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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 속도 Sep 08. 2016

거기 뭘 좀 알고 가는 거야?

아뇨 저도 그들도 처음이에요. 슬슬 맞춰가야죠.

전 회사를 정리하면서 의외였던 건 기존 동료들 반응이었다. ICT는 여기나 거기나 비슷한 동네라고 생각했고 특히 시니어는 여기저기 정보를 많이 알거라 생각했는데 비슷한 듯 완전히 다른 동네였나 보다. 뭘 보고 가냐, 거긴 어떻냐, 이것 저것 많이들 묻더라. 도전하고 싶어서 가는 거냐.. 뭐 일부 맞는 말이지만 사실 또 그렇게 거창한 의미는 없어요. 제가 가려는 곳은 하드웨어랑 소프트웨어를 직접 하구요. 저는 앱, 웹 기획은 물론 어디까지 시킬진 모르지만 마케팅도 일부 해야 될 것 같은데 사실 아직 잘은 몰라요. 출근도 안 했잖아요. 그러고 보니 인터뷰를 보러 갔을 때 이런 말을 해줬었다.

우리도 스타트업은 처음이라서요

아, 네 그렇군요. 그러면 내 경험을 정리해두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겠네요? 내가 정보를 찾기 힘들었던 것처럼 당장 필요한 사람들에게도 정보가 없겠구나. 누군가는 궁금하지만 실제로 발을 들이지 못했을 것이고 그냥 언젠가는 하며 호기심만 가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지내면서 느낀 점 필요한 점 간단하게 정리할 생각이다. 나도 처음의 이야기를 잘 정리해두면 두고두고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첫 출근은 타이밍이 좋았다. 전 회사를 그만두는 시점에 마침 휴가가 예정되어 있었다. 지친 김에 끊어가야겠다 싶었다. 돌아와서 맞은 선 환영회 후 출근.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의 궁합은 늘 중요하니 어떤 사람들 일지 궁금했다. 나는 취했고 노래방을 갔고 첫 출근 날 숙취로 괴로워했다. 실무자들은 좋은 사람들 같았다. 아래는 일터에 대한 첫인상.


생각보다도 나는 이방인. 출근부 찍는 법 같은 사소한 것 까지 습관을 바꿔야 한다. 전 회사에서 쓰던 마우스, 점퍼, 피겨 등을 늘어놓으니 마음이 안정된다. 아참 슬리퍼를 사야지. 귀여운 걸로.

딱히 사내 메신저를 안 쓰네. 말로 많이 때우나 보다. 오옹 단톡방은 있군요.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카톡 지옥인가요. 기왕 아무것도 안 쓰는 김에 슬랙 써보고 싶다. 그렇게 좋다며 

스타트업은 체계가 없다더니. 업무분장도 툴을 쓰는 법도 정보 유통도 중구난방. UX만 전담으로 할 거라곤 기대도 안 했고 해야 되면 다해야지 하는 맘으로 오긴 했는데 이래가지곤 기획서를 쓸 날이 올까 싶네. 관리 방법론까지 바라지도 않으니 히스토리라도 잘 남겨놓았으면 좋겠다. 이것저것 하는 건 상관없는데 "사용자" 좀 고려하고 싶다. 그러려고 옮긴 건데....

한판에 펼쳐놓고 보는 걸 좋아하는 건 좋은데...(서비스의 Value point, 상정한 페르소나 등을 모든 구성원이 함께 공유하고 있으면 진짜 좋은 팀이지) 그런 건 Service Value 정할 때나 Customer journey map이나... 아이데이션 할 때나... 데이터 흐름도는 아닌 거 같아요. 괜히 자료 준비하라 그래서 시간 뺏기고 그걸 팀원들이 다 보고 인사이트를 얻는 것도 아니고 뭐 그게 뭐 같이 본다고 아이디어가 나옵니까. 어디선가 주워들은 것의 위험성... 해야 할 일을 더 빨리 하는 게 중요하지 않나요.

일의 절대량이 많아 보이긴 하는데 못해낼 수준은 아니다. 근무시간을 좀 더 밀도 높게 쓰면 어느 정도 커버됩디다.

자금의 흐름이 흥미로웠다. 다른 스타트업의 흥망성쇠 얘기도 듣게 되는데 그저 신기. 세상엔 부자도 많고요................

이제 좀 주요 구성원의 캐릭터와 대응방안을 알겠고 어디가 갑갑한지도 알겠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얼른 해야 할 일을 정하고 결과물을 내고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서비스 오픈을 위해 좀 달리고 싶다. 위에서 미리 합의되야될 게 있는 법인데 방향도 안정해져 있고 해야 될 게 분명한 걸 미루는 건 못 참겠다. 시간 많아요? 이러다 달리기 전에 에너지가 소진되겠어. 자꾸 그러면 실무자들끼리도 뭘 해야될지 모르겠다구.. 그럴 거면 협업 툴좀 씁시다. 슬랙같은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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