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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 속도 Dec 24. 2021

시스템 만들기는 거창한 게 아니고

그냥 내가 불편해서 만든 것

크리스마스이브지만 일 얘기를 발행해본다. 주니어땐 그랬다. 보고를 보자마자 '이거 이상한데?' 또는 '이렇게 하면 되잖아' 척척 설루션을 내던 리드분들이 너무나도 멋지고...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나 싶고. 근데 이제야 느꼈다. 아, 이건 그냥 짬에서 오는 바이브구나. 그동안 윈도 클라이언트, 웹, 앱. 도메인으로 보면 O2O, 설루션, SaaS 망라하고 서비스를 기획하다 보니 딱 보자마자 어? 이게 왜 없어, 어? 이건 왜 이렇게 동작해 같은 마음에 걸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네요. 심지어 인턴 때 이슈 유형 분리했던 것 까지(재능 낭비였긴 했다) 죄다 자양분이 된 이 기분. 잘 돌아가는 꼴을 한 번이라도 본 일꾼은....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래서 오자마자 만든 프로세스는 어디까지 됐고 무엇을 하고 있고-를 파악할 수 있게 한 것. 지금까지는 해야 되는 걸 쳐내기에 바빠서 프로젝트 관리라고 할 게 없었더라고. 단건 단건 언제까지 한다, 이러저러한 사유로 미룬다 같은 미팅들은 있는데 프로젝트 문서도 없고, 담당자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어디까지 진행됐다는 건지도 모르겠고. 적어도 의사결정은 눈에 보여야 하지 않을까? 목표가 눈에 보이지 않아서 일이 느려져서는 안 될 거 아냐. 안 그래도 스타트업은 할 일도 많은데. 그래서 무엇을 만들었냐고? 진짜 별건 아닌데 없으면 불편한 문서의 구조를 잡았다. 프로젝트 단위로 컨플 페이지를 만들어서 진행하도록 했고(사실은 진행하도록 한게 아니라 내가 맡은 프로젝트부터 일단 한번 해봤음), 그 문서에는 진행 배경, 현재 상황, 목적, 목표, 구성원, 그리고 논의 중인 사항과 산출물들을 한 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나머지 하나는 대시보드인데 개선과제들을 하나로 모아서 관리하고 어디서 인입되어서 어떻게 하기로 했는지, 그래서 진행상황은 어떤지를 볼 수 있도록 개선했다. 와 전 조직에서 못한다고 혼나면서 고생했는데 이렇게 쓰이네?

그런데 말입니다, 지금 단계에서는 안 갖추어진 지금 상태가 최적일 수 있단 말이지. 무조건 '예전엔 이렇게 했는데 왜 없어?'로 접근하지 말고, '지금 뫄뫄가 파악이 안 되는데 이걸 좀 더 잘 보려면 어떻게 개선하는 게 좋아?'로 고민해보자. 스타트업은 시스템이 안 갖춰져 있어서 일을 못하겠는 곳이 아니라, 그때그때 만들어가면서 일을 해야 하는 곳이니까

이건 전전 조직에 있었을 때 썼던 글. 입장이 바뀌었네요, 내가 '그' 만드는 사람이 되어있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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