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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협업Soulutioner 노준환 Aug 27. 2024

R사의 고객 중심 사명정립 #6

#Last Session – Our Mission

우리의 마지막 세션이었다. 처음 시작부터 6번이고 격주로 만났으니, 장장 3개월에 걸친 프로젝트였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프로젝트는 3개월이 가장 적당한 것 같다. 이 기간을 넘어서면 뭐랄까 집중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더라. 업무환경이 변하기도 하고, 참가자들에게 다른 급한 일들이 비집고 들어와 아우성치기도 하고. 다행히 이번 R사 프로젝트는 대표와 디자인실장이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해주었다. 비록 지금은 힘겹지만 회사를 더 높이 올리고 싶다는 열망에 나도 동화되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지난세션까지 함께 나눈 이야기를 되돌아봤다. 사업환경을 봤고, 경쟁환경을 들여다봤다. R사가 하고싶은 것, 가고 싶은 방향에 대해서도 충분한 논의를 했다. 이런 논의를 바탕으로 짐콜린스가 말한 ‘고슴도치 컨셉’을 우리회사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함께 토론했다. 거기에 동대문 새벽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을 만나고 소비자들의 소비 트랜드도 온몸으로 느꼈다. 이런 모든 과정의 목적은 ‘고객’과 ‘시장’을 알기 위해서였다. 그렇다. 결국 ‘고객’이다. 


우리가 버티고 공장자동화를 하고, 웹툰으로 홍보를 하더라도 고객이 찾지 않는다면 모든 게 공염불이다. 나는 마지막 세션에서 이들에게 다시 한번 질문을 했다. “여러분이 특정한 고객에 가장 근접한 지인을 상상해 달라. 그들이 동대문에 쇼핑을 하러 갔다. 그들은 여러 대안 중 우리 옷을 선택할까? 어째서? 그들은 우리 옷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애플의 오픈런처럼 그들이 우리 옷을 찾아올까? 아니면 그냥 지나다가 집어들까?” “어떻게 하면 그들을 우리 팬덤으로 만들 수 있을까?” 지난번과 비슷하면서 한걸음 더 고객에게 다가가게 하고 싶었고 고객을 상상하고 옆에 함께 하게 만들고 싶었다. 


이번엔 두 분의 활발한 토론에 개입을 하지 않았다. 이들은 지난 5번의 세션동안 경험하고 느끼고 생각한 모든 내용을 생각나는 대로 서로에게 이야기했고 둘이 때론 공감하고 때론 다른 생각을 더하며 수다를 떨었다. 맞다. 이건 ‘수다’였다. ‘근본 없고 맥락 없는 수다’. 그 안에 에너지가 흐르고 공감과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꿈틀거리는 수다. 이들은 그런 수다를 떨었다. 그 과정 속에 나는 우리 프로젝트가 올바른 방향으로 왔다는 예감을 했다. 


한참동안 이들의 수다를 함께 하다가 어느정도 소강상태에 들어섰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나는 이들에게 몇 가지 요구를 더했다. “여러분이 정하고자 하는 사명 속에 R사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포기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담아야 한다.” “우리 사업과 제품, 서비스에 지속적인 영감을 불어넣어줄 수 있어야 한다.” “그 중심에 우리의 ‘팬덤’이 존재한다.” “우리가 만들 사명은 우리 사업에 대한 ‘영감’과 ‘통찰력’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솔직히 이 질문들은 내 욕심이었다. 조금 더, 조금만 더 자신들이 발견하는 ‘사업의 정의’가 품질 높아지기를, 아주 조금이라도 더.



“우리는 20대 사회 초년생들의 니즈와 환타지를 충족시켜줄 다양한 컨텐츠를 통하여 그들의 더 나은 일상에 기여한다”



꽤 긴 시간 수다속에 이들이 꺼내든 한 문장이었다. R사는 지금 의류를 하고 있으나 향후 웹툰으로의 사업 확장을 결코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그들의 사명속에 표현했다. 또한 그들은 ‘의류’라는 제품을 ‘컨텐츠’로 승화시켰다. 단순히 사용하는 ‘단어’를 바꾼 것을 넘어 본인들의 제품 카테고리를 바꿨다. 더 이상 이들은 ‘의류 생산 업자’가 아니었다. 이들은 ‘컨텐츠 크리에이터’인거다. 이런 마인드셋의 변화는 세상을 보는 다른 시각을 제공한다. 그러한 ‘다름’이 ‘독특함’으로 다시 ‘매력’으로 승화시키는 일이 이들에게 남겨진 숙제였지만, 가장 큰 한걸음은 내딛은 거다. 


이번이 마지막 세션이다 보니 내가 마음이 급했나보다. 나는 남은 짧은 시간동안 이들에게 몇 가지 향후 과제를 주었다. 먼저 BSC의 전략체계도 개념을 전달하고, 이들에게 지금 사명을 달성할 고객가치를 정하고, 그 고객가치를 중심으로 BSC의 전략체계도를 단순하게나마 그려달라고 요청했다. 또 Value Chain의 개념을 설명하면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컨텐츠’가 되기 위해 Value Chain 각 단계별로 어떤 행동을 더하고 어떤 행동을 뺄지를 한번 정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이분들이 내 짧은 지식 자랑을 받아들이려 노력해줘서 다행이었지 그 짧은 시간에 내용을 온전히 소화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자칫했으면 나는 ‘사명을 전략으로 전환하는 방법은 너무 어렵구나’ 라는 인식만 심어줬을 수 있었다. 결코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항상 반성하지만 프로젝트에서 가장 크게 경계해야 하는 건 ‘내 욕심’이었다. 앞서 부린 욕심이 좋은 결과를 얻다 보니 절제를 못했나보다. 그래도 이번 프로젝트로 R사에 뭔가 의미 있는 기여를 했다는 뿌듯함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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