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트위스트: 해외취업이야기
최근에 ‘인생’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나는 고정적인 수입과 안정적인 직장 생활에 너무 편안함을 느껴버린 나머지 도전을 해 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이전과 같이 불타오르는 열정이 사라진 지 오래됐고, 거울 속의 내 표정은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었다. 남들은 다 바쁘게 살아가는 것 같은데 나 혼자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쳇바퀴 굴러가듯 매일 똑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초라해졌다.
하루는 휴대폰을 보고 있는데 페이스북에서 알림 창이 떴다.
“6년 전의 추억을 기억해 보세요!”
오래된 사진첩을 열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2010년 대학교 2학년 시절의 내 모습이 나타났다. 그 사진 속에는 중국 장춘 유학시절 훠궈 집에서 같은 반 친구들에 둘러싸여 활짝 웃고 있는 내 모습이 있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와 대조되리 만큼, 사진 속의 나는 너무나 해맑고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날 그토록 행복하게 했을까?”
우리는 때로 전혀 예기치 못한 순간 뜻하지 않은 곳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인생의 의미를 다시 깨닫게 된다. 나에게 중국은 그런 곳이다. 그래서 누군가 나에게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였느냐 물으면 나는 한결 같이 ‘중국에서 살 때’라고 답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왜 그때 그 시절이 지금까지도 내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하는지, 왜 힘들 때면 난 그때의 추억을 먹고 사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봤던 적이 없었다.
분명 8년이란 시간을 중국에서 보내면서 기쁜 순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낯선 땅에서 취업을 위해 무수히 많은 시간을 허비했고 그 과정에서 서류 탈락 횟수만 해도 100회는 족히 넘을 것이다. 그럼에도 묵묵히 내 길을 갈 수 있었던 이유는 ‘상해 취업’이란 꿈과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나에 대한 믿음이 가득했기에 버틸 수 있었다.
반면, 지금의 나는 하나의 결정을 내리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저 내게 주어진 매일을 살아가는 것뿐. 그때의 열정 가득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생각됐다. 내 인생에서 가장 두려움이 없었던 그 시절의 이야기를 글로 써 내려가며 안정적인 삶에 갇혀버린 스스로를 다시 찾아보려고 한다. 왜 중국에서의 생활이 그토록 행복했는지, 그 행복이 나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왔고, 지금의 나는 그 행복을 다시 찾을 수 있는지 생각을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30대의 나는 어떤 태도로 삶을 살아가야 할지 새롭게 규정 지어보고자 한다.
자아는 이미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선택을 통해 계속 만들어 가는 것이다. The self is not something ready-made, but something in continuous formation through choice of action.
-존 듀이(John Dew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