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이 켜켜이 쌓여 돌탑이 된 하루
사람들 그 돌탑 돌며 하는 기도 소리가
싸르락싸르락 눈처럼 날리는 밤
어머니 부엌에서 나뭇잎 같은 그릇에 이슬을 튕기며
설거지한 그릇을 차곡차곡 쌓고 계신다
늘 주름을 접으며 빙그레 웃는
내가 닮고 닮아야 해 닮지 않은 얼굴
나물 무치는 손끝에서 빚어지는
손가락과 손가락이 버무려지는 맛있는 전쟁
각질을 떠나보내기 전에
굳은살이 먼저 배어버린 발뒤꿈치만 보다
오늘은 설거지하는 어머니 등을 바라보고 섰다
찰박거리는 물소리 어머니 설거지하는 소리
그믐달처럼 야윈 삶을 그릇에 담아
음식찌꺼기 쏟아내듯 비우고
수세미로 거품방울 묻혀 씻고 닦아 내신다
오늘 살아낸 세상 궂은 이야기들이
그릇에 엷은 금이 가듯
어머니를 아프게 하는 화두話頭가 되어
또 그렇게 씻겨져 내려간다
우리 집 부엌에선 부처님이 설거지를 하신다
백 팔 번뇌 어깨에 짊어지고
늙으신 부처님이 그릇을 환하게 부시고 계신다
가끔 아주 가끔 부처님도 손이 미끄러워
그릇을 놓치고 쨍그랑 소리를 내신다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