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은 고양이에게 가장 치명적인 꽃 중 하나 일 것입니다. 백합의 꽃가루, 줄기, 뿌리 모두 고양이에게 맹독으로 작용한다고 합니다. 여러 경고 문헌 글에 겁을 먹은 나머지 고양이 두 마리의 반려 집사로서 백합은 손으로 만지기도 두려운 그런 꽃이에요.
하지만 어쩌나요, 백합은 참 매력적인 꽃인걸요. 정원에 피어난 백합을 보신 적 있나요? 수선화와 튤립과 비슷한 구근 식물이지만 이 둘과는 또 다르게 백합은 당당한 위용이 있습니다. 하늘을 향해 꼿꼿하게 솟아오른 줄기에서 왕의 행차를 알리는 커다란 나팔처럼 당차게 피어납니다. 하지만 이들을 꺾어 가지런히 화병에 둔다면 새하얀 우아함을 자랑하지요. 향은 어찌나 진하고 화려한지 존재감이 넘칩니다. 괜히 꽃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게 아닌 듯합니다. 고양이들만 아니었다면 매년 한 번씩 집에 꼭 모시고 싶은 그런 꽃입니다.
가까이에서 백합을 감상하고 싶지만 고양이를 위해 그 마음을 접어둡니다. 그래도 아쉬운 김에 백합 꽃병 옆에 있는 고양이 파브르를 상상하여 그려보았어요. 상상으로 그렸더니 실수로 고양이를 꽃에 비해 너무 작게 그려버렸네요. 그래도 나름 귀여운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