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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 속도 May 23. 2021

쉬는 날의 마음 스물여덟

SM엔터테인먼트와 next level의 여성 아이돌

주말엔 얕고 넓은 덕질을. 요즘의 즐거움 중 하나 에스파. next level로 컴백했는데 곡의 문법이 우리 세대의 것이라 심장이 자동 반응한다. 들어보면 랩이 많은데 정박 타서 따라 하기 쉽다는 점에서 이것은 진짜 90년대. 좀만 더 들으면 랩까지 떼창이 가능한 수준.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마라' 부분은(유영진 작곡 부분) S.E.S. shy boy나 twilight zone 중간과 같은 느낌. 당연히 모두 유영진 곡. (리스트로 모아놨으니 궁금하면 들어보세요.) 정작 90년대 후반-2000년대 중반 그맘때엔 '유영진 스타일'에 좀 피로감이 있기도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2020년대에 들어와선 이게 신선하네.

이제 영상과 세계관도 살펴봐야지. 에스파의 세계관 영상을 보면 뽀얗고 말간 필터 씌워진 전형적 k 콘텐츠다. 일단 예쁘다. 최근 봤던 영화 중엔 <서복> 생각도 나고. 아쉬운 건 좀만 더 비틀면 대단한 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은그러기엔 총괄 프로듀서의 입김이 너무 많이 들어간 것 같아서. 좋은 스토리텔링에는 우연성과 다양성이 갖춰져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단일하고 확고한 고집이 느껴지면 조금 꺼려진다. 기본적인 틀에서 벗어날 순 없겠거니 싶어서. 무슨 얘기하냐면,  세계관은 없었지만 90년대, H.O.T. 도 평화의 시대라고 3D 영화 찍었는데 배경이 우주였고... S.E.S. dreams come true MV 다시 보시면 우주였고 그러니까 SM 스토리텔링 역사는 유구하고(25년째!) 참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한결같다.

그래도 흥미롭고 희망적인 건 '여자 아이돌'이 방도, 건물도, 심지어 지구도 아닌 제3의 세계관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책 <여신은 칭찬일까>를 보면

영상 속에서 남자들의 이야기는 바깥세상에서 전개되는 것이 익숙하다면, 여자들의 이야기는 집을 비롯해 학교나 건물 내부 같은 실내를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일찍이 집, 그리고 침실은 여성의 영역으로 간주되어왔다. 남성들은 외부에서 모험을 즐기고 이를 통해 성장하지만, 여성들은 내부에 머무르며 소소한 일상을 보낸다.

라고 분석한다. 이 관점에서 에스파는 새로운 시도다. SM 아이돌 중에서도 유독 남자 아이돌에 차용했던 거대한 세계관을 드디어 여성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물론 최초는 아니고, SM엔터테인먼트의 전작 레드벨벳 아슬의 놀이 MV에서도 이런 이미지의 차용이 느껴졌다. 이게 된다고 느낀 건지, 좀 더 과감하게 본격 전개시킨다는 점이 반갑고 앞으로도 다양한 이야기가 전개되길 팬으로서 기대한다.


아 IT업계 사람으로서는 에스파가 펼쳐갈 메타버스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에스파는 4인조가 아니라 8인조니까요.

출처: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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