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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코숙이 Jan 22. 2024

용감한 여자

질척거렸다

초 중 고 대학 시절, 그리고 직장인 시절에도 키가 크고 통통한 이유로 지나가는 아저씨들이 대놓고 '왜 이리 크냐'는 질문을 하던 시절을 산 나다.

듣지 않아도 될 말을 듣고 살아야 하는 나는, 한국이 싫었다.

그래서 나의 시선은 늘 해외살이였다.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갔다.

거기서도 난 키 큰 코리안 걸이었지만 매일 골져스 소리를 들었다.


스위스 남자들한테 애정을 많이 받았다.

그중 제일 잘 생기고 키 크고 매력적인 '살몽'이란 이름을 가진 그와는 설레는 감정을 나누었다.

그가 내게 용기 내 고백하는 날 밤이었다.

스위스에 여자 친구가 있다고 하며 그렇지만 나와 사귀고 싶다고 말했다.

놉, 난 영어공부하러 왔다며 거절했다.


5년 후 스위스로 여행을 갔다.

그는 여자 친구 없는 남자가 되어있었고 스위스에서의 여행을 함께하다가

나도 그때의 그 처럼 용기를 내서 말했다.

그땐 아니었는데 지금은 널 받아들일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아뿔싸,

그땐 기였는데 지금은 날 마음속에 간직했다고 말하는 그다.


질척거렸다.

네가 가지 말라하면 한국으로 안 돌아가겠다 말했다.

집에 가란다.

스위스를 떠나는 기차역 공중전화에서 그에게 전화를 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했다.

나 이제 기차 탄다고, 다시 묻겠다고. 나 한국 안 가도 된다고.

그가 다시 한번 말한다.

고맙다고, 집에 가라고.

알았다고 하고 다음 여행지 독일로 넘어갔다.


질척거렸다, 용감했다.

지금도 타이밍을 잘 몰라서

질척거리는 용감한 여자로 산다.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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