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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Soul Searcher May 23. 2024

인생의 전환점

상하이트위스트: 해외취업이야기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공자


2007년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나는 입시 공부의 도피처로 ‘중국어’라는 과목에 푹 빠져있었다. 학교 정규 수업 과정 중의 하나였던 중국어는 한평생 받아온 영어 교육과는 사뭇 달랐다. 당시 우리 반을 담당했던 중국어 선생님은 회화 위주의 커리큘럼을 통해, 중국어뿐만 아니라 언어의 흥미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노래, 영화 등과 같은 문화 예술적인 영역을 함께 통합하여 수업을 진행했다.

논리보단 영감의 영역이 발달한 나에게 콘텐츠 기반의 수업에서 배운 몇 개의 중국어 문장이 내 머리에 오래 각인됐다. 내 인생의 중국 드라마 ‘황제의 딸’에서 어설프게 배웠던 단어들을 직접 체득하는 게 그렇게나 재밌었다.

같은 해 겨울 학교에서는 상해에 위치한 중국 일류 대학교인 상해교통대, 복단대로 입시 견학을 보내주었다. 중국어에 미쳐있는 나를 위해 부모님은 내가 그토록 원하는 중국으로의 여행을 허락해 주셨다. 그것이 내 인생 첫 상해로의 여행이었다.

1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마음 한 구석에는 상해의 첫인상이 강렬하게 남아있다. 황포강을 사이에 두고 하늘 높이 치솟은 고층빌딩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려한 불빛과 고픙스러운 유럽풍 건물에서 들려오는 종소리를 들으며 인생에 처음 심장이 뛰는 경험을 했다. 그날, 내 안에는 뭔지 모를 열정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2009년 봄

참 인생이란 게 알다가도 모르겠다.

수능 시험이 완전히 망하고 수시 성적으로 지원한 두 개의 대학교 중에서 한 곳만 유일하게 나에게 면접의 기회를 줬다. 그 해,  대학교에서는 ‘중국학과’를 새롭게 설립했는데 지원자가 적었던 그곳의 첫 입학생으로 최종 합격했다.

기존의 중문학과는 달리 우리 학과는 중국의 경제, 역사, 문화 등 전반을 다루는 학문이었다. 두보, 공자 등 고리타분한 고대 문학을 배우는 것이 아닌 실용적인 학문을 배우다 보니 공부가 쉽고 재밌게 느껴졌다.

1교시에 잡혔던 중국어 수업을 듣기 위해서 새벽까지 술을 진탕 마시고도 다음날이면 6시에 일어나 중국어 연습과 과제를 했다. 시험 기간엔 새벽 5시부터 12시까지 도서관에서 살았다. 천재는 즐기는 자를 따라갈 수 없다고 했던가. 나는 어느새 과 탑이 되어있었고, 그것은 내게 새로운 기회의 창을 열어줬다.


2010년

“공자아카데미 장학생에 선발되신 것을 축하합니다.”

중국 공자아카데미는 중국어 교육 및 중국의 사상, 체제와 문화를 전파 홍보하여 대외적으로 중국의 영향력을 강화할 목적을 갖고 설립된 기관이다. 중국 정부의 소프트 정책 일환으로 국가에 대한 우호적인 이미지를 전파하기 위해서 해외 대학생들에게 중국에서 무료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당시 우리 학과의 지도교수님은 공자아카데미와 매우 긴밀한 협업 관계를 구축해 두셨고, 교수님의 네트워크를 통해 나를 포함한 과 동기 4인은 숙소, 학비는 물론이거니와 매달 1,500위안(약 30만 원)의 용돈을 지원받으며 1년간 중국 유학생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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