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완전히 부서지진 않았어
["형, 좋아한다면 두세 번은 시도해봐야지. 계속 시도하다 보면 어느 순간 정말 좋아지거든." 어느 것을 대입시켜도 말은 된다. 좋아진다는 것은 나아진다는 뜻이었을까, 무언가를 좋아하게 된다는 뜻이을까..]
-김중혁 소설 '나와 B' 중
나는 좋아해서 두세 번이 뭐야, 열두 번도 더 시도해 본 것 같은데,
미워지기 시작했고 그렇다고 나아진 것 같지도 않다. 글을 쓰는 일 말이다.
더 정확히는 드라마를 쓰는 일 말이다.
사회 야구인의 이야기를 쓴 어느 소설(박상 '말이 되냐')에서 주인공이 말했다.
야구를 좋아하는 마음만 주시고, 야구를 할 수 있는 어깨는 왜 주지 않으셨냐.
그렇게 원망하는 말을 하는데, 그 대목에서 격하게 공감했던 기억이 있다.
재능을 주지 않을 거였다면 좋아하는 마음도 주지 말 것이지.
좋아하는 마음을 줄 거였다면 그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는 마음도 같이 줄 것이지...
이렇게 자꾸 하늘에 삿대질을 하는 것이다.
올해 마지막 공모전을 포기했다.
핑계겠지만 비어 가는 통장잔고를 조금이나마 채울 수 있는 일이 들어왔고
공모 마감에 딱 맞춰 스스로 50점이라도 줄 수 있는 작업물을 만들 수 없을 것 같아 포기했다.
어쩌면 핑곗거리를 찾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포기할 수 있는 핑계.
성실함과 끈기 하나로 버텨왔는데 그마저도 무너지고 있다.
아...정말이지 많은 것들이 부서지는 밤.
그래도 믿어본다.
좋아하니까 열세 번 열네 번 시도해보면 정말 좋아지겠지, 정말 나아지겠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