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가를 포기 혹은 보류하면서
전세계약 만료일이 다가오고 있다.
2년 전 계약 당시만 해도, 2년 뒤엔 내 소유의 집을 찾아 떠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불과 몇 주전만 해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었다.
그로부터 몇 주가 지난 지금, 결론은
참. 호.기.로.웠.도.다.
막상 부동산을 돌며 평소에 눈여겨봐 온 집을 알아보니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아파트는 아주 빠르게 포기.
후순위로 봐 둔 단지형 오피스텔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조차도 여의치 않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럼, 동네를 바꿔?
서울 외곽으로 조금 벗어나서 교통이 불편하더라도...
그렇담 아파트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까지 생각이 미쳤지만,
후회하게 될 것 같아서 다시 빠르게 포기.
(나는 어쩌자고 자가 주택이 없는 데다 자가 차량도 없는 걸까)
그렇게 조금씩, 하나씩 포기하면서 깨달았다.
아, 지금이 때가 아니겠구나.
부동산 중개인도, 주변 지인들도 모두 지금이 최저점이니까 사야 한다,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한 살이라도 덜 늙었을 때로 바꿔야 할까) 사야 한다,라고 했지만
그건 '서울 집값의 때'인 것이고, 나의 때는 아직 아님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현타)
계약 직전까지 갔던 오피스텔은 매도인의 양보할 수 없는 금액 500만 원으로 실랑이를 벌이다
오히려 그것이 핑계가 되어 나에게 포기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주었다.
다행이었다. 고마웠다.
그동안 너무 몰랐다.
서울에서 집을 사려면, 계약금이니 중도금이니 해서
주택담대출을 발생할 수 있기 전까지 1억 원 이상의 현금을 융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중도금이 매도인이 아닌 매수인에게 유리한 장치라고 하는데, 이해되지 않았다.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올라서,
매도인의 입장에서 계약금의 배액을 물어주고도 남는 장사(?)인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고 했다.
그래서 중도금의 개념이 생겼다고..(들었다)
결국, 억대의 융통할 현금이 없으면 집을 못 산다는 말이냐, 그게 말이 되냐
괜히 억울해져 되물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어쩔 수 없어, 현실이 그래..' (+ 눈빛에는 그 나이 먹도록 몰랐던 네가 바보지..)
그래서 다양한 편법이 생겨나는 거고, 그 편법이 더 많이 가진 자들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하는 거고
그렇게 가난은 가난으로 증식하고, 부는 부로 증식하는
그게 당연해진 현실.
그 현실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고, 나도 그 현실에 올라타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 상황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러,
한 달쯤 고민 끝에 서울 자가를 포기 혹은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한 번도 갚아본 적 없는 금액의 이자와 원금에 헉헉대며 살 용기가 아직은 없기 때문이다.
집을 사려면 한 번은 그런 고난의 시기를 넘어야 하며,
일단 은행 빚을 지는 순간, 미친 듯이 일을 해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갚아나가게 돼 있다고
이미 서울 자가 선배는 말했지만,
나에게는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으니까.
'어쩔 수 없어요, 내 현실이 그래요'라는 대답을 할 수밖에.
핑계일지도 모른다.
돈을 벌기 위해 악착 같이 치열해지고 싶지 않은 나에 대한, 용기 없음에 대한, 혹은 나태함에 대한.
전세계약 만료일이 다가온다며, 일주일 전 이사 여부를 물어온 나의 임대인에게
이제 답을 주어야 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