하는 고유의 무게감 있는 이미지는 유지하되, 부캐에서만의 키치한 바이브를 이끌어가는 거죠. 웬만한 마케팅이 아니면 주목하지 않고, 재미를 넘어 상상도 못한 무언가를 즐기는 MZ세대에게는 딱 맞는 공략법입니다.
문제는 부캐가 범람할수록 이용자의 혼란은 커진다는 겁니다. 기업의 이름과 성격을 숨기고 나타난 부캐들이 엉켜버린다면? 여기 좋은 해결책이 있습니다. 농심 <라면공작소>의 경우 2018년 자체 제작한 웹드라마를 내보내는 채널에서 서브 채널로 성장한 케이스인데요. <썸끓시>, <썸하우스>, <오남하> 등 웹드라마 시리즈가 늘어나면서 이 세계관을 하나로 통합했습니다. 사실 <썸끓시> 청춘 만화카페는 <오남하> 청춘고등학교 <썸하우스> 청춘대학교와 같은 동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말하자면 후제(後提)를 구축한 거죠. 우리가 이렇게 세계관을 만들어 놓으면, 이용자는 마음껏 뛰어놀기 시작합니다. 수동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 능동적으로 이스터에그를 찾아내고 해석하면서 오는 재미가 있거든요. 가령 ‘어, 알고 보니 <썸하우스> 주인공과 <썸끓시> 인물이 대학 선후배 사이네?’를 알아챈 팬은 추후 콘텐츠에서도 비하인드스토리를 공유하고 싶겠죠.
그렇다면 성공적인 유니버스를 위한 한 층 한 층은 어떻게 쌓아가면 될까요. 단순히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산발적인 콘텐츠는 지양하는 게 좋습니다. 그렇게 발생한 화제성은 브랜드 유입으로 직결되지도 않고, 메시지가 없어 이용자의 마음을 울리지도 못해요. 만약 부캐를 만들고 싶다면, 일관된 페르소나를 수립해 어떤 콘텐츠에 노출되더라도 혼란스럽지 않도록 해야겠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고 있느냐’입니다. 제아무리 재밌는 콘텐츠라도 그 브랜드를 대표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 돼버립니다. 마케팅의 목적은 ‘라면공작소가 뭔지는 모르는데 이런 게 재밌더라’가 아니라 ‘농심이 이렇게 재밌는 것도 하더라’니까요.
앞서 세계관 구축에 성공한 예로 MCU와 BU를 들었는데요. 이 두 개의 이야기가 어디까지 뻗어가고 있는지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우선 MCU는 원작을 토대로 영화적 세계관을 재구성한 경우입니다. OTT 플랫폼 디즈니 플러스의 출범으로 ‘완다비전’, ‘팔콘&윈터솔저’, ‘로키’ 등 드라마 시리즈를 제작, 세계관 내 인기 인물의 이야기를 유연하게 넓혀가고 있습니다. BU는 방탄소년단 7명이 직접 출연하는 드라마, 영화를 넘어 게임까지 탄생했는데요. 지난 9월 BU의 스토리가 실사와 그래픽으로 구현된 소셜 게임 ‘BTS 유니버스 스토리’ 공식 트레일러가 공개됐습니다. 제작사 측에 따르면 게임 이용자가 직접 스토리를 생산하고 다른 이용자와 공유할 수 있다고 합니다. 팬이 직접 아티스트를 제작할 수 있다니, 훨씬 흥미롭죠?
우린 여기에서 트랜스 미디어의 가능성을 읽을 수 있습니다. 트랜스 미디어(Trans Media)란 미디어를 유기적으로 연결한 콘텐츠를 의미하는 데요. 한 가지 세계관이 다양한 콘텐츠로 전개된다는 점에서 원 소스 멀티유스(One Source Multi Use: 하나의 소재를 다양한 장르로 변용)와 구분되는 개념입니다. 대형 유통사 등 브랜드의 세계관을 영화, 드라마, 게임, 소설, 웹툰, 커머스 더 크게 보자면 온라인,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변주해가는 거죠. 어떻게요? 방식은 무궁무진할 겁니다. 하나의 이야기를 여러 미디어에 전이하거나, 미디어 별 주변 이야기가 연결돼 하나의 중심 이야기로 합쳐질 수도 있겠죠. 이 트랜스 미디어를 실제화하고 유통하는 주체는 다름 아닌 이용자인데요. 스스로 세계관을 학습하고 스토리 이해를 위해 더 많은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습득해 가기 때문입니다. 이 안에서 이용자는 관조자가 아닌 세계관을 함께 구축해가는 참여자가 됩니다. 마케팅으로서 이를 성공적으로 해낸 브랜드는 소비자가 아닌 일원을 얻는 거나 다름없겠죠. 이쯤 되면 한 번 더 말해도 과하지 않겠네요. 이게 세계관의 힘이란걸요.
1. 콘텐츠의 힘은 로열 오디언스(Royal Audience)를 응집하는 세계관 구축에 있다.
2. 세계관 확장을 위해 국내 기업들도 딱딱한 ‘본캐’ 대신 영(young) 타깃을 공략할 만큼 톡톡 튀는 ‘부캐’를 생성하는 데 주력 중.
3. 이젠 하나의 세계관이 다양한 콘텐츠로 전개되는 트랜스 미디어(Trans Media) 시대가 도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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