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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 속도 Oct 31. 2016

뭘 하고 싶은 건데요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얻어걸렸으면 하는 것 같은데...

어쩌다 보니 스타트업 실무자의 불평불만으로 주제가 잡힌 것 같지만... 좋은 날도 있겠죠.


가지고 있는 기술 기반으로 가능한 서비스를 동시다발적으로 준비하고 프로그램에 얻어걸리기를 바라는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다. 출시된 서비스도 없고 대기업도 아닌데 뭐 이렇게 문어발식이야, 이해가 안 되었는데 일이 진행되는 게 이런 식이다.


외부 미팅을 하면 우리가 이것도 되고 저것도 된다고 말하고 있잖아? 근데 근거가 없어. 지금 하고 있는 거 말고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정리해봐.

(기초조사 후) 글로벌 시장에선 이런 서비스들이 있고 얘네는 구현 가능한 범주고 얘네는 우리끼리는 어려워요. MOU를 하든지 직접 하드웨어 개발을 하든지 대책이 필요하고요. 이 중에서 로드맵으로 가져가고 싶으신 게 있으신지?

아니 일단 다 돼야지. 왜 지난번에 밖에 나가서 된다고 얘기했던 서비스 있잖아? 그건 돼야 되는 거지.

(참석한 적이 없다) 이제껏 외부 미팅에서 얘기 나왔던 거 정리된 게 있나요?

없어.

(일단 개발 가능한 범주 내에서 엑셀로 새로 정리 후 개발팀으로 간다) 이거 구현 가능한가요? 

기획이 안되어 있어서 알 수 없어요.


개발팀 입장이야 아주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회사마다 다르긴 하지만 IT기업이라면 원래 로드맵 정리-상위 기획-구현 가부 확인 후 상세기획-개발 공수 산정 대충 요런 흐름으로 가지 않나. 꼭 해야 하는 일감인데 현재 형태로 불가능하다면 다른 가능한 방안을 개발팀에서 주기도 하고. 이건 하고 싶은 것도 정리 안 하고 뭐가 얻어걸릴지 모르니 다 된다고 가정하고 개발하란다.(지금 할 것도 산더미인데!!) 기획하기에도 깜깜하다. 기획서가 잘 정리되지 않으면 개발하기 어려운 것처럼 요구사항이나 목적이 잘 정리되어있지 않으면 기획하기 어렵다. 제품이라는 게... 같은 목적성을 띄더라도 어떻게 방향을 잡냐에 따라 완전히 바뀔 수가 있는 건데 목적부터 정의하지 않으면..... 뭘 하고 싶으세요? 외부에서 혹할만한 거요? 지금 진행하는 거라도 다듬어놔야 더 잘 진행되는 건 아니고요? 

뭘 하고 싶은거냐고!!!!

게다가 이 모든 걸 감안하고 설계 가능한 방안으로 정리를 해서 갖다 바치면 세상에 원하는 자료가 아니래... 마케팅 안이 정리가 되지 않았단다. 마케팅 팀 따로 있잖아요. 이런 식이다. 아직 서비스가 출시되지도 않았고, 당연히 쌓인 데이터도 없는데 고객의 성향을 분석해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건지까지 시나리오를 정리하잔다. 저기. 일단 지난주랑 지시사항이 다르고요(서비스 방안, 조건, 개발 공수 예측해달라면서요.) 데이터 분석이란 기존에 존재하는 데이터를 분석해서 예측을 하든 뭘 하든 아오 답답해. 그러니까 데이터 1도 없는데 뭘 예측해요. A성향이라고 첫 액션(구매) 때 판단하고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라고? 그건 랜덤이잖아요. 


오늘도 불가능한 임무를 완수하느라 정작 서비스의 완성도는 떨어져 간다. 

스타트업의 윗분들이여. 제발 뭘 하고 싶은지, 뭘 시키고 싶은지 정리 좀 해보세요. 



커뮤니케이션이 유독 어려웠던 2인자는 이런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이게 아니라: 그게 맞음. 생각이 바뀌셨다는 뜻이니 이전 지시는 잊어버려야 함.

이거도 있어야지: 지난번에 하지 말랬음. 혹시나 해서 준비했던 자료를 마무리해서 드리면 됨.

대환장... 사람도 시간도 부족한데 말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찰떡같이 알아들어 부디 프로젝트가 잘 진행될 수 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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