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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 속도 Dec 20. 2016

첫 하차기

스타트업에 발들이려거든 한번 더 고민하세요

올 해는 정말 롤러코스터. 아래는 스타트업계에 발을 들이면서 고민하며 작성했던 글 입니다만....

.... 작성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탈출 이야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네이버 웹툰 열정호구. 우리회사인 줄.. 



WARNING. 지금부터의 이야기는 개인적인 경험으로 조직마다 상황이 다를 수 있습니다.

고민 많이 하고 왔다지만 이 동네가 처음인데 잭팟처럼 처음부터 내 몸에 맞는델 찾는 게 어디 쉽나. 그들도 포장엔 선수였지만 나도 나 유리한 대로 보고 싶은 대로 해석했었나 보다. 천만다행인 건 멘탈이 들어오자마자 바닥을 찍어서 새로이 시작할 생각을 금방 하게 되었다는 것.  여러분의 inner voice를 믿으세요 이러다 숨 막혀 죽겠다 시그널을 하루 이틀 무시하면 점점 감지 못하게 됨..


아, 이래도 되나 쎄했던 순간들

UX가 아니라 Boss Experience였다. 그래? 맞춰주겠어!라는 마음가짐으로 달려봤으나 밖에서 뭔갈 듣고 오거나 참가하고 싶은 외부 프로그램이 생기면 흔들흔들. 뭘 원하시냐고요.

한 프로젝트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꾸 일을 벌임. 당연히 Product Managing 안되고 기존의 서비스 최적화는 산으로. 출시도 당연히 자꾸 밀림

IT회사를 하고 싶으면 개발 프로세스를 이해하셔야죠. 가령 디자이너한테 다이렉트로 UI부터 시키고 "기획 필요 없지 않으냐, 이 화면 누르면 다음 화면 나오는 건 초등학생도 알겠다."라고 한다든지, "출시 스펙 같은 건 필요 없고 다 고쳐서 나간다"라든지, 미루고 미루다가 "테스트를 이제부터 하긴 할 건데 추가 이슈가 없도록 하라"라든지 이 무슨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소리를...

당신도 확신이 없어서 그런 거 같은데 회의에서 욕은 왜 합니까. 그런다고 권위가 올라갈 거 같나요.

타이틀을 가진 분이 일을 안 함. 작은 조직에서 의사결정권자의 영향력은 엄청남. 대기업이었다면 체계가 다 잡혀있으니 어떻게든 일이 돌아가는데 스타트업에서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질 못함. 말도 안 되는 지시사항에 어떻게든 보고한 후, '이 부분 결정해주세요'라고 해놨더니 한 달 넘게 보지도 않고 이제 와서 회의를 하쟤... '아니요, 이 부분 정해주셔야되요.' 랬더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회의하자 이러고 있.... 님. 한글이에요. 좀 읽고 정하라고. 

휴가는 쓰라고 있는 거 아닙니까. 돈으로 돌려주지도 않으면서 왜 이렇게 눈치를.... 어디서 이상한 규제만 잔뜩 배워와서 적용함 

이런 상황이니 매일 뒷담화가 장난 아님


회사에서 내가 견딜 수 없는 것을 보다 정교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사람이야 암만 미워도 일은 돌아가야 하지 않나. 공감대를 못 만들고 있으면 커뮤니케이션 툴을 도입해보든지 관리 방법론을 적용해보든지. 말을 하면 뭐해 못 알아(!) 듣고 수포로 돌아가기 일쑤이고 아무 일도 진행되지 않는 걸 난 못 견디더라. 다 뜯어고치기엔 아직 내 짬이 후 달리니 업계의 큰손이 되어 다시 돌아오지 않는 이상 여기선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겠다 싶더라. 탈출을 꿈꾸며 다음 회사 후보들에서는 딱 두 가지만 보았다. 윗분들의 업력. 그리고 분위기. 분위기는 외부에서 잘 알 수 없으니 제품 출시/업데이트가 잘 되고 있는지, 스스로 얘기하는 일하는 분위기, 업무 집중도는 어떤지, 그리고 휴가나 개인 시간 활용에 대한 인식은 어떤지 체크해보기로 했다. 조직이 스스로를 설명할 수 없다면 합류했을 때 나도 내 역할을 설명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구글링 할 사전 체크리스트

회사가 어디에 와있는가. 

어떤 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싶어 하나.

조직에서 나에게 일을 시키는 사람이 누군가. "윗분"은 어디에서 어떤 역할을 했던 사람인가. (링크드인, 기사, SNS 검색)


면접에서 알아볼 체크리스트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회사가 어디에 와있는지 물어보자. '많은'성과 '체계적' 고도화.. 두루뭉술한 말만 하진 않는가, 서비스가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가 한 단계를 더 나아가 확인할 것 A: 제휴 섭외하고 있어요 Q: 섭외를 어떤 팀이 어떤 방식으로 하는데요/할 계획인데요

직접 나랑 일할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인터뷰하는 지금 나는 누구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가.

누구를 위한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가. 상상력의 범위가 좁거나 내 세계와 너무 동떨어져있거나 상식과 동떨어져있진 않은가.

임원진들이 일의 흐름에 대한 이해가 있거나 이해하려고 노력하는가. 목표, 방향성에 대해 명확히 설정하려는 의지가 있는가, barrier를 이해하고 다음 단계로 진행하기 위한 문제 해결의 의지가 있는지.

내가 해야 할 일이 명확히 무언가. 내 역할이 조직에 도움이 되긴 하나. 전통적으로 기획자의 업무라고 여겨지는 것 이외에 어떤 일까지 맡게 되는지(할 수 있는 일. 잘할 수 있는 일 감안)
내 커리어와 관련된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진 않은가 A:이것저것 다 시킬 건데요 Q:그 이것저것으로 생각하는 게 뭔데요. A: 우리는 UX를 더 큰 개념으로 생각해요. Q: UX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팀의 커뮤니케이션은 잘 되고 있는가. 어떤 커뮤니케이션 툴을 쓰는가/도입계획이 있는가. 툴이 없다면 팀의 커뮤니케이션은 잘 되고 있는지


첫 스타트업에서 얻은 것도 많습니다. 업계 돌아가는 방식을 알게 되었고요, 제 주력 플랫폼을 옮길 수 있었습니다. 스타트업 이후로 포지션 제안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졌어요. B2C, O2O 제가 도전해보고 싶은 것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죠. 연봉도 한 단계 뛰었고요. 다시 깎였지만.

이미 다음을 준비하고 있다.. 아 못해먹겠다-라는 마음으로 채용공고를 뒤지고 있겠지만 들여보고 있는 채용공고가 "스타트업"이고 이제 막 "처음" 가게 될 입장이라면 한 번쯤 더 생각해보세요. 듣는 곧이 곧데로 유리한 대로만 해석하시면 안 됩니다. 채용공고는 진짜 조심히, 열심히 읽으셔야 돼요 제발

설립한 지 좀 됐고 팀 규모도 커지고 있는데 언론에 별 얘기가 없고 간간히 같은 내용만 반복적으로 노출된다면 다 이유가 있는 겁니다. 아무 일도 진행되고 있지 않은 것.. 회사가 작으니 그럴 수 있다? 플래텀 원티드 로켓펀치 벤처스퀘어 비석세스 데모데이 D.CAMP 같은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도 있는데요.. 자체 SNS라도 운영해야 되는 거 아닌지... 출시를 앞뒀다면서요... 이상하지 않나요.... 아래 글도 같이 확인해봅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덜컥 옮겨버렸다면 연애 같은 거라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나의 모습이 암담할 때가 헤어질 때라고 생각해요. 가슴에 사표를 품고 이력서를 정리하세요.


저는 다행히도 다음 거처를 빠르게 찾아볼 수 있었지만 미흡했던 점도 많았습니다. 하고 싶은 게 명확하다면 좀 더 준비를 하세요. 가령 저처럼 이제 B2C도 해보고 데이터 분석도 시도해보고 싶다면 인터뷰에는 기본 개념은 숙지하고 가야 되는 거죠. 저 같은 경우는 UV, PV 같은 기본 개념도 어버버했....  아래는 아차 싶어서 급 하게 된 공부에 참고한 글 목록입니다. 데이터란 마케팅에 필요한 걸까 기획에 필요한 걸까 내가 한다고 달려든다면 얼마나 파고들 수 있을까 더 혼란스러워진 건 함정..... 다음 팀은 데이터 팀이 따로 있다고 하니 뭔갈 볼(!) 수 있을 것 같아 신납니다. 연봉은 깎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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