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야 처음엔 그냥 걸었어
매일 저녁 특별한 일이 없는 한
1시간이 조금 넘는 산책길에 나선다.
꼽아보니 어느새 한 달이 넘었다.
시작은 여름의 한복판, 세상을 다 말려버릴 것 같은
뜨거운 볕이 종일 쏟아지던 한여름, 어느 저녁이었다.
그날도 에어컨을 켜고 스트레칭과 근력 운동을 하고 있었다.
답답하지만 생존운동이 필요한 나이에 이른 터라 그렇게라도 겨우겨우 운동이란 걸 하고 있었다.
나는 그 누구보다 집콕에 완벽히 적응한 사람이었다.
전염병이 창궐하기 이전부터 4인 이상 모임에는 나가는 일이 거의 없었고,
밤 10시 이후 술자리는 1년에 열 번도 없는,
오로지 집에서 나 홀로가 좋은 사람.
그날도 에어컨을 켜고 스트레칭과 근력 운동을 하고 있었다.
컨디션이 별로였지만 하고 나면 좋아질 거라는 생각으로 미련하게 꾸역꾸역 마무리를 했다.
그리고 사달이 났다.
급하고 격하게 찾아온 어지럼증에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무슨 문제지?
혈압이 훅 떨어졌거나 이석증이 도진 것이라고 나름 판단을 했다.
한밤중이라
그냥 걸었다.
동네의 흔한 산책자처럼. 어떤 날은 슬리퍼를 신고 걷기도 했고,
청바지를 입고 걸어서 땀에 혼쭐이 나기도 했다.
땀을 한 바가지 쏟고 돌아와서는 샤워를 하고 앉았다.
에어컨 없이도 두어 시간은 시원했다.
그렇게 시작한 걷는 일이 어느새 한 달이 넘었다.
매일 얼마를 걷겠다, 매일매일 걷겠다
핸드폰 어플의 기록, 평균 7~8km를 걷고 있었다.
물론 언제든 그만둘 수도 있는 일이다.
걷는 일에 뭐 그렇게까지 결기가 필요할까.
걸으면 뭐가 좋냐구?
아무 생각을 안 해.
혹은 너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지. 그런 게 좋아.
** 역시 서랍에 넣어 두었던 글을 꺼내 덧붙여 쓴다.
그 뒤로 이사를 했고, 더 이상 한강공원이 그리 가깝지 않은 동네에 살게 됐다.
아니 가깝고 멀고의 문제가 아니라, 지루한 풍경에 사람이 너무 많아 나의 걸음을 방해한다.
해서, 요즘은 도심을 걷는다. 도시산책자,라고 혼자서는 말한다.
오늘은 걸으면서 '다정함이 그립다'라는 제목으로 일기를 써야지 했는데
몇 문장을 머릿속으로 끼적이기도 했는데
걷고 와서 몇 가지 소소한 일들을 하느라 모두 날아가버렸다.
걷는 일을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고, 된다면 기록도 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