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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 속도 Nov 14. 2015

사람

반가워요. 그리고 즐거웠어

이 매거진의 원글(제주에서 육지로 다시 와 적응하는 이야기)은 아래의 브런치북으로 옮겨갔습니다. 기존 글은 브런치북에서 찾아주세요. 여기서는 육지에서도 끊이지 않는 삶의 루틴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당연했던 사람들. 정말 소중한 사람들만 닿을 수 있었던 곳. 서로 상처주기보다는 그저 흘러가던 사람들. 육지에 돌아오니 갑자기 지인의 범위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규모도 커지고, 서로의 생활도 바쁘고. 관계도 얽히고 서로의 문법도 표현도 달라 매 순간 조심스럽다. 일부러 연락을 마구 하지는 않는다. 연락이 닿는 만큼만, 인연이면 언제고 만나 지겠지. 그냥 도시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매일, 매주. 너무 많은 약속에 치이기에는 간단하고 진득한 관계가 너무 좋아져 버렸다.


오랜만이었어요 여러분, 그리고 반가워요 A.  사람의 만남은 물의 흐름과도 같아 어쩌다가 만나지기도 또 흘러가버리기도 하지요. 신기했어요, A. 다이빙과 서핑. 클라이밍도, 안 그래도 곧 하려고요. 몸을 움직이면서, 뭔갈 할 줄 알게 되면서 드는 희열이 전 좋아요. 그죠. 하고 싶은 일은 하고 싶을 때  해버려야겠더라고요. 젊어서 한때다라고들 말하지요. 젋어서-인건 잘 모르겠어요.  그때가 되면  그때 또 꽂히는 것이 생기겠지만, 그래요. 에너지와 때가 잘 맞기는 힘들더라고요.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지금이니 맞아요, 하고 싶으면 질러야죠. 긍정적인 기운을 가진 사람으로 계속 남고 싶어요. 늘 긍정적인 기운을 나눠주어서 고마워요. 새로운 일을 벌릴 상상을 하는 건 즐거운 일이죠. 또 봐요.


사요나라 B. 한동안 생각이 날 거야. 너는 너의 흔적을 여기저기 묻히기를 좋아해서. 문득 그런 친구가 있었지, 생각나겠지. 아픈 적도 많았는데 할 거야.

B 너는 내 표현방식이 거슬린다고 했었지. 너는 많이 참았다고 생각할 거야. 그냥 그렇게 아슬아슬 유지될 수 있을 줄 알았어. 아냐, 우린 그렇게 유지되면 안 되는 거였어. 서로 다른 사람인 거야. 넌 용기를 냈다고 생각했겠지. 그건 사과가 아니야, B. 난 사과했어, 근데 넌 왜 사과하지 않니가 아니라고. 우린 이미 환경이 너무나도 달라진걸 어쩌겠니. 언짢았던 그 시간에 서서 사과하지 않는다는 데 의미를 두는데 뭘 더 어쩌겠어. 앞으로도 많이 부딪힐 게 뻔한데. 하나하나 설명하기엔 너무 지쳤다. 그냥 다른 사람인 거야.

나는  그때의 나와 달라 세상에 치이고 서로 도닥이기에도 바빠. 감정에만 매몰되기엔 이미 신경 써야 될 것들이 너무 많아졌는걸. 그래 나도 이 부분이 뭘 의미하는지 묻기도 하고 또 가끔은 이랬으면 좋겠다고 얘기도 해. 때론 혼자 이해하기도 하지. 아니, 아예 그냥 넘길 때도 있고. 나의 언짢음이 누구의 잘못도 아닐 경우도 많잖아.

B. 그냥 우린 다른 사람인 거야. 아니 뭐 별건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도 언제 그랬냐는 사이로 돌아서기도 하고, 살아가면서 자연스레 멀어지는 사이도 많잖아. 그런 거라 생각하자. 우린 좀 더 떨어져있을 때 훨씬 건강한 사이였어. 넌 조금 떨어지자는 걸 아예 관계를 끊자는 걸로 받아들이는 것 같지만. 난 너에게 상처받기 싫어. 상처 주기도 싫고. 우리의 인연이 여기 까지였나 보지. 아마  여기저기서 마주칠 수도 있을 거야. 너무 불편해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가볍게 이야기하고, 즐거운 상상도 하고. 그랬으면 좋겠어. 문득 문득 갑갑해지는 기분은 조금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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