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억이 아니었고, 금방 탈출해서 지금은 이력에서도 지워져 있다.(우연히 듣게 된 근황도 파란만장하더라. 드라마인 줄)당시 나는 경험이 부족했고 경영진은 서비스에 진심이 아니었다.피차 미숙하다 보니 일이 굴러가지 않는 걸 보고 일단은 좀 더 갖추어진 데서 내가 더 성장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 후로는 계속 후기 스타트업(Series C 투자~IPO단계)들을 전전했지. 후기 스타트업이라고는 하지만 스타트업은 스타트업이라 일을 찾아서 일당백을 해야 하는 것은 변함없었다. 인풋보다는 아웃풋을 자꾸 뽑아내는 시스템. 아무래도 계속 시스템이 확장되고 투자자의 요구를 맞춰나가야 되니까 개개인의 능력에 기대어갈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 그 와중에 뛰어난 개인 글의 결과물을 흡수하고 상황을 겪으며 조금씩 성장해왔다. 가령 최근의 경험이었던 IPO에 더 가까워진 후기 스타트업은 의사결정의 효율화에 힘을 쏟았다. 사람도 충분히 많아지고 제품도 충분히 복잡해졌기 때문에 잘못된 판단에 대한 기회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기 때문이다. 아쉬웠던 건 그만큼 커지고 나니 의사결정 비용이 너무나도 커져서 뭘 제대로 '해보기'가 어려워진 것. 팀도 프로젝트도 힘을 받아야지 아닌 경우에는 참 힘들다 싶었다. 그래서 오게 된 초기 스타트업에서 B2B SaaS를 담당하게 되었다.
지인이 물어본 적이 있었다. 스타트업, 도대체 뭘 보고 가냐고. 월급 걱정 안 되냐고. 아니? 내가 몸담았던 스타트업은 이름만 들으면 다 아~할만한 서비스들을 가지고 있었는데? 벌써 이 규모의 투자를 받았고 다음 투자도 예정되어있고 서비스 지표도 괜찮은데? 되려 이 질문을 이제야 곱씹어본다. 나는 뭘 보고 초기 스타트업(~Series B)에 왔나. 솔직히 대우가 좋았다. 휴지조각이 될지언정 스톡옵션도 받고, 연봉도 꽤 올렸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작은 회사일 수록 투자받으면 먼저 사람에 돈을 씁니다. 그래야 살아남거든요. 일단 서비스를 출시해야 되니까요! 할 줄 아는 사람들을 모으는 게 먼저. 그렇게 온 회사는 under 50 규모의 아직은 초기 스타트업. 소개를 통해 가볍고도 긴 인터뷰를 했고 온갖 인맥을 다 동원해서 회사 어떤 거 같은지 검증해보고 합류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믿든 아니든 나는 늘 얘기하지만 risk averse 한 사람이고 정착을 꿈꾸는 사람이다. 커리어의 첫 시작이었던 중견회사를 떠날 때만 해도 '스타트업 괜찮나?'라고 생각했었는데 스타트업 valuation이 치솟는 걸 직간접적으로 경험했고, IPO로 부자가 되었다는 동료들 소식도 듣다 보니 아 이게 되는 장사다 싶어지기도 하고. 또 스타트업에 쭉 다녀보니 뭘 보고 가야 할 지도 좀 감이 잡히더라고. 아이템, 투자 상황, 그리고 사람. 그리고 나도 어쩔 수 없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연차가 되었는데 이왕 할 거면, 할 수 있는 환경에서 하고 싶었다.
당장은 기대되는 바는 바로 앞의 일을 해치우면서 필요해지면 팀빌딩이라든지, 프로세스 정리도 해보려고 한다. 뭘 만들어나갔는지는 차차 풀어보기로. 일단은 파악부터 해야죠 뭐.
사람들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었지만, (늘 그렇듯) 브런치를 통해서도 꽤 많은 정보를 얻었다. 아직 초기 스타트업 경험이 없는 만큼 중간중간 또 참고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