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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 속도 May 24. 2024

필리핀 사방 - 잊을만하면 돌아간다, 남국으로

남국의 명예주민이 인솔하는 스쿠버초심자투어

중간에 구직이 잘 풀릴 뻔했다 다행인지 취직으로 이어지지 않아 여행길에 올랐다. 여러 의미로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래도 이런저런 경험과 만남이 이어져서 감사하다. 주눅 들지 않은 스스로도 대견하고. 갭이어 하길 참 잘했다!


사실 갭이어가 아니더라도 매년 여행을 꼬박꼬박 하고 있었는데 (갭이어 시작도 예상치 못하게 시작됐는데 그때도 다이빙투어였다.) 이게 다 다이빙투어 덕이다. 이번 투어는 남편이 아직 다이빙에 익숙하지 않은 친구들 대상으로 모객(?)해서 계획을 세워뒀고(드문 일이다. 보통 내가 계획을 세움) 나는 구직 상황에 따라 합류하려 했는데 다행히(?) 취직이 안 돼서 따라나섰다. 어딜 가나 50 로그 이상 어드밴스드 레벨부터 같이들 다니니까 애매한 오픈워터 친구들을 모아 모아 레벨업 시켜서 투어에 같이 다니겠다는 야심으로 조직한 일명 스쿠버초심자투어, 다이빙레벨업클럽.


다이빙투어를 떠나서 보면 꿈꾸던 삶에 훨씬 가까워진 건가 싶다. 극단적인 미니멀리즘을 추구해 볼 수 있는데 하루 온종일 수영복을 입으니 빤스도 어도 되고, 바다 생물이 많은 곳은 도심과 떨어져 비행기와 버스(벤)와 배를 타고 산 넘고 물 건너 들어가는 경우가 많으니 물도 잘 안 나오고 가끔은 소금물이기도 하고. 당연히 와이파이 안터지니 불필요한 정보에서 차단되고 할 수 있는 건 다이빙하면서 둥둥 떠있기, 파란 하늘보기, 포켓북 챙겨 왔으면 책 읽기. 1일 1 마사지는 덤. 가끔 다이빙하러 가면 뭐 하냔 소리를 하는데 아무것도 안 합니다. 다이빙만 해요. 생활에 치여 살다 보면 런 게 가끔 그리워지더라고. 원래는 잘 못 가는 곳들, 다이빙하기 어려운 곳들을 주로 다니며 못 봤던 생물들(거북이, 상어, 고래, 만타레이, 돌고래...)을 보는 게 다이빙의 이유였는데 이제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만만한 데'서 오는 지친 마음을 풀어내는 즐거움이 또 있지. 그래설까, 원래라면 한 번 가본 곳은 다시는 안 가본다 주의였는데(세상엔 가 볼 때가 너무 많으니까!) 들렀던 곳에 또 갔다. 정말이지 아무것도 안 하러.


한편 마음이 심란했던 건 매번 바다에 들어갈 때마다 바다가 죽어가는 게 눈에 보이고

이미 예전부터 알고 있던 진실

그리고 투어비 변화. 다이빙 투어를 다닌 진 10년이 좀 넘었는데 다시 돌아온 사방은 체감 물가 2.5배씩은 된 것 같은... 이게 그러니까 인건비 정상화라고 볼 수 있으니 또 할 말은 없는데 세계여행을 하다 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여행자 입장에선 '만만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이 없어져가는... 근데 그게 또 맞는 거 아닌가... 배낭여행자들이 열광하는 성지들은 무엇으로 굴러가고 있었나. 탄소발자국 생각해 봐도 그렇고. 역시 집에 있는 게 답인 걸까.

8년 만에 도착한 곳엔 '보도블록'이 깔려있더라고 세상에

그렇지만 오후 4시부터는 할 일 없이 마사지받고 뒹굴거리는 게 좋아서 나는 계속 다이빙투어를 할 것이다. 다른 풍경과 생활양식에 놓이길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아 성인이 되자마자 기회만 되면 나가 그렇게 해외여행의 시간들을 거쳐 나는 여름 나라가 상생이 잘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해가 일찍 지는 겨울의 유럽도 가보았고 아직도 오로라나 남쪽 끝의 빙하를 보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그거야 잠깐씩이고 지독한 외로움에 던져지고 싶은 건 로망일 뿐이란 것도 잘 안다. 극동아시아에서의 춥고 날 선 삶에 지친 건지 이따금씩 남국에 와서 풀고 가줘야만. 개인 욕조 또는 풀에서의 늘어짐, 노을 지는 바다에서의 맥주, 물놀이를 한껏 하고 나서의 나른함을 사랑한다. 여름나라들은 기후 때문인가 비슷한 냄새와 생활양식을 가지고 있다. 잎이 무성한 나무 습기 활발하고 느긋한 사람들 길에 누워있는 개. 유난히 피식피식 웃는 일이 많았다. 아 내가 누울 곳은 여기구나.


아시아는 유난히 습하고 또 다정하고, 유럽은 햇살이 따가웠으며, 미국은 서핑과 캠핑을 하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지만 그게 어디든 나는 여름나라를 사랑한다. 10여 년 전 2년 간의 섬 생활 이후에 세상 모든 여름나라는 이제 모두 내 고향 같다. 년에 한두 번의 다이빙투어를 놓칠 수 없는 이유.


쇼핑리스트

7D망고나 바나나칩, 그리고 (몰랐는데 10년 새 새로 생긴) 쿠키 같은 거야 워낙 유명하니까. 그런데 필리핀에 갔다면 진짜 사야 할 건 이거다. 럼. 돈파파럼. 사탕수수로 만든 술 럼은 유럽에 유명한 게 많은데 필리핀의 이 럼, 열대 향이 나면서 아주 훌륭하다. 유명한 바에서도 판다. 그러니까 사 오세요. 요즘은 공항에서도 1L짜리 팔더라(마닐라공항 터미널 3) 한국에서 사면 무조건 2배 이상이니 보이면 사세요.


여기는 꼭!

베르데 아일랜드 투어. 여기도 너무 비싸지긴 했는데 그야말로 물이 다르다.

사방 앞바다의 비키니 바. 다이빙대에서 다이빙을 꼭 해볼 것!

투어 다 끝나고 비행기가 뜨기까지 자투리 시간에 마닐라 본섬, 몰 오브 아시아 앞에서 본 노을도 기가 막혔다.


지출

다이빙투어를 떠나면 보통 리조트에 다이빙, 식사, 숙소 비용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그 비용은 가변적. 보통 홈페이지에 명시되어 있으니 알아보면 된다. 개인적으로 갈 수도 있고, 사람들이랑 같이 다니고 싶으면 다이빙 동호회나 강사님의 투어를 찾으면 되는데 나는 주로 지인 기반의 점조직 #scuba_it (인스타)을 통해 다니고 있다. 저와 지인이 되시면 낄 수 있어요.

그 외에 망고나 럼, 마사지비용이 들어서 결론적으로는 6일 동안 공용비용 10만 원/인, 그리고 개인비용이 10만 원 정도 더 들었다. 작년의 코론에 비하면 훨씬 훨씬 돈을 많이 썼다.(그땐 마사지비용이 비싸서 그랬나 많이 안 받았던 듯. 밥도 한 번만 밖에서 사 먹고. 본격 갭이어 여행 전이라 정확히 메모해두지 않은 게 아쉽네.)


다이빙투어 영상은 여기 모아놨습니다. 사방이야기는 7월에, 다른 투어들도 계속 올라갈 예정입니다.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PXpa72s0GzeukAyoOwn5YYaehknw7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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