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션에서 우리는 가장 큰 갈등요인을 정면 돌파했다. 물론 그렇다고 이분들이 그동안 쌓인 서로 간 앙금을 바로 털어버릴 리 없었다. 공식적으론 표현 안 하지만 마음속에 하고 싶은 말이 얼마나 많을까. 그럼에도 우린 ‘작은 성공’을 경험했다. ‘우리가 툭 터놓고 함께 이야기하면 큰 산도 이렇게 쉽게 넘을 수 있어’라는 작지만 소중한 경험 말이다. 이제 우린 적어도 누구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이 일을 통해 세상에 어떤 기여를 하고 싶은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첫 세션과 두 번째 세션 사이에 가능한 많은 분들과 비공식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어떤 부분이 힘들었는지, 누구와 갈등이 있는지, 이유가 무언지 등등 마음 속 이야기를 들으려고 했다. 첫 세션 경험 덕분인지 만난 모든 분들이 진솔하게 자기 이야기를 해 주셨다. 물론 나도 지금 나누는 이야기는 기록도 하지 않을 것이며 내가 죽을 때까지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겠다고 확약을 했다. 지금도 감사한 건 이분들이 그런 나의 ‘말’을 믿어 주었다는 점이다. 어쩌면 그래서 더 애정이 갔던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드디어 대망의 두 번째 세션이었다. 이번 세션의 최종 목표는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학교 모습 그리기’였다. 가장 먼저 지금까지 우리가 무엇을 준비했고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아야 했다. ‘내’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말이다. 난 워크숍 전에 모든 분들에게 지금까진 진행 자료를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모든 자료를 받아서 중요 부분만 발췌해서 프린트했다. 발췌했음에도 자료 양이 꽤 많았다. 평소보다 일찍 워크숍 장소에 도착한 나는 프린트한 모든 자료를 사방 벽에 붙였다. 강의하는 분들이 많이 사용하는 기법 중 하나인 ‘Gallery Walk’를 응용해봤다.
각 영역 담당자들은 본인들 영역을 다른 분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해야 했다. 인원이 많은 게 아니다 보니 설명한 사람이 다음 라운드에선 설명을 들으며 한 바퀴를 돌았다. 길지 않은 한 바퀴속에 우리 모두는 지금 현재 우리가 어디까지 왔는지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걱정은 교육 커리큘럼이었는데, 정말 다행히 6학기 내용과 교재가 모두 완성되어 있었다. 당황스러웠던 건 교재와 커리큘럼이 있다는 사실을 담당자 한 사람만 알고 있었다는 거다. 우리 학교 관계자들은 보이지 않은 곳에서 열심히 노력했지만, 각자 노력했을 뿐 ‘함께’가 아니었던거다. 지금까지는.
아마 이 즈음부터 였던 듯하다. 함께 공유하고 함께 토론하고 함께 고민하며 함께 일하면 훨씬 쉽고 편하다는 ‘느낌’을 공감하기 시작한 때가. 이 이후부턴 오히려 편했다. 현재를 공유하고 나는 1페이지 기획서와 성공한 우리 학교는 어떤 모습일지 그려달라고 요청했다. 내가 예정한 시간보다 훨씬 빨리 이분들은 학교의 미래모습을 그렸다. 드디어 우린 One Team이 된거다. 아래엔 그때 사용했던 1페이지 기획서 양식이다. 물론 이 양식에 워크숍을 통해 채운 결과물이 '최종'의사결정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함께 인식하는데는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우린 이제 이 기획서에 채우지 못한 빈칸만 채우면 되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