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회사의 한 이사는 기획자는 제품을 성공시키는 사람이라고 했다. 세미나에서 만난 모 회사의 UX 수장은 기획자는 가치를 주는 사람이라고 했고. (그분 세미나를 듣고 정리했던 생각) 전자는 사업에 조금 더 특화된, 후자는 유저 리서치에 조금 더 특화된 본인의 커리어 패스를 바탕으로 내린 결론인 것 같다.
대표가 가지고 있는 비전은 회사의 대빵들(ex. C레벨) 사고방식/판단기준에 영향을 끼치고 결국 그 회사가 잘 하는 것으로 드러나게 된다. 지금껏 내가 겪어온 회사들의 대표들을 살펴보면 개발자 출신, 디자이너 출신, 기획자 출신이 있었다. 첫 번째 회사는 기술 중심의 솔루션을 팔아 돈을 버는 회사였다. 사업의 시작은 늘 지금 우리가 어떤 기술을 가지고 있느냐였다. 신제품을 기획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기술을 잘 포장해서 어떻게든 파는 게 중요했다. 두 번째 회사는 이제껏 없던 새로운 가치를 주고 싶어 했던 회사였다. 예쁘고 정돈된 외부의 보고서, 새로워 보이는 개념에 자주 혹했으며 사람은 적고 일정은 촉박한 초기 스타트업이지만 늘 서비스가 예쁘고 힙했으면 했다.(당연히 일정은 매번 밀렸다.) 마지막 회사는 기존에 이미 존재하는 사업 영역을 웹/앱 서비스로 옮겨오는 회사였다. 숫자와 논리로 보길 좋아하며 새로운 제품 기획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전 회사들과 비교해보면 유독 퍼포먼스 마케팅이 강했다. IT회사만 돌아다녔는데도 대표의 출신에 따라 조직이 이렇게 다르다. 그래서 내 꿈이 이루어질지 궁금하다면 대표의 이력, 그리고 조직의 강점을 살펴보자. 거기에 대표의 관심사, 강점이 묻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전에 내 꿈을 알아야겠지. 내 꿈은 뭐냐고? 자신 있게 단정 짓고 싶은데 사실 모르겠다. 내 단점은 아주 잘 알겠는데. UX과정을 착실히 밟아온 디자이너 출신이 아니라서 리서치/그리고 비주얼 디자인(비주얼)을 못하는 게 단점일까 싶다. 꼭 경험해봐야만 하는 건 아니라고들 말해주지만 그래도 프로토타이핑 툴은 해보고 싶다. 디자인 툴도. GA도 좀 더 잘 다루고 싶고. 내 레벨에서 할 수 있는 건 모두 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고 나면? 글쎄 종국엔 비즈니스로 빠져야 되나 싶기도 하고. 요샌 버티컬 하니까. 나의 얕고 넓은 관심사를 잘 펼치면 뭐가 될지도... (덕후가 세상을 구할 테니까!) 그렇지만 팀에 합류해서 내 역할을 잘 해나가는 게 아무래도 좋은데. 감 좋은 기획자와 대표는 또 다르단 얘기를 이상민의 예에서 봐버렸단 말이다. 글쎄 좀 더 지나 봐야 알겠지. 일단은 안 해본 것좀 섭렵해보자.
대표 선생님들. 본인의 관심사가 어디에 방점이 찍혀있는 줄 알고 그걸 이뤄낼 사람을 뽑으세요. 엄한 사람 뽑아서 괴롭히지 말고.(두 번째 회사 대표님께 하는 말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