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질만한 의문이라고 생각한다. 맨날 미팅한다는데 뭘 하는지도 모르겠고 나는 보고해야 되는데 바빠 보여서 눈치 보이고. 나도 그랬는데 어느 순간 회사의 일을 잘라서 덩어리로 만들고, 이것부터 우리가 진행하겠습니다, 혹은 이 부분 우리 팀이 진행하겠습니다 일을 가져오고, 만약 우리가 이걸 진행하면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을 거예요. 어필하는 게 모두 매니저의 일이란 걸 깨달았다. 어떻게 알았냐고? 아직 제 타이틀이 매니저는 아닌데요...(수평조직에서 모두를 뫄뫄 매니저라고 부르는 그 매니저 말고...) PO출신답게 자연스레 그런 일을 도맡아 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내 일만 잘하면 되는 거 아냐
흔히 일 잘한다는 주니어가 갖기 쉬운 함정인데
1. '내 일'이란 무엇인가: 그게 나에게 오기까지 어떤 논의들이 있었고, 어떻게 나에게 맡겨졌을까 저절로?
2. '내 일만' 하면 될까: 회사의 일은 사람을 움직여서 협업하는 건데? grey area는 어쩔 거고, '내 일'이 끝나고 난 그다음 프로세스는 어쩔 건데?
3. '잘하'는 건 뭔데: 기일을 맞춰서, 주어진 task를 치는 것? 그런다고 회사 일이 착착 돌아갈까?
여기까지 생각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도 다 누군가의 유산이구나 싶어졌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거 보니 나도 슬슬 '팀장'을 준비할 때가 왔다 싶어 지네. 덜컥. 그래서 돌이켜보는 팀원 입장에서 봤던 팀장의 유형.
팀장의 유형
크게 두 가지 타입으로 나뉜다. '답정너'형(a.k.a. '마이크로 메니징')과 'challenge'형. 답정너일 경우에는 개념을 정의하고 일이 되게 끔 세팅하는 데 고민을 많이 하기보다는 원하는 방향을 찰떡같이 알아듣고 그 방향으로 의사결정이 될 수 있도록 근거를 잘 찾아 붙이는 것이 유리하다. 아. 물론 팀장님 생각이 아니라 내 생각인 것처럼. 대세에 지장 없으면 그렇게 가는 것이 편하다. 그렇지만 그 와중에도 명확히 잘못된 방향일 때가 있다. 그때에만 어떤 근거로 그 방향이 안되는지 명확히 보고하는 편이 좋다. 안 그러면 나중에 옴팡 뒤집어쓸 수가 있음.
'challenge'형일 경우에는 그렇게 대응해서는 곤란하다. 무능하게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넌 어떻게 생각하니"라는 질문을 반드시 받게 될 것이다. 도대체 어디까지 고민하고 문서를 공유하면 좋을까? 이 정도면 대략의 방향은 정해졌다 싶을 때, 반드시 어떤 근거로 이렇게 세팅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때 공유 세션을 가지는 것이 좋다. 이 형태의 리드는 대략의 방향을 제시하면, 그제야 그다음 지시를 더 구체적으로 해 준다. 큰 방향에서 틀어지면 보고서를 싹 다 뒤엎어야 하기 때문에 중간중간 보고를 올려 확인하면서 다음으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형태의 리드를 만나서든 프로젝트라는 게 한 번에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는 없었다. 중간 확인 단계가 있어야 하고, 방향도 계속 바뀌면서 최적의 형태로 기획이 완성되게 된다. 답답해하지 말고 그 과정을 즐기면서 한 가지만 명심하자. 미심쩍은 게 있으면 끝까지 물어서 소화할 것. 불편하든 어떻든 철판 깔고 끝까지 결론을 내는 습관이 중요하다.
그래서 제가 어떤 유형이 될지는 가봐야 알겠죠. 리드의 유형도 가만 보면 자의에 의한 건 아닌 거 같다. 리드에게도 매니저가 있잖아요. 그리고 그 조직에서 통용되는 문법이라는 게 있지. 뭐가 됐든 가기 전에, 잊지 않으려 실무자의 감각을 기록해본다. 리드여, 잊지 마십시오. 실무자는 이런 마음가짐으로 이런 일을 합니다. 다 네가 했던 거야.
실무자의 역할
실무자가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이 As-Is파악, 의사결정권자 파악, 업무 dependency 파악. 분석을 바탕으로 dependency를 하나씩 부러뜨려야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건 팀장님도 어찌해줄 수 없어요! 왜냐면 실무자는 디테일, 의사결정권자는 방향을 책임지기 때문입니다. 업무를 세팅하고 설계하는 업무를 맡은 사람은(아마도 기획자는 대부분 여기에 속할 텐데) 그냥 팀장님이랑 같이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게 편하다. 내 전 리드는 '나는 말로 기획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정책을 정하고 세부적인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실무자더라도 결국 회사의 방향성을 더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팀장님이다. 그러니 같이 구멍을 메꿔가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