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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 속도 Dec 31. 2020

첫 프로젝트: 설명 없이도 이해할 수 있는 문서 정리

범위를 줄이고 구조적으로 정리하고 문장 다듬기

온보딩 얘기를 하고 브런치가 뜸했던 것은 이직 후 스스로 업무능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괴로웠기 때문이다. 그러다 오랜만에 다시 구독한 publy에서 이런 문구를 찾았다.

번아웃이 찾아오는 이유도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회사에서 맡은 역할이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자존감이 떨어져서일 수도 있고, 나의 업무능력이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에 마음이 답답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 뭐 일이 쉬워도 일이 어려워도 이러나저러나 올 수밖에 없는 번아웃... 년의 마지막 날이니 그냥 지금까지의 성과를 스스로 정리해봐야겠다 싶어 졌다. 첫 프로젝트라고 해서 이 조직에서 진행한 단일 프로젝트 이야기는 아니고, 개인적인 미션이었던 '문서' 잘 쓰기, 그 뒷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너무 고생한 나머지 기왕 정리하는 거 싶어 져서 전자책으로 정리했다. 아직은 버전 1이지만 계속 업데이트할 예정. (글쓰기 실전 팁은 아래 전자책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pdf 책] 내 조직에 먹히는 문서 논리 찾는 법


지금 조직은 워낙 문서를 잘 쓰는 조직이기도 하고 코로나 기도 해서 회의 주최 시 문서를 기반으로 진행을 하다 보니 구조화된 글쓰기가 너무나도 절실해졌다. 내가 맡은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있었던 시스템을 한번 갈아엎는 프로젝트였는데 새로 정의할 개념으로 유관 팀에 약을 팔아야(!) 되는 상태라 더욱 목이 말랐다. 내가 뭘 안다고, 같은 생각도 많이 들었다. 재택으로 지내다 보니 회사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온전히 '문서'를 통해서였다. 왜 아무도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는 거죠? 내가 주최하는 미팅을 하기까지 무려 n개에 달하는 시스템을 파악하기 위해 수십~수백 개의 문서를 파보았다. 문서 양 자체로 압도되어 늘 한참 부족하단 기분에 시달렸다. 게다가 잘 팔아먹으려면 문서 완성도가 key point였는데 목차에서부터 문서 내부의 hierarchy까지 훈련이 너무나도 안되어 있는 것이다.  전 회사는 하루에도 다섯 번씩 아젠다가 바뀌는 곳이라 말로 구워삶을 수 있는 능력(a.k.a. 정치), 빠르게 캐치하는 능력이 더 중요했다. 문서를 만든다는 건 당연히 미팅을 진행한다는 거였고 나는 구두설명을 염두에 두고 정리하곤 했다. 그런데 여기는 조직도 시스템도 훨씬 더 거대하니 자연스레 문서를 보고도 이해할 수 있게끔 정리하는 능력이 훨씬 더 중요했다. 누가 보더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분석과 to-be를 한 번에 볼 수 있게 표로 정리한다거나, 아젠다를 미리 정리하고 정의되어야 될 부분을 명시해둔다거나. 머리를 싸매다가 생각했다. 아! 그래서 온보딩 때도 그다지 구구절절 설명해주지 않고 문서의 위치를 준거였구나.

머리가 뒤죽박죽일 때 마침 매니저가 그거 어떻게 되고 있냐고 물어봐서 미심쩍은 상태로 첫 번째 제안 미팅을 진행했다. 당연히 깨졌고 깨진 내용은 이거였다.

스무고개도 아니고 문서에 표현이 안되고 암묵지가 너무 많다.

그렇지. 저 자체가 두서가 없었기 때문에 문서의 문장도 두서가 없을 수밖에 없지 않나요. 그런데 이것은... 데자뷰?

그렇습니다. 사실 문서는 저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것. 질질 끄느니 깨지고 빨리 바꾸는 게 낫다는 저의 지론에 따라 부딪히고 혼났고 또 혼났고(...) 그만 좀 혼나 보려 책도 읽고, 검색도 하고 사내 사외 문서도 많이 참고했다. 돌이켜보니 나에게 부족한 글쓰기 스킬은 논리적 글쓰기였다. 열심히 했으니 파악을 못한 건 아니었는데 "스무고개" 문서에서는 파악하거나 제안할 내용이 문서 어딘가에 숨어 있었던 것이다. 이 부분을 계발해야 했다.

나는 내가 담당한 프로젝트에 있어서는 지식 전달자이다. 

내가 제일 잘 아는 만큼 이걸 잘 표현해서 내 의도대로 계획을 끌고 갈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기껏 고생만 하고 미팅에서 딴 소리만 하고 나오면 기분이 안 좋잖아. 먼 데서 찾지 않고 조직 내에서 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상사와 동료의 문서를 답지 삼아 계속 고쳐나갔다. 마치 상사가 된 기분으로 목차만 읽어보며 '음 그래, 이 대상을 이 단계에 맞춰서 진행하겠다는 거구나. 진행하는 항목들은 이러저러하고 각 항목은 세부적으로 이렇게 운영되는구나' 읽다 보니 '그럼 이건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하는 부분이 나오면 목차를 추가했다. 이렇게 고생고생 문서를 정리하고서야 미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세상에 저절로 되는 건 하나도 없구먼요. 미팅은 또 어떻게 진행했느냐? 다음에 이어서 정리해보겠습니다.


어리바리하고 있을 때 아래 글이 많은 도움되었습니다.

그 외의 레퍼런스는 전자책 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pdf 책] 내 조직에 먹히는 문서 논리 찾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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