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척거렸다
초 중 고 대학 시절, 그리고 직장인 시절에도 키가 크고 통통한 이유로 지나가는 아저씨들이 대놓고 '왜 이리 크냐'는 질문을 하던 시절을 산 나다.
듣지 않아도 될 말을 듣고 살아야 하는 나는, 한국이 싫었다.
그래서 나의 시선은 늘 해외살이였다.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갔다.
거기서도 난 키 큰 코리안 걸이었지만 매일 골져스 소리를 들었다.
스위스 남자들한테 애정을 많이 받았다.
그중 제일 잘 생기고 키 크고 매력적인 '살몽'이란 이름을 가진 그와는 설레는 감정을 나누었다.
그가 내게 용기 내 고백하는 날 밤이었다.
스위스에 여자 친구가 있다고 하며 그렇지만 나와 사귀고 싶다고 말했다.
놉, 난 영어공부하러 왔다며 거절했다.
5년 후 스위스로 여행을 갔다.
그는 여자 친구 없는 남자가 되어있었고 스위스에서의 여행을 함께하다가
나도 그때의 그 처럼 용기를 내서 말했다.
그땐 아니었는데 지금은 널 받아들일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아뿔싸,
그땐 기였는데 지금은 날 마음속에 간직했다고 말하는 그다.
질척거렸다.
네가 가지 말라하면 한국으로 안 돌아가겠다 말했다.
집에 가란다.
스위스를 떠나는 기차역 공중전화에서 그에게 전화를 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했다.
나 이제 기차 탄다고, 다시 묻겠다고. 나 한국 안 가도 된다고.
그가 다시 한번 말한다.
고맙다고, 집에 가라고.
알았다고 하고 다음 여행지 독일로 넘어갔다.
질척거렸다, 용감했다.
지금도 타이밍을 잘 몰라서
질척거리는 용감한 여자로 산다.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