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을 선택하고 강점을 길러 살아남자
기획자는 누구인가
최종 결과물을 낼 수 있는 군과 사업을 짜는 군의 중간에서 일이 실현될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하는 사람. 여기서 커뮤니케이션이란 흔히 오해하기 딱 좋은 '말 잘하는 것'이 아니라 조율하고 설득하여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단위의 결과물을 내놓는 행위
기획자는 어떻게 쓰이는가
작은 서비스의 THE ONLY 기획자
과거의 제 얘기입니다. 저는 한 서비스를 혼자 담당한 생존형 기획자였죠. 눈 앞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쌓여있고 그것을 어떻게든 구현해 내야 한다. 팀장 아니면서 팀장 같다고 생각하곤 하는데 이것은 착각. 큰 의사결정은 필요 없었으니 신입 혹은 저연차 한 명 덜렁 집어넣어놨겠지. 딴에는 모든 역할을 다 한다고 하지만 그곳이 '기획자'가 필요한 조직인가 '기획자'가 중요한 조직인가 생각해보면 글쎄다. 기획자든 누구든 나머지 일을 처리할 사람이 필요한 거 아닐까? 자잘한 의사결정을 과하게 많이 치면서 권한이 충분히 주어져있다, 나는 여기에 필요하다고 착각하곤 한다. 기본기 쌓기엔 뭐, 좋다.
의사결정이 많이 필요한 곳에서의 매니저
기획자는 일이 굴러가게 하는 사람. 필연적으로 연차가 쌓이면서 Project Managing을 할 수밖에 없고 일을 벌이는 조직에서 많이 필요하다. 그런 조직에는 기획자가 많고 그중에서 자연스레 매니징 역할을 하는 사람이 생긴다. 사업이 커지면서 기획자가 더 필요해진다.
오래 쓰이기 위해 길러야 할 덕목
기본기
기획자는 본디 중간에 낀 존재라 소위 개발, 디자인 빼고 다 해야 하는 사람. 특히 뭘 잘할지는 본인이 만들어가야 되지만 아시다시피 기본기는 어느 직군이나 똑같다. 문서 정리나 표현. 장표도 많이 좀 찾아보고. 커뮤니케이션도 잘해야 되고. 소위 일잘인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어야 그다음이 주어진다.
재미 붙이기
오래 살아남으려면 일잘은 기본이고, 또한 스스로 지치지 않도록 재미를 붙일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생존형으로 살면서 말도 안 되는 운영에는 도가 터서 웬만한 건 지겹더라. 커뮤니케이션 중요하다고들 하지만 몇 년 구르다 보면 그 정도는 다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다가 이직을 했고 사업 초창기에 방향성을 파악하고 데이터를 정리하고 전체 시스템을 가늠해보면서 가능한 단위로 쪼개 실행해 나가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는 걸 알았다.
강점 만들기
그래서 택한 노선은 옆에서 사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찰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도록 혼자 공부하는 것. 스터디도 하고, 수업도 들어보고. 조금 할 줄 알고 보니 내부 데이터가 이렇게 널렸는데 안 할 이유가 없었음. 데이터를 선택하고 정제해서 분석하고 검증하고 결론을 내보는 것이 -꼭 데이터 보고서를 만들지 않더라도- 기획/커뮤니케이션에 도움이 많이 되더라.
그래서 어디서 어떻게 살아남으라고
기획자는 사람마다 다른 장점을 가지고 있다. 문제를 발견하는 사람도 있고 있는 문제를 잘 정리하는 사람도 있다. DB는 개발자가 다 알아서 해야지, 데이터는 데이터분석팀에서 해야지, 사용자에게 어떤 가치를 어떻게 줄 거냐 그걸 더 깊게 파고들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그걸 다 할 줄 알아야 되는다는 사람도 있다. 눈치챘겠지만 나는 일을 벌이는 곳을 찾아다닐 거다. 기본기를 다지고 재미를 놓지 않으면서 지내다 기회를 잡을 생각이다. 그런 곳에서 살아남기에는 "다" 잘하는 것이 더 유리해 보인다. 빈 곳을 메꿀 수 있는 사람. 예를 들어 사내에 데이터팀이 있다고 해봤자 얼마나 바쁘냐고.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으로 분석해달라든지, 이렇게 시각화하는 게 더 좋지 않겠냐든지 의견을 낼 수 있어야 될 거다. 서비스를 기획해가면서 얻은 감으로 분명 여기 파보면 뭐 있을 거 같은데- 를 포착해서 초기 분석을 해보고 제안 볼 수도 있을 거고, 사업팀에서 감으로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시각화해서 확인시켜줄 수도 있을 것이다(간단한 거는). 그래서 당분간 나는 서비스 내부 데이터를 분석해 볼 거다. 그러다 보면 "문제를 발견할 줄 아는 사람"도 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