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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태 Oct 22. 2020

농심의 부캐 <라면공작소>

브랜드 유튜브 서브 채널의 성장과 전망

농심 <라면공작소>는 우리은행 <웃튜브>, KT <광화문 2번 출구>처럼 브랜드의 부캐 역할을 하는 유튜브 서브 채널입니다. 부캐들은 공식 채널이 무게감을 유지하느라 못다한 일을 해내는데요. 브랜드와 소비자의 친밀도를 높이는 매개체로 이해하면 쉽습니다. <라면공작소>는 웹드라마 ‘썸 끓는 시간’ 채널을 종합 서브 채널로 전환한 케이스입니다. 개설 2년 만에 구독자 6만 명을 돌파하며 공식 채널 <농심 유튜브>의 구독자 수를 넘기는 데에 이르렀죠. 웹드라마 외 웹예능, 먹방, ASMR 등 각 콘텐츠가 저마다의 목적을 달성했기에 가능한 성과였습니다. 웹드라마가 구독자를 유입하면, 먹방이 제품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웹예능이 시청자 인터랙션을 유도하는 식으로요. 지금은 이 콘텐츠가 하나의 정체성을 갖도록 견고한 세계관을 구축하는데 힘쓰고 있습니다. <라면공작소>를 통해 본 브랜드 서브 채널의 성장과 전망, 이번 시간엔 이걸 짚어보려 해요.



라면공작소  만든 건데?


Youtube '라면공작소' 면하는대로

업계를 점령 중인 대형 브랜드의 고민은 뭘까요. 시장 점유율? 판매량 증대? 탄탄한 인지도와 거대한 자본이 있는 이들의 허들은 영(young) 타깃입니다. 이미 확보한 고정 소비자층을 유지하는 데엔 능숙하지만, 주소비층으로 성장한 MZ세대를 공략하는 건 서툴 수 밖에 없거든요. 아무리 크고 오래된 기업이라도 MZ세대는 처음이니까요. 그래서 이들은 MZ세대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회자할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국내 라면 시장 카테고리의 첫 챕터를 장식하고 있는 농심에도 같은 과제가 주어졌습니다. MZ세대는 ‘라면은 농심’이라는 슬로건을 듣고 보고 자랐습니다. 농심 제품이 잘 팔리는 것도 알고 맛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 브랜드 자체엔 딱히 관심이 없습니다. 새롭고 톡톡 튀는 걸 좋아하는 세대에게 농심은 너무나 익숙하고 한편으로는 조금 지루할 수 있겠죠. 전세 역전을 위해 농심도 유튜브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브랜드명을 건 <농심 유튜브>를 개설해 광고 영상이나 CPR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방식으로요. 그런데 뭔가 아쉬움이 남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이미지가 필요할 때도 있거든요. 그래서 <라면공작소> 농심의 부캐를 생성했습니다. 그럼 이제 우리가 이 부캐로 무얼 하고 있는지 살펴보죠.



라면공작소 무엇을 이뤘는데?


Youtube '라면공작소' 썸 끓는 시간 시즌2


• 웰컴 투 농심 유니버스


더에스엠씨 제작 웹드라마 ‘썸 끓는 시간 시즌2’, ‘썸스테리 쉐어하우스’ 등은 같은 세계관 속에서 펼쳐지는 각기 다른 이야기입니다. 기존 시청자를 로열 오디언스로 확보하기 위해 방영 전부터 극중 소품 컬러, 캐릭터 이름, 사건을 시청자 참여로 결정하는 이벤트를 열었죠. 이후 극중 등장인물의 이름으로 개개인 인스타그램 채널을 개설, 드라마에 반영되지 않은 속마음과 일상을 공개해 몰입감을 더했습니다. 시청자가 푹 빠질 수 밖에 없는 장치가 또 있습니다. <라면공작소>의 모든 웹드라마는 같은 시공간을 공유하고 있거든요. 기존 등장인물은 후속작에서도 학교 선배, 주변인 등으로 반복 출연하며 전제를 증명하고요.


농심 유니버스


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농심 유니버스 지도입니다. ‘썸 끓는 시간 시즌1,2’의 배경인 청춘만화카페와 수트만화카페, ‘썸스테리 쉐어하우스’ 배경인 청춘쉐어하우스, ‘오늘도 남현한 하루’의 청춘고등학교 모두 한 동네에 모여있죠. 청춘고 친구들과 청춘쉐어하우스의 외국인 들렀던 청춘만화카페 2호점도 보입니다. 웹드라마만의 공유가 아닙니다. <라면공작소>의 페르소나 공작소장과 막내소장이 근무하는 라면공작소 본부도 근처에 있거든요. 작지만 확고한,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농심만의 IP(지적재산) 유니버스입니다.


• 유니버스 안내자, 공작소장&막내소장


Youtube '라면공작소' (좌) 공작소장, (우) 막내소장의 댓글


공작소장과 막내소장은 <라면공작소>에 근무하는 농심 직원을 콘셉트로 합니다. 공작소장은 애사심이 넘치는 프로 사회인입니다. 트렌드에서 살짝 비껴간 '아재식' 유머와 '-읍니다' 류의 화법을 즐겨 해요. 입사 1년차 사원인 막내소장은 매 영상에 코멘트를 달며 시청자와 직접 소통하는 MZ세대인데요. 신조어와 밈(meme)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덕에 탄탄한 팬층까지 거느리고 있습니다. 공작소장과 막내소장을 소환하며 공감을 구하거나 의견을 묻는 댓글이 속출할 정도죠. 이 두 캐릭터는 댓글뿐 아니라 먹방 콘텐츠 '면하는대로'의 화자로 까지 활약 중 입니다. 인기 요인은 이렇게 정리됩니다. 기존 브랜드의 톤앤매너에 반전을 준 것. 그리고 브랜드의 제품,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콘셉트를 영리하게 유지한다는 점이죠.




앞으로 어떻게 할 건데?


처음 <라면공작소>를 운영할 땐 농심의 색을 걷어내는 데 주력했습니다. 너무 성공적이었던 걸까요. <라면공작소>가 농심의, 농심에 의한, 농심을 위한 채널인지 모른 채 ‘농심에 광고를 받는다’ 고 오해하는 경우가 발생하더라고요. 아마 다른 브랜드 서브 채널 역시 같은 딜레마에 빠졌을 겁니다. 채널 내 다양한 포맷을 시리즈화했는데, 그 화제성이 브랜드 유입으로 직결될지도 의문일 테고요. 우린 여기서 앞으로의 방향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제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는 걸요. ‘서브 채널=브랜드’ 공식을 견고히 하고, 이 안에서 어떤 콘텐츠가 파생돼도 시청자가 혼란스러워하지 않도록요.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게 우선이지만, 이용자가 느끼는 거부감도 최소화해야 합니다. 콘텐츠가 브랜드를 주입한다는 느낌이 들면 안 되겠죠. 그러기 위해선 콘텐츠를 하나로 묶는 세계관을 확립해야 합니다. 어떻게? 뇌리에 박힐 만큼 강렬하고 ‘컨셉추얼(conceptual)’하게요. 대중적인 안목도 좋지만, 니치(niche) 타깃을 기반으로 한 ‘덕후 문화’도 나쁘지 않겠죠. 웹소설, 웹툰 등 지금 MZ세대가 열광하는 포맷을 브랜드 제품과 접목하는 방안도 재밌겠네요. 2021년을 맞아 더에스엠씨도 <라면공작소>를 새롭게 변주해 볼 생각이에요. 지금까지 살펴본 농심 IP 유니버스가 페이즈1이라면 앞으로 어떤 페이즈2를 맞을지 함께 기대해보죠.






이것만은 기억하세요

1. 신선하고 톡톡 튀는 걸 좋아하는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브랜드의 부캐 역할을 하는 유튜브 서브 채널이 등장했다.

2. 농심의 유튜브 서브 채널 <라면공작소>을 개설하며 부캐 생성에 도전.

3. 웹드라마 속 시공간을 연결하고 개성 뚜렷한 페르소나 확립. 작지만 확고한,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농심만의 IP(지적재산) 유니버스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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