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는 제품을 운영하고 제품 설계를 합니다. 핵심역량으로는 요구사항 정의, UX(디자인) 때에 따라서는 콘텐츠(마케팅)이 있을 수 있겠죠. 그럼 B2B 기획자는 특별히 뭘 하냐고 묻는다면... 이전 회사에서는 기업 내부에 설치하는 패키지 상품을 담당하여 제품의 운영과 기능 개선을 주로 맡았습니다. 고객마다 요구사항이 천차만별이었고 겨우 맞춰두었다 싶으면 설치환 경마다 예상치 못한 이슈가 나타나곤 했죠. 보안 이슈와 맞물려있어 개발자가 직접 기업 내부에 들어가서 환경을 세팅해야 할 때가 많았습니다. 지금은 플랫폼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어 예전보다 빠른 출시 환경에서 새로운 사업영역을 커버하기 위해 필요한 제품을 빠르게 설계하는 사람으로 살고 있습니다. 이것은 제가 걸어온 길을 기반으로 한 B2B 기획자의 롤 정리입니다.
인하우스 기획자는 운영도 구축도 잘해야 한다. 돈을 벌고 있는 건 캐시카우이기 때문에 사용자가 이탈하지 않도록 잘 운영해야 하고, 미래 먹거리는 신사업이라고 할 수 있으니 같이 가야지. 서비스를 담당하다 보면 운영이 과소평가될 때도 있는데 간과하면 안 될 것은 제품의 연차가 쌓일수록 필연적으로 레거시가 쌓이고 운영 이슈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운영을 잘하는 사람은 조직에 필수적이다. 그 능력은 비단 운영에서만 필요한 게 아니다. 가령 제품군을 확장해서 새로 설계해야 한다? 어떤 정책으로 돌아가는지 파악하거나 세팅하고, 필요한 데이터가 뭔지, 해당 데이터를 어떻게 입력받고 어떤 방식으로 보여줄지 기능의 형태로 고민하는 것=운영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기존 서비스에서는 어떻게 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할 능력이 없다면 아무리 80장짜리 100장짜리 기획서를 정리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예쁜 쓰레기인 것이다. 제품은 경로의존성이 있어 한번 세팅된 정책은 변경되기 어렵고 legacy는 계속 쌓여 건드리기가 곤란해진다. 애초에 최적화된 정책/기능이면 좋겠지만 처음엔 모두가 어떻게 모르니 이것 집어넣고 저것 집어넣고 사업을 굴려보게 마련인데 최소한의 확장성도 고민하지 않고 만든다? 예쁜 쓰레기가 된다. 결국 운영을 하면서 얻을 수 있는 스킬은 제품이 그리고 제품 내부의 데이터가 어떻게 설계되어있는지 보는 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럼 B2B 기획자는 UX는 안 보나요? 서비스 기획자가 어떻게 UX를 안 보나요. 디자이너도 마찬가지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dribble 같은 데서 WOW 할만한 인터렉션을 수집하는 것..... 보다는 실제로 사용자로서 느끼기에 편한 서비스의 레퍼런스를 많이 참고하는 것이다. 레퍼런스를 어디에서 쌓나요? 숨 쉬듯이 쌓아둡니다. 평소에 쓰시는 모든 서비스가 레퍼런스입니다. 심지어 기존 자사 제품도 훌륭한 레퍼런스가 될 수 있습니다. 내부 데이터도 아마 접근 가능할 테니 좀 더 면밀하게 파악해두시죠 시간 있을 때. B2C와 다소 다른 점은 B2B 이용자는 의사결정 과정이 길고 보수적이라 보다 명확하고 신뢰도가 높은 정보를 잘 보여주기를 요구한다는 건데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글을 읽어보자. 현란한 UI는 우선순위가 떨어질 수 있다.
매일매일의 task를 잘 처리하다 보면 나름의 기준이 잡힌다. 오. 이제 만렙인 것인가? 그럴 리가. 무엇을 만들고(Product Management) 어떻게 만들지(Product Development) 설계를 하는 사람이라면 결국 사업에 대한 이해, 운영에 대한 이해도 갖추어야 하게 된다. 어느 순간 타게 되는 요즘 스타트업에서 핫한 PO테크. 비즈니스적 판단력, 또는 지표를 통해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MARTIN ERIKSSON 이 모든 과정이 스타트업에서 일어날 때에는 "왜 이렇게 리소스가 많이 들어? 그게 그렇게까지 할 일이야?" 소리를 들을 수도 있는데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실무자 입장에서는 kibun이 나쁠 수 있지만 요는 사업을 벌여야 한다는 거지 절대로 당신에 대한 공격이 아니다. 이때 고민해야 할 건 효율화. 운영과 구축은 영원히 같이 굴러가야 되는 것으로 더 이상 벌일 사업이 없다 싶어 지면 다시 운영 고도화를 하면 되는 거고. 그러나 사업을 벌일 타이밍은 계속 바뀌고(무한반복)
말이 길었는데 요약하자면...
Tech: 필요한 기능을 어떻게 논리적 충돌 없이 제품에 녹여낼 수 있느냐를 잘 따져야 한다. 그러다 보니 시스템 내부의 데이터와 기술요소, 사업 전략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 가부를 판단해가면서 어떤 요소를 어떻게 상호작용하게 만들지 빠르게 정의한다.
UX: 이해관계자를 비교적 가까이에서 만나서 요구사항을 명확하게 정의하다 보니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하여 개선하는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어 보이지만 그 와중에 놓치지 않도록 레퍼런스를 쌓고 반영해야 한다. 숨 쉬듯이.
Business: B2B(업무용) 제품은 아무래도 특정 시장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해당 시장에서 어떤 고객이 어떤 기능을 필요로 하는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진짜 요청을 파악한다.
내 커리어에 대해서 통시적으로 정의해본 적이 없이 중구난방이었는데 여기컨 18 장혜선 님 발표를 계기로 내 커리어도 정리해보았다. 좋은 발표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저는 B2C 대중용 제품을 기획해본 경험은 많지 않은데 정의 내려주셔서 너무 좋았다. B2C는 데이터 중심의 접근이 중요하며 누구나 쉽게 의견을 낼 수 있어 설계자에 대한 의존도는 상대적으로 낮다고.
와 근데 여기컨이 대체 언제였는데 정리하는 데 까지 역시나 오래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