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에서 게임 기획자까지

꿈을 이룬 몽상가 #Level 2

by 스토리텔러

중학생, 장르 소설을 만나다


지금처럼 웹소설이 본격적으로 장르 문학의 대세를 이루기 전, 한창 책방에서 장르 소설들을 빌려 읽는 게 당연시되는 날들이 있었다. 인기 있는 작가분들의 책은 출시 전에 사장님들이 먼저 예약을 받아놓기도 했다. 내가 원하는 책이 대여중일 때는 가만히 앉아서 손가락만 빨던 시절이 있었다. 단돈 800원으로 자리에 앉아 그 책을 정독하는 것이 삶의 낙이었다. 그게 내 중학교 때의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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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장르 소설을 처음 접한 건 순전히 만화책 덕분이었다. 만화책을 보기 위해 간 만화방에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다가 사장님이 '심심하냐?'라고 물어본 것이 시작이었다. 만화방에 있는 만화책이란 만화책은 모두 독파했었기에 시간 된다면 소설도 읽어보라고 한 작품을 추천해주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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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국내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었다. 장르 소설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생소하겠지만, 이 분야에 대해 조금이라도 발을 들여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고전이다. 판타지와 무협이 아주 맛깔나게 섞인 이 작품을 시작으로, 나는 미친 듯이 장르 소설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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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작품들


내가 아마 이 작품들을 그저 재밌게만 봤다면, 어쩌면 지금 다른 길을 걷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여전히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 이야기들은 나에게 단순히 이야기가 아니었다. 또 하나의 세상들이었다. 내가 그 주인공들과 함께 살아 숨 쉬고 그들의 여정을 함께하는 그런 세상. 그랬기에 그들과 함께 웃고 울었다. 작품이 끝나면, 긴 시간 동안 알아온 친구를 영원히 잃은 듯한 느낌에 마음이 한없이 공허해졌다.


그 공허함 때문이었을까? 나는 이 이야기들에 나 자신만의 이야기를 입혀나가기 시작했다. 아니, 그들이 사는 세상에 나라는 인격을 넣어서 새로운 삶과 모험을 그려냈다. 그럴 때 나와 그 세계의 주인공들은 이별하지 않고, 내 머릿속에서 평생을 함께 살아갈 수 있었다. 그렇게 몽상에 빠질 때면 현실의 그 어떤 걱정도 나를 힘겹게 하지 못했다. 부모님은 이런 내가 못마땅했지만 나는 별의별 수를 다 써가면서까지 이런 몽상들을 지속했다.




장르 소설을 처음 접할 때의 그 설렘을 여전히 간직하면서 산다. 왜냐하면 이건 게임 기획자로 살아가는 나에게 꼭 잊으면 안 되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내가 기획한 게임을 처음 접할 때, 사람들이 이런 설렘을 안고 그 세계에 빠져들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내가 만든 세계에서, 내가 기워낸 이야기들로 인해 울고 웃길 바란다. 그렇게 그 세계에 차츰차츰 매료되길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사자인 내가 이 감정을 잊으면 안 된다.


15년이 넘게 흐른 지금도, 새로운 세상 속을 탐험한다는 것은 내 가슴을 떨리게 하는 일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그런 마음의 울림을 남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나의 일이다. 장르 소설에 빠져 부모님의 속을 시커멓게 썩이던 중학생은, 장르 소설에 빠져 부모님을 자랑스럽게 하는 아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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