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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코숙이 Jan 01. 2024

힙하게 살아보겠습니다.

마음은 19세 힙쟁이





이곳, 살랑살랑 벚꽃 나뭇가지가 봄이 왔다며 손 흔들어 반겨주는,

내가 에너지충전받으며 걷는 이 거리는 서울 마포의 연남동거리.


자유롭고 힙하고,

개성 있는 유튜버와 맛집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생기 있게 활보하는,

더불어 내가 즐기는 이국적인 분위기의 카페도 많은,

내 취향의 생동감이 가득한 거리.


2014년 내가 처음으로 이 거리에 발을 들여놓았던 때에는 지금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번화의 거리라기보다는 매니악들이 소소하게 찾아 즐기는 작은 동네였다.

주인장의 취향을 한껏 묻어 낸 카페와 맛집들이 띄엄띄엄 숨어 있던 곳.


지금은 연트럴 파크 줄기를 타고 생겨난 맛집들은 치열한 맛 경쟁을 펼치고 있고,

인테리어는 각각의 개성들을 뽐내며,

종업원들은 모.두.다. 패셔니스타.


홍대입구역 3번 출구,

나의 만남의 장소

나의 배웅의 장소

나의 집으로 가는 길

나의 즐거운, 외로운, 고독한, 희망찬 발걸음이 시작되고 멈추는 곳.


그곳에서 나는 삶을 만나고

그곳에서 나는 생각을 나누고

그곳에서 나는 누구보다 힙쟁이다(라고 세뇌시킨다.).


"왔어?"

"하이~"

"뭐 먹을래?"

"오래간만에.. 피자!"

"콜! 괜찮은데 있어. 가자!"

오랜만에 날 만나러 온 동생과 함께 향한 조각피자집,

'몬스터피자' 간판 이름에 걸맞게 피자도 몬스타급.


"치즈 피자 두 개요."

"피자만 먹기엔 너무 아쉽지 않아?"

"그럼, 레드락 한 잔!"

"콜?"

"콜!"

말 끝나기가 무섭게 두 잔이 눈앞에.

"천천히 마시면서 얘기하자."

"....... 캬~!!"

이미 원샷을 때리는 나다.

"크~ 역시 이 맛이야!"


얘기는커녕 먹느라 바쁘다.

야외 테이블, 하이 체어에 앉아 피맥 한 세트로

이곳은 미국이다.

막 영어로 솰라솰라 유창하게 떠들어 재끼고 싶다. 하지만 I can't speak in English well.


분위기에 취해 점점 서로의 사는 얘기, 관심사 얘기,

취미 얘기, 고민 얘기로 깊어지다 보면 웃다가 울다가 희망찬 미래를 다짐하며 서로에게 파이팅을 날려준다.


"맥주 마셔서 알딸딸하니 커피 마시러 가자."

"라테 먹고 싶은데, 거기 맛있어?"

"내가 맛없는데 데려간 적 있어~?"

"오호! 없지!"


커피 향 향기롭고 산장 같은 실내 분위기에 취하러 난 나의 최애 장소로 그녀를 데리고 간다.

지금도 자주 들락거리는 내 아지트.

이곳에서 오랜 시간 사색을 즐기고,

독서 시간을 만끽하고,

한참 멍 때리는 시간을 갖기도 한 지가 어언 3년이다.

나에게 따뜻함을 주는 아늑한 공간.


창가에 앉아 서로 사랑하는 사람 커플, 주인과 함께인 반려견, 부모님과 함께인 자녀

그리고 모락모락 솟아나는 커피 향, 창밖 계절에 따라 나뭇잎색이 변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가지고 있는 불안감이나 고독감도 그 안에 묻히게 된다.


오늘은 그녀와 함께 사색에 잠긴다.

그리고 그것을 주제 삼아 오랜 시간 수다를 떤다.


나이는 많아도 철없는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행동하기도 하는 올드미스이지만

뭐 어때,

올드미스이기에 그동안 수련한 마음훈련들이 내공이 되었고,

그 내공이 나를 골드미스로 만들고 있고,

그 자신감이 나에게 생동감을 넣어주고 있다.

그러니 앞으로 더욱 금빛이 빛날 것이므로 나는 오늘도 이곳,

볼 것 많고, 느낄 점 많고, 생각할 것 많은 연남에서 힙쟁이들의 에너지를 충전받는다.



"얘들아, 난 늘 이곳에 있다~ 놀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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