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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 속도 Nov 24. 2024

프리워커가 돼 보려고요

N잡러, 직업인 뭐 그런 걸로 거듭나는 처음의 이야기

다녀왔나 싶자마자

또 실직했다. 

참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실직한다지 다시 생각해도 실소가 터진다. 이제 정말로 다음을 생각해야 될 때가 왔구나 온몸으로 와닿았다. 10여 년 스타트업과의 인연이 이런 식으로 끊어지다니. 불황은 불황이다. 어쩌면 이 길의 끝은 월급쟁이가 아닐지도?! 이건 뭐 어떤 거대한 계시 아닐까. 좀 거친 방식의. 사실 갭이어 기간 동안 꽤 지쳤었다. 애초에 열정을 다 바치고 실직했었으니까. 떠들썩했던 민희진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울컥했던 건 내 경험이 생각나서였다. 그래서 갭이어로  쉬는 동안 내 기준들을 만들어나갔고, 미래도 고민해 봤다. 소박한 여행과 액티비티와 그리고 땅, 지역더 가까워지는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안정적이면서도 어디에 매이지 않는 일상이 필수적이었다.


회사에 소속되고자 구직하던 중 만난 업계 선배는 '기획자는 관종이라 회사의 주요 프로젝트를 맡아야 한다'라고 다. 친구는 '그래도 대기업은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사람 이슈는 덜하지 않냐'는 말을 했고. 계속 고민했다. 나는 될만한 일을 실제로 실현해 나가면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었다. 정치? 처세? 모르겠고 프로젝트가 제일 중요했다. 그렇지만 스타트업에서 쉬이, 결국엔, 못해낼 상황이 펼쳐져 괴로웠다. 물론 폭발적인 성장도 목격했고 그와 더불어 엄청나게 성장한 개인들도 봤다. 하지만 그게 꼭 내 얘기가 된다 건 아니니까. 게다가 요즘 경제 상황을 보면 디지털 프로덕트가 회사에서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운이 좋았던 한 때였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고. 그래서 대기업을 고려해 봤다. 그러나 그의 장점이자 단점은 시스템이었다. 당장 채용절차를 밟으면서 뭐 한 단계 진행하려면 한 달이 걸린다거나, 같은 단계에서도 각각 다른 부서에서 메일이 서너 번 오고 준비하라는 서류도 그때마다 추가된다거나. '이거 한 번에 못해?'라는 맘이 절로 일기도 했다. 최종발표까지 시스템은 오류 나고, 문의는 받지 않고(아마 담당이 아니었겠지) 마무리까지 자잘 자잘한 이슈가 아주 많았다.


일단은 (먹고사니즘은 중요하니까요)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또다시 스타트업에 입사했지만(그게 뭐 그렇게 빨리 망할 줄도 모르고) 애초에 여기서도 의사결정이 언젠간 문제가 될터라고 생각했. 그래서였다. 이를 아우를 수 있는 다음 선택지를 계속 고려해 본 건. 나는 IT 시스템을 짤 줄 아는 사람인데 남아있는 먹거리 산업들을 보면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 좀 더 보수적인 업계일 거고 결국엔 의사결정과정에서 서로 힘들 텐데 이를 뚫을 만한 방법은 없을까. 혹시 그냥 어디라도 도망치고 싶은 건 아닌지. 그런 거라면 오히려 직면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그간 스타트업에서 맨땅에 헤딩을 하면서 없는 근거를 찾아 가망고객 인터뷰와 VOC를 보면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확신을 얻어야만 했는 -우리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를 조직 내에 명확히 전파한다든지, 실행 사이사이에서 나올 수 있는 의견을 개진하는 데 두려움이 없도록 문화를 가꾸어나간다든지, 그러기 위해서 미리 as-is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스터디하고 edge case에 대한 대비도 미리 정의하거나 협의를 끝내고 그간 없었던 정책문서도 만들고 프로젝트 문서도 만들고 align을 다각도로(내부, 외부 협력업체까지 모두) 맞춰보면서- 슬프게도 결과가 좋지 않았고... 그 실패의 원인을 따져보면, 결국엔 의사결정 방법이었다. 앞으로 어딜 간들  한들 초기 단계의 장표 작성, 프로세스 확립 등등은 많이 봐왔고 할 자신도 있었지만 결국 사업이 궤도에 올랐을 때 의사결정을 잘할 자신이 없었다. 그러면 좀 내가 보고 행하며 배워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찾아왔다. 현재진행형인 조직을 드러내기는 꺼려 브런치에서는 한 번도 드러내지 않았지만(굵직하게만 보면 대충 유니콘기업, 초기스타트업을 거쳐왔습니다), 이번에는 좀 더 커뮤니티에 가까운 곳이라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서 밝혀본다. 이런 곳인데, 

거칠게 얘기하면 커뮤니티에서 파생된 프리랜서 IT 컨설턴트팀이다. Full타임으로도 파트타임으로도 유연하게 참여할 수 있어, 일단은 조금 여유롭게 시간을 내어(주 20시간) 참여해 보기로. 지금은 파일럿 중이라 긴장 중인데 금방 익숙해지리라 믿지만 한편 불안하기도 하다. 일이 항상 존재하는 게 아니고 어디든 껴야 일을 할 수 있기 때문. 나는 늘 새로운 곳에 가면 내가 그만큼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인가 걱정하는 사람이라. 그래도 원격으로 모든 게 이루어지다 보니 방대하게 쌓인 자료에 놀라는 중이고, 나 말고 다른 프로젝트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 맘에 든다. 지금 딱 나에게 필요하던 것이라. 얘기를 듣더니 친구는 일잘러 사이에 하는 거 좋아하니까 새는 에너지 적고 같이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팁도 생기고 하지 않겠냐며 응원해 주었다.

이제부터는 '직업인' '프리워커' 'N잡러' '창직'으로의 이행기가 이어지겠지. 늘 처음의 이야기가 궁금한데 그런 이야기를 해 주는 사람들이 별로 없더라고. 어쩌다 보니라고요? 뭘 어쨌길래요? 그래서 제가 해보겠습니다. 나는 개발자도 디자이너도 마케터도 아니라 쉽지 않겠지만, 오랜만에 에너지가 차오른다. 이미 소진되거나 과하게 에너지를 쏟지 않고도 원하는 걸 사부작 사부작 해볼 수 있는 사람임을 갭이어를 통해 깨달았으니까. 커리어에서의 1막이 드디어 지나간 느낌이다.


사이사이 생략된 구직기는 영상으로!(주의 : 영상이 현실보다 4,5개월 느리게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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