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D대안학교에 방문을 했다. 이 학교와는 인연이 깊다. 학교 개교가 2017년이었는데 2016년부터 학교 개교를 함께 준비했었다. 그 이후 교장선생님이 오셔서 내부 업무체계를 수립하는 과정에 함께 했었다. 그랬던 학교가 이젠 10기생을 선발한다고 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동안 교장선생님도 바뀌고 설립할 때 함께 프로젝트했던 분들도 거의 안보이지만 학교는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번엔 이 학교 운영을 책임지는 재단이 내 고객이다. 재단과의 프로젝트는 나중에 이야기하고 이번 글엔 학교와의 추억을 소환해보려 한다.
이 학교와의 프로젝트는 참 다이나믹했다. 처음 인연은 아산나눔재단을 통해서 였는데 학교 인사체계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이었다. 2014년에 독립을 해서 아직 새로운 프로젝트가 마려웠던 나는 OK를 외치며 학교로 향했다. 아뿔싸. 첫 다면인터뷰부터 난관이었다. 서로 간의 갈등이 너무 컸다. 재단과 학교 사이 갈등, 몇 명 없는 학교 직원들의 갈등, 전혀 체계를 잡지 못한 운영, 학교 설립 목적과 대상 학생에 대한 이견 등등 태산 앞에서 느끼는 막막함이 있었다.
첫 인터뷰 후 프로젝트 주제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단순히 인사체계가 아닌 학교 비전과 실천과제들을 구체화하는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미래의 큰 그림을 함께 그리면서 서로간 갈등을 조정해 보자는 생각에서였다. 학교 직원들과 학교운영 재단 이사진들에게 주제변경에 대한 내 의견을 전달했다. 다행히 그분들이 수용해주었고, 난 새로운 프로젝트 주제에 대한 제안서를 제출했다. 제안서에는 학교 비전과 비전 달성 과제 도출, 학교 운영 조직체계를 담았으며 격주로 총 6회, 12주로 진행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번 프로젝트는 이해당사자와 이해관계자가 참 많았다. 앞서 언급한 학교와 학교 운영재단 뿐 아니라 아산나눔재단과 자문교수단까지 있었다. 이 모든 분들이 학교가 자립하고 잘 운영되도록 도와주기 위해 모였던 거다. 지금 생각하면 참 내가 부족했던 부분인데 그 당시 나는 프로젝트가 이해당사자 뿐 아니라 이해관계자들과도 세밀하게 소통해야 한다는 점을 몰랐다. 아니 알았지만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아산나눔재단과 자문교수단과의 소통에 소홀했고 이점이 프로젝트 마무리 때 미묘한 오해를 불러일으켰었다.
이 오해에 기름을 부은 게 난데, 나는 첫 세션 이후 프로젝트 주제를 한 번 더 수정했다. 첫 번째 워크숍을 하고나서 보니 지금 우아하게 비전을 그리고 과제를 논의하며 앉아 있을 시간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래서 학교와 학교운영재단에 프로젝트 과제는 내가 어떻게든 해내겠으니 우리 프로젝트 주제를 ‘학교 설립’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학교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비전이나 조직체계등은 만들어가자고 말이다. 문제는 이런 일련의 내용들을 아산나눔재단 담당팀장과 자문교수진이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던 거다. 나중에, 정말 나중 에서야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