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에너지 끌어당김
아침 7시 30분에 시작된, 내 귀에 때려 박히는 크레셴도 알람소리.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 늦은 새벽과 이른 새벽 사이 어디쯤 까지 잠을 이루지 못한 채 통돌이 바비큐처럼 밤새 몸통을 돌려댄다. 그것도 에너지 소모였을까,
알람소리에 눈을 뜨기가 힘이 든다.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입에서는 탄식이 새어 나온다.
'아흑...!'
머리로는 일어나야 돼, 일어나자, 하나 둘 셋! 외쳐대고 있지만
몸은 천근만근이다.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은 내 마음 뿐이랬던가, 나를 이기는 것이 진정한 승리라고 했던가,
이런 말들을 떠올리며 나의 기상 의지를 다진다.
'뭉그적 대는 몸뚱이를 이겨내고 일어나려면
벌떡 몸을 일으켜 바로 옷을 입고 신발 신고 현관문을 나서 버리자'라고!
잠의 유혹을 뿌리치고 일어나 창밖을 보니
바람이 산들산들, 연두색 애기잎들, 파란 하늘, 예쁘게 내리쬐는 풍경이 만연한 봄 날씨다.
빨리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내 노오란색 자전거를 데리고 한강변이나 나가볼까 하는 생각이.
'오~왠~열~?'
베란다 저 구석의 노란 자전거,
작년 겨우내 포삭이 앉은 먼지 쌓인 안장과 돌보지 않아 맥없이 바람 빠진 타이어의 모습이
무관심하고 아무 의지 없이 쳐져 있던 어느 날의 나의 하루와 닮아있다.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고는 바람 펌프를 들고 베란다로 나가 자전거의 상태를 살핀다.
'이 놈, 바람만 넣어주면 되겠군. 나 펌프 있는 여자라규~‘
쓸데없이 자랑스럽게 팔을 걷어 부치고 빨갛게 고무가 코팅되어 있는 목장갑을 두 손에 꼈다.
타이어 바람구멍뚜껑을 휘릭~ 돌려 열어 바닥에 잘 두고 구멍에 펌프 입구를 또각~ 연결하면서
자전거 타고 한강변까지 나갈 안전한 루트를 머리에 그려본다.
나의 뇌 속에 신선한 산소를 공급하는 마음으로 푸쉭푸쉭 펌프질을 하여 타이어를 단단하게 해 주고는
오랜만에 자물쇠를 풀어 안장밑에 감아 다시 자물쇠를 잠그고 힘찬 뒷발질로 받침대를 탁 밀어낸다.
모든 것이 잘 작동한다.
'그래, 오늘 코에 바람 넣자'
홍제천 산책길로 고고고~
귀에선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이 흐르고 있다.
귀여운 빨간 헬멧을 쓰고 힘차게 페달을 밟으면서 안전한 주행을 위해 주의 깊게 주위를 둘러본다.
UV완전차단 꽃무늬 햇빛가리개 모자와 팔토시를 착용하고 걷고 계신 동네 어르신,
나이키 저지 상의와 반바지에 탄탄한 근육질을 뽐내며 조깅하는 사람,
애완견 끌고 나와 강아지의 걸음에 속도를 맞추며 산책시켜 주는 사람,
벤치에 앉아 독서를 하는 사람, 청바지 차림에 에코백 둘러메고 따릉이를 타는 사람 등 각각의 시간을 잘 사용하는 사람들을 둘러보며, 나도 이 여유롭고 건강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하며 한강을 향해 달린다.
햇살 좋은 봄날 자전거를 타며 맞는 바람은 정말로 상쾌하고 희망차다.
한강공원에 들어섰다.
오랜만에 몸을 풀어보는 나에게 홍제천을 따라 집에서 한강까지 온 거리도 가까운 거리는 아니기에
한강을 즐기겠다고 무턱대고 여기서 더 멀리 가게 되면
돌아갈 길이 '걱정'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욕심을 내지 말고 적당한 정도에서 멈추고 돌아갈 준비를 하기로 마음먹는다.
천천히 속도를 줄여 페달을 밟으면서 두리번두리번 마땅히 쉴 곳을 찾아 둘러본다.
멀지 않은 곳에 낡은 벤치가 눈에 띈다.
저 벤치에 앉아 쉬어간 사람들의 사색이 깃들어 보인다.
자전거를 벤치 앞에 세워놓고 휴대전화 카메라를 켜 한강을 배경으로 나의 노란 자전거를 찍는다.
오랜만의 한강 산책이니 인증샷은 필수 아니겠는가.
사진을 찍고 깊은숨을 몰아쉬면서 목을 한껏 꺾어 하늘 한 번 올려다본다.
지금 상쾌하고 희망찬 기분으로 가득한 나는 어젯밤부터 지금 이곳에 앉아있는 시간까지 무슨 생각과 고민을 그렇게 했는지를 떠올려본다.
그동안 방치 했던 내 몸에 운동으로 변화를 주고 싶다와 내가 독하게 해 낼 수 있을까에 대해 너무 깊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쓸데없는 생각을 머리에서 떨쳐버리려는 듯 머리를 힘차게 좌우로 젓는다.
그러고 나서 눈을 크게 뜨고 생각을 정리해 본다.
'처음부터 너무 큰 목표를 잡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더 크다.'
'가벼이 여기고 부담 없이 시작하자.'
'작은 성공들이 쌓여 큰 성공을 이룬다.'
'앉아서 머리로 고민과 걱정만 하고 있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가려 일어나서 자전거에 오르며
아침에 나와의 기상 싸움에서 이겨낸 기분이 어떤지, 운동이 얼마나 내 기분을 상쾌하게 했는지를 생각하며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 블랙홀로 빠져들기로 결심을 한다.
'그래, 그냥 하는 거야! 며칠 전 알아봤던 그 요가원으로 가자! 1년 등록하자!'
귀에선 여전히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이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