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이룬 몽상가 #Level 6
내 브런치를 구독하던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이 브런치는 애초에 여행 콘텐츠를 메인으로 다뤘었다. 여행기를 기록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브런치다. 그만큼 여행을 향한 내 사랑은 누구보다 크다. 그리고 이 역시 게임 기획자의 꿈을 키우는데 크게 기여했다. 아니, 어떻게 보면 게임 기획자의 꿈과 여행이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줬다고 하는 게 더 적절한 표현이다.
어릴 때부터 여행을 자주 가긴 했지만, 단 한 번도 '여행이 좋아서 너무 가고 싶다'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든 건 군대를 제대하자마자 가게 된 35일의 유럽 여행 때문이었다. 그 당시의 기억이 너무 좋아서 그 이후로도 목숨 걸고 여행을 다니게 됐다.
세상 모든 사람들의 여행은 특별하지만, 그중에서도 내 여행은 조금 더 특별하다고 자부할 수 있다. 내가 여행지를 고르는 첫 번째 기준은, 과연 그 지역이 그 지역만의 특색을 품고 있는가다. 더 쉽게 설명하자면, 베를린이나 뉴욕 같은 곳은 애초에 내 여행의 선택지에도 오르지 못하는 곳들이다. 나는 이스탄불, 산토리니, 말레이시아 등등 지역적 특색이 강한 곳들에게 매료된다. 그것이 게임 세계관을 창조하는데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제일 좋아하는 장르가 판타지라 그런지, 이런 이국적인 풍경들을 보면 당장이라도 이 풍경을 그대로 게임 속에 담아내고 싶어 미치고는 한다. 그리고 그 안에 담길 여러 이야기들을 상상하면 그 어떤 때보다 짜릿한 쾌감이 머릿속을 지배한다.
이 지역의 설화는 무엇일지, 이 지역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은 뭐가 있을지, 거리에 보이는 저 아름다운 조각상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지... 이 요소들은 내가 상상으로 기획하는 게임의 퀘스트가 되어 새롭게 창조된다. 그 이야기들로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으면 하는 게 내가 평생 살아가며 이루고 싶은 소망이다.
개인적으로 게임에서의 메인 퀘스트보다 서브 퀘스트에 더 큰 로망을 가지고 있다. 메인 퀘스트가 주인공이 겪는 일이라면, 서브 퀘스트는 그 지역과 관련된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메인 퀘스트보다 더욱 세계관을 잘 설명하는 요소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지에 가면 그 지역 사람들이 거리에서 어떤 잡담을 하는지, 식당이나 카페에서 어떤 주제들로 떠드는지를 유심히 듣는다. 그 이야기들은 내 이야기에 좋은 소재가 되고는 한다.
2017년 여름에 오이도를 간 적이 있다. 게임 기획자로 취업하기 위해 처음으로 포트폴리오라는 것을 제작하려고 했다. 마침 작성하려는 포트폴리오의 내용이, 바다를 낀 마을이 무대였기 때문이다. 재밌는 영감을 얻기 위함이라는 핑계를 붙여서 홀로 오이도로 향했다. 미적 분위기는 유럽 그리스의 산토리니였지만, 이야기는 오이도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려 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포트폴리오의 구성 양식은 신입 아니랄까 봐 형편없었다. 다만 그때 구상한 내용은 지금 써도 괜찮을 정도로 내용 자체는 손색없었다. 이게 내가 새로 구상하고 있는 세계관과 이야기의 발단이 됐다. 현재는 회사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언젠가 나만의 회사를 차리게 된다면 여태까지 내가 여행으로 다녀온 곳들을 배경으로 삼은 판타지 세계관을 구성하고 싶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마치 그 장소를 실제로 여행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하고 싶다. 특히 코로나 시국 때문에 여행에 목마른 사람들이 더욱 많아진 요즘, 그런 생각이 부쩍 강하게 든다.
언젠가부터 약간 주객이 전도되는 부분도 생기긴 했지만, 여전히 여행은 기획자인 나를 자극시키는 중요한 요소다. 지금도 벌써 코로나가 풀리면 어디에 가서 또 매력적인 지역을 구상할지 상상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내가 꿈을 이뤘구나라는 만족감에 슬며시 미소 짓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