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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날의 마음 열넷

일을 잘한다는 착각

by 여름의 속도

오늘의 출근 ★★★★

일꾼은 일을 잘한다는 착각으로 살아가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우연찮게 아침 그리고 저녁 시간 두 번이나 내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하나는 네트워킹, 나머지 하나는 지인과의 대화. 지인은 내가 '스타트업'으로만 이직을 한다는 점을 신기하게 여겼다. 나는 그저 내 커리어 자체가 성장할 수 있는 방향, 특히 성과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움직여왔고 그게 대기업에 비해서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투자의 관점이랑 비슷하다. 저는 한 방을 노립니다. 성과도, 보상도.) 진입해보지 않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게 미지의 세계고 두려운 공간이기도 하구나 싶었다.

사실 스타트업도 스타트업 나름이라 초기냐 후기냐에 따라 목적도 분위기도 다르고, 팀에 따라 능력도 성과도 다 달라 하나로 묶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간단히 "스타트업 가! 괜찮아!"라고 할 수도 없고. 나도 데어본 팀도 있고, 일을 찾아서 어떻게든 성공시키겠다는 욕심이 없으면 적응을 못할 수도 있고 특히 초년생들에겐 시스템이 없는 회사의 경험은 두고두고 커리어 지옥일 수 있다. 돌아보면 커리어를 통틀어 교육 다운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데, 그래서 문서작성 가지고 아직도 혼난다. 좀 개인이 다 알아서 해야 되는 부분이 있지. 그래도 요즘엔 외부에서 교육을 찾아보기 쉬워져서(캐주얼하게는 퍼블리나 탈잉 같은 데서도 일 잘 콘텐츠가 많고) 뭐 하려면 할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대화의 끝에 확신 있어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응 나에게는 이게 최선의 선택이고, 앞으로도 그럴 거고 이 동네에서 쭉 일을 잘한다는 착각 속에서 성장하며 살아가고 싶어.


오늘의 퇴근 ★★★

아침의 생각을 이어서 해보자면 지금의 조직은 나에게 '일을 잘한다'는 착각을 불어넣어주지 못하는 것 같다. 자꾸 잘 가고 있나 싶고 일을 더 맡아야만 할 것 같고 나는 저성과자인가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고. 이게 다 엄격한 리더를 만나서 그런 건데 기준이 높다는 건 사실 팀 입장에선 좋은 일이다. 그래야 기준이 높은 팀원들이 모여서 일을 하게 되고 일이 잘 굴러가는 기운이 있지. 나처럼 '성과'를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에게는 그게 바로 복지. 그렇지만 역시 마음은 쉽게 지치고, 또 비대면 시국이다 보니 리더에게 쉽게 이 마음이 가 닿지도 않고 그래서 나 스스로의 마음을 돌보고자 자꾸 글을 쓰게 된다. 나는 내가 챙겨야지 뭐 어떡해. 회사에서는 기본을 놓치지 말고, 역량 강화를 위해 별도로 노력하자. 일단 영어공부를 해야지.


오늘의 위안

어제의 대화를 자꾸 곱씹게 되네.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잘 가고 있는 것 같다. 그래 그거면 됐지 뭐. 모든 조직 모든 순간에 항상 잘 나갈 순 없는 거잖아. 나는 내가 챙길 것만 챙기고 성장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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